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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Dec 30. 2020

경력 채용 시장을 노리는 플랫폼들

플랫폼이 없는 경력 채용 시장. 이를 노리는 원티드-리멤버-블라인드


국내 이직 시장을 겨냥한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 시장이 커지자 그동안 채용정보 공유에 머물던 온라인 취업정보 서비스도 모바일에 기반한 ‘커리어 관리 서비스’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1세대 취업 플랫폼이라 불리우던 사람인, 잡코리아는 PC 기반의 서비스로 대기업 신입 공채에 없어서는 안될 서비스였다. 구직자들 역시 채용 시장에 나와 가장 먼저 접하는 플랫폼이 사람인, 잡코리아였다. 그러나 경력 시장은 달랐다. 경력 시장은 신입사원 대규모 공채처럼 채용 공고를 일괄로 올리고 지원자를 모집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경력자들의 니즈와 전문분야는 특화 되나 이를 위한 전문 플랫폼은 없었다.


공고형 → 제안형 서비스로 확대


경력 연차가 올라갈수록 공고형 채용은 한계가 있다.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일수록 이미 현재 직장에서 인정받고,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력자 중에 포털을 찾아가서 이력서를 쓰고 지원하는 적극적인 사람들의 비율이 매우 낮다.


공고형은 채용 공고를 보고 후보자가 직접 지원하는 형태의 (인바운드) 광고이며, 제안형은 회사가 직접 후보자를 물색하고 제안하는 형태이다 (아웃바운드). 스타트업, IT 종사자에게 익숙한 원티드, 리멤버, 블라인드 모두 공고형 채용으로 시작 했으나 최근 제안형 서비스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크게 두가지에서 기인한다.


첫째. 신입 보다 경력 채용 시장이 중요해졌다. 한 번에 수백 명에서 수천 명씩 뽑는 공채 형태의 채용 운영의 비효율성이 드러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여파로 상반기 채용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주요기업들이 신입 대신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사업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만큼 신규 채용 대신 경력직을 뽑아 빠르게 실무투입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둘째. 경력 채용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4차 산업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면서 기존에 수요가 많지 않던 AI, 딥러닝, 데이터분석가, IT 개발자 등 특정 인력의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토스, 카카오, 배민, 네이버 등 업계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서라도 어떻게서든 인력들을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맞춰 원티드-리멤버-블라인드 모두 새로운 상품을 출시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채용공고 게시에 따른 노출형 광고라면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상품은 기업의 채용담당자가 후보자를 서칭하는 횟수를 기반으로 과금을 하는 모델인 것이다.


링크드인이 보여준 경력 채용 시장의 잠재력


경력 시장의 잠재력을 미리 보여준 사례는 이미 있었다. 바로 링크드인이다. 링크드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30조원에 인수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품으로 들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링크드인 인수를 보고 어떤식으로 시너지가 날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직접적인 시너지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링크드인은 아빠 (마이크로소프트) 도움 없이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2017년 23억 달러였던 링크드인 매출은 2018년 53억 달라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100억 달러(11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참고로...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했을 당시 사용자 1명 당 40달러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링크드인 사용자 1명 당 무려 220달러로 계산했다. 회원 DB수로 기업가치를 측정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링크드인의 차별화라면 신뢰할만한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링크드인은 창업 초기부터 전문직이나 사업가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상대 프로필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네트워킹하며 동시에 비즈니스 콘텐츠를 공유하는 좁은 시장을 공략했다. 가입절차부터 꼼꼼하게 만들어 현재 직장과 직책, 과거 경력과 학력, 보유 기술이나 자격증, 외국어, 수상 실적, 학교 다닐 때 대외활동까지 기입하게 했다. 그러자 가입자들은 묻지 않은 정보까지 올렸는데 가입 목적부터가 ‘나, 이런 사람이니 스카우트하시라’였기 때문이다.

(링크드인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경력시장을 타겟으로하고 기업의 직접 채용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면 원티드-리멤버-블라인드의 행보는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의 전략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원티드, HR을 넘어 HRD 영역으로


최근 원티드는 원티드 에듀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직장인 교육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직장인에게 정규직이란 개념은 특수한 형태가 되어 버렸고 생애주기 동안 최소한 2개 이상 다수의 직접을 갖는 시대가 되면서 직장인들이 느끼는 압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능력이 빠르게 변하고 코로나로 원격 시대가 익숙해 지면서 직장인을 대상으로한 디지털 러닝 트렌드가 확산되는 모습인 것이다.



앞서서 경력직의 경우 적극적 이직 의사를 표명하고 활동하는 경우가 적다고 했는데, 기존 채용 플랫폼으로는 고객의 리텐션을 높이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원티드는 원티드 에듀 서비스를 통해 구직자에게는 원티드 플랫폼에 자주 방문하게끔 계기를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공급자에게는 기업을 알리는 계기로 활용해 기업의 브랜딩을 강화해 주는 것이다. 가령 최근에 인기 있던 교육은 '브랜디의 스타트업 개발자 100명 채용 성공전략' 이라는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에는 브랜디가 개발자 100명을 어떠한 방식으로 채용하게 되었는지가 상세히 나오는데, 이를 통해 브랜디는 "우리 회사가 이정도 규모로 성장했어, 너네도 합류하고 싶지?" 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한편, 이제 막 성장하려고하는 스타트업 HR 담당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원티드는 일찍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인적자원관리(HRM) 관련 시장은 2016년 126억달러(약 14조9370억원)에서 2025년 300억달러(약 35조565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원티드랩이 해외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배경이다. 원티드는 2017년 일본 자회사를 설립한 것을 필두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도 연이어 지사를 세우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반응이 좋다. 소프트뱅크, 라쿠텐, 닛산자동차 등이 원티드랩으로 경력자를 뽑고 있다. 일본 헤드헌터는 채용자 연봉의 30%에서 100%까지 수수료로 받아가는 구조여서 원티드랩을 가성비가 좋은 서비스로 인식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지인 추천' 채용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가진 원티드는 일본 진출 이후 한국에서 쓰던 ‘추천’ 개념을 ‘응원’으로 바꿨다. 다른 사람의 채용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기 꺼리는 일본 특유 정서를 반영했다. 현지에 맞게 서비스를 바꾼 결과 원티드랩은 일본에서 약 300개의 고객사와 5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리멤버, 인사이트 있는 경제 뉴스


2014년 런칭 이후 수익화보다 사용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해 온 리멤버는 최근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제 관련 소식을 분석해 전달하는 ‘리멤버 나우’이다. 리멤버는 왜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했을까? 리멤버 나우를 통해 리멤버는 어떤 효과를 얻고 있을까?

리멤버가 '리멤버 나우' 서비스를 출시하 배경은 아마 원티드와 유사할 것이다. 리멤버에는 많은 유저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껏해야 명함을 주고 받을때만 리멤버에 들어 왔을 것이다. 어떻게하면 매일 찾는 앱이 되는지 고민했고, 리멤버는 콘텐츠에 주목했다. 업종도 직무도 연령도 모두 다른 직장인의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바로 '경제, 제테크'이다. 리멤버는 트레픽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라는 콘텐츠에 집중했을 것이다.



블라인드, 흑자전환을 목표로?


블라인드의 행보는 앞의 두 회사와 조금 다르다. 앞의 두 회사가 기존에 제공하고 있던 채용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교육'과 '콘텐츠'로 서비스를 확대했다면, 블라인드는 수익화 실현을 위해 '광고매출'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블라인드 게시글을 보면 게시물 사이에 채용 광고가 노출 되는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체감상으로는 과거에는 20개 정도의 게시글 마다 1개의 광고가 보였다면 최근에는 게시물 5개마다 광고가 나타난다. 이외에도 블라인드는 지난 10월 커머스 영역에 진출하고, 현재는 소개팅 서비스도 베타 테스트 중이다. 커머스는 블라인드 회원 전용 쇼핑몰인데 일종의 기업 전용 폐쇄몰 같은 개념인 것이다.



인재를 직접 찾아서 채용을 제안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주류가 된 현 시점에서 원티드, 리멤버, 블라인드는 이제 채용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들이 채용시장에서 선택한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은 모두 같다. 어떻게하면 회원들을 자주 방문하게 하는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 곳의 서비스를 본다면 앞으로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참고. 원티드, 블라인드, 리멤버 투자현황   

팀블라인드 (블라인드) : 누적 투자금 66억

원티드랩 (원티드) : 누적 투자금 217억

드라마앤컴퍼니 (리멤버) : 누적 투자금 39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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