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시골집을 지을 때가 2016년이었는데 당시 건축비는 땅값 포함해서 3억이 들었다. 대지 150평에 20평의 집과 별채인 3평의 황토방을 짓는 비용이 저 정도였는데 지금은 비슷한 규모에 2억 정도 더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시골집은 십 년이 넘어가면 땅값 정도의 가격에 매매가 된다고 하니 그동안 살면서 누렸던 행복의 비용으로 쳐야 한다고들 했다.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부터 늦가을인 11월까지는 시골집을 떠나오기 싫어서 가슴이 미어진다. 금요일 밤에 시골에 도착해 이틀 밤을 자고 일요일 밤이면 서울로 돌아와야 한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따뜻한 아파트로 어서 돌아가고 싶지만 나머지 계절은 시골을 떠나기 싫은 마음을 애써 떨치며 차에 몸을 싣는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시골집을 짓고나서부터 지극히 소박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 집 살림을 꾸리려면 생활비가 두 배로 들었기에 맞벌이를 하면서 한집 살림을 하던 예전 생활과 경제적으로는 비교할 수 없었다.
세를 얻어 살았던 두 해를 보태십 년이 되는 시골 살이가 돈으로 치면 손해일 수밖에 없다. 아파트 이웃의 말처럼 그 돈이면 전국의 좋은 숙소를 다니면서 여행을 해도 되겠지만 주말에 어디를 갈까 고민 없이 익숙한 나만의 시골집으로 향하는 즐거움에 비할 순 없다.
때가 되면 차를 바꾸고 계절마다 백화점에서 새 옷을 사 입던 남편과 나는 시골살이에 푹 빠져 농사짓는 재미와 꽃을 키우는 즐거움에 세월을 보냈다. 내가 먼저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했기에 마지못해 끌려온 남편은 몇 년이 지난 뒤, 나무가 자라 가지치기를 하게 되면서 마당일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였다.
조용하고 편안한 시골집에서 마당을 바라보며 마음 놓고 쉬는 맛은 집주인이 되었을 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남편은 잔디 마당에서 골프채를 휘두르고 나는 데크 위의 의자에 앉아 오카리나 연습을 한다.오카리나 초급반에서 내가 잘하는 축에 드는 건 순전히 시골집 덕분이다. 아파트에서는 악기를 연습하기 어렵지만 할 일 없는 시골에서는 수시로 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이 마당에서 골프채 휘두르는 걸 본 남편 친구는 "이렇게 연습하는데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돼?"라고 했다. 오카리나보다 골프가 훨씬 어렵고말고
시골의 오후가 심심할 땐 동네 카페로 간다. 늦은 시간에 가면 동네 사람이라고 직접 구운 빵도 가끔 공짜로 주는데 친구나 딸들이 오면 맛있는 커피를 주는 <리틀포레>에 꼭 데려간다.폭염이던 지난여름엔 주말 동안 계곡이 있는 이 카페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시골이지만 큰 규모의 펜션이 있고 인기 있는 카페가 있어 크게 심심하진 않다. 돌담이 예쁜 동네라 방송 촬영도 가끔 하러 온다. 얼마 전에 영화배우를 동네 골목에서 지나가다 봤다. 서울에 살아도 못 보는 연예인을 시골에서 더 많이 만났다.
내년 봄에 집을 짓고 시골살이를 준비하는 옆밭의 주인은 은퇴 후의 놀이터로 이만한 게 어디 있겠냐고 했다. 나도 그 생각에 동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