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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Dec 22. 2019

지극히 개인적인 배달의민족 매각 이야기

요기요의 마지막 선택지는 '하나'였다.

 지난주 우아한형제(배달의민족)의 딜리버리히어로 매각 소식이 뜨거웠다. 통상 이런 뉴스는 기존 투자사나 법률 검토를 진행하는 법무법인 또는 투자를 검토하는 컨설팅펌에서 소문이 세어 나오기 마련인데, 이런 빅딜이 어떻게 소문 하나 없이 진행되었을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 언론은 배달의민족의 기업가치와 김봉진 대표가 얻게 될 지분 그리고 알토스벤처스와 같은 기존 투자사들의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마침 지난 10월 요기요의 '슈퍼클럽'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어, 요기요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배달의민족 M&A의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  짧게 노트한다.

 



1. 딜리버리히어로 한국(요기요)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본사를 매각하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두고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배달 사업을 진행 중인 글로벌 푸드 테크 기업이다. 이런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난 12월 돌연 독일에서 운영 중인 딜리버리 서비스를 테이크어웨이닷컴 (Takeaway.com)이라는 경쟁사에 약 1조 2,000억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엄밀히 말해 현금과 테이크어웨이닷컴 지분 18%를 받았기 때문에 배달 사업을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투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3개월 뒤인 올해 3월 요기요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케팅 비용으로 전년 대비 2배인 1,000억 원을 사용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렇다면 왜?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에서의 사업을 접고 한국에 투자한다고 했을까? 바로 선택과 집중 때문이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배달 사업을 진행 중인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한국에서 9,440만 유로 (약 1,200억)의 매출을 냈다. 이는 쿠웨이트 (9,950만 유로), 독일 (9,650만 유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매출 규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의 배달 시장은 계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어야 했다.



2. '슈퍼클럽'으로 배달의민족에 도전하다


 요기요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 데에는 배달의민족이라는 경쟁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경쟁은 한국 배달 시장을 성장시키는데 기인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2019년에 배달의민족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배달의민족은 압도적 1위 사업자가 될 것이 뻔했다. 요기요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할 생각이 없었다 (당시에는ㅎㅎ).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해볼 수 있을 만큼 해보는 것이다. 요기요 마케팅 비용으로 1,000억 원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3. 비효율이 전제되는 마케팅


 요기요는 슈퍼클럽으로 '업계최초'와 '브랜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분명 유저에게 엄청 큰 혜택을 제공했다. 그런데 요기요가 돌을 던진 데에는 이처럼 야심 차게 준비했던 슈퍼클럽이 예상만큼의 효과를 거두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대규모 마케팅은 타겟 고객 (배달의민족 유저)를 한정하여 마케팅을 하기에 매우 제한된다. 비효율이 전제되는 마케팅 전략일 수밖에 없다. 당초 예상보다 신규회원 확보가 적었거나 슈퍼클럽의 가입자 중에는 기존 요기요의 헤비유저가 많았을 것이다.




 4. 출혈경쟁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


 딜리버리히어로가 독일 사업을 매각한 이유는 배달 서비스는 압도적인 1위가 되지 않는 이상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 본사를 매각한 자본으로 성장성이 큰 국가에 집중하고자 했을 것이다. 요기요는 슈퍼클럽을 앞세워 한국에서 마지막 피칭을 했고, 한국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결국 딜리버리히어로는 예전에 제시했던 금액의 배가 되는 금액을 우아한형제에 제시하게 되었다.



 5.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의 아시아 시장 대한 니즈


 김봉진 대표는 사업가이다. 배달 사업을 테크 사업으로 변화시키고 국내 배달시장을 넘어 세계 배달 시장에서 발자취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한 니즈가 김봉진 대표를 설득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성공한 서비스가 해외로 진출해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물론 카카오와 네이버가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웹툰이라는 콘텐츠로 최근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카카오가 비즈니스 초기에 카카오 메신저의 사용자 수가 수천 망명이 되었을 때조차 실패했었던 일이다. 아자르처럼 해외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경우가 아니면 로컬 서비스가 해외로 확장해 성공하기란 어려움이 너무 많다. 특히 배달은 현지 배달 인프라 확보와 로컬 영업이 필요한 서비스이다. 김봉진 대표는 일본 사업 진출 실패를 통해 전략적인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두 서비스를 관심 있게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쓴 내용이며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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