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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줴줴글로벌 Jun 01. 2020

인도 델리 여행기

아무 이유 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경계하라




나의 일본 친구 '돌멩이'와 함께 뭄바이 여행을 마치고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뭄바이 여행을 함께 했던 주재원/연수생 친구 아난짱은 회사일이 있어서 함께 올 수 없었다. 인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타지마할(Taj Mahal)을 함께 보러 가자고 이야기해봤지만 자신은 어린 시절 인도에서 자라면서 5번 넘게 가봤다며 거절했다. 






택시 사기꾼, 타지마할 기차표 사기꾼



처음 도착했을 때 델리에게서 받은 인상은 삭막하고 어떻게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며 오지 여행을 많이 다닌 친구 '돌멩이'는 인도가 주는 유니크한 풍경을 좋아하면서도 똑같이 위험하다는 인상을 받은 듯했다. 일단 길거리 지나다니는 택시인지 툭툭인지를 잡아서 바로 코앞인 역까지 이동해달라고 말하자, 인도 물가를 훤히 알고 있는데도 30달러인가 10배가 넘는 택시 가격을 뻔뻔스럽게 요구해왔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택시 가격을 높이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인도 델리에서 만난 택시 기사는 도를 지나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동남아 국가에서는 항상 Grab/Uber를 통해서 택시를 부르는 것으로, 택시비 덤터기를 피해왔다. 오히려 이런 그랩이나 우버를 이용하는 편이 어떤 경로로 이동해왔는지 트레킹이 되기 때문에 신변이 안전하다고도 느꼈다. 




그렇게 기차역에 도착한 '돌멩이'와 나. 우리의 계획은 바로 대표적인 여행지인 타지마할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었다. '돌멩이'가 잠깐 조사한 정보에 의하면 기차를 타고 가면 타지마할까지는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예전에 혼자서 버마(미얀마) 여행 떠났을 때도 기차를 타고 떠난 경험이 멋진 추억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멋진 추억하나 만들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어디에서 기차표를 살 수 있을까? 둘이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인도인이 유창한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깔끔한 복장(골프복과도 같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복장에서부터 신뢰가 느껴지는 듯한 사람이었다. 




그러더니 기차표를 사서 타지마할에 갈 수는 없다고, 그리고는 자기가 주소를 적어줄 테니 이곳에 가서 타지마할 가는 기차표를 알아 보라며 알려줬다. 특히 '돌멩이'는 살면서 좋은 사람들만을 만나왔기 때문에 세상에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믿기 때문에 그 친절한 인도인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연거푸 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기 때문에 인도인과 사진을 찍자고도 요청을 했다. 그 인도인이 사진 찍기를 멈침거렸을 때에 알아봤어야 했다.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그 사람이 알려준 곳으로 다시 우버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직접 택시를 잡아서 안내해 주기까지 했다. 돌멩이와 나는 그 사람이 정말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도착하자 웬 민간 여행 에이전시의 작은 가게에 도착했다. 그때부터가 뭔가 굉장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차표를 사는 곳이라면 공공기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게를 들어서자 일본어가 굉장히 유창한 인도인이 우리를 맞았다. 




그리고 유창한 일본어로 자기가 아는 일본인도 기차를 타고 타지마할 여행을 떠났다가 중간에 10시간이고 기차가 멈춰서 출발하지 않는 바람에 여행이 꼬였다는 이야기를, 그 일본인과 나눈 LINE 대화창을 보여주며 알려줬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렌터카와 여행 가이드를 찾아준다면서 한화로 20만 원 정도가 책정이 된다며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려 주면서 보여줬다. 




'돌멩이'는 순진하기 때문에 기차가 그렇게 연착이 되는 거라면 얼마 남지 않은 인도 여행이 꼬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좀 비싸기는 하지만 20만 원짜리 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서는 지갑을 꺼내 결제를 할 기세였다. 나는 '이것은 사기이다'라는 느낌이 그때 강하게 들어서 의심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돌멩이'를 말렸다. 일본어가 유창한 인도인은 왜 네 친구까지 말리냐고 '네가 뭔데?' 이런 태도를 보였다. '돌멩이'를 끌고 나와서 이것은 사기라고 알려줬고 그제서야 '동맹이'는 이해가 되는듯하더니 자기가 순진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할배가 알려준 인생 띵언, "아무 이유 없이 다가와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경계하라"


택시 운전자에게도 사기당할뻔하고 타지마할 여행도 사기당할뻔한 경험을 연달아 겪으면서, 따뜻했던 뭄바이 여행과는 너무나 달랐던 델리에 진저리가 나기 시작했다. '돌멩이'는 델리에 일본 사람이 경영하고 있는 민박이 있는데 거기에서 이런저런 여행정보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며 그곳에 가자고 했다. 그래서 다시 택시를 타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도착한 민박집인가 뭔지 하는 곳은 여행비가 없는 백패커들을 위한 공간으로 보였기 때문에 골목 구석에 위치한 아주 허름한 곳이었다. 20대 초반 대학생으로 보이는 일본인 여행객들이 여럿 있었는데, 인도나 동남아 여행을 장기적으로 하고 있는 듯 레게머리라던가 히피들을 연상시켰다. 


관리자격으로 보이는 60대 정도의 일본인 할아버지가 나왔다. 너희들은 왜 왔냐고 묻길래 이런 일이 있었다면서 자초지종을 털어놓으니까, 자기가 이런 비슷한 사기당한 여행자를 본 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제도 사기 사건에 연루된 일본인을 만나서 함께 경찰서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인생의 가르침을 주셨는데 "갑자기 다가와서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조심하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네가 먼저 다가가면 된다"라고 하셨다. 이번 인도 여행에서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인생 살아가면서도 도움이 됨직한 '띵언' 이었다. 


연속으로 사기꾼들을 만나고 나니 기진맥진 해져서 여행이고 뭐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돌멩이'가 가고 싶다는 올드델리에 가서 눈앞에 보이는 호텔 아무 곳이나 가서 하루 지내다 가겠다고 예약을 했다. 하루에 50불 가까이 줬던 것 같은데 시설은 뭄바이에서 30불 정도 주고 지냈던 호텔이랑 비교했을 때 룸 컨디션이 확연히 안 좋았다. 


줄곧 지방에서 지내다가 서울로 올라온 김서방의 심정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코베어 가도 모를 심정이었다. 그때의 자포자기한 심정이 호텔방 안에서 찍은 돌멩이의 얼굴 사진에 잘 나타난다. 



오랜 친구와 여행하는 것의 묘미란


그래도 델리에서 좋았던 것을 하나 꼽아본다면 호텔 근처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서 즐겼던 점심과 저녁 식사였다. 평소에 실내에 있는 것을 답답하게 생각하고 야외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며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지라면 더더욱), 짐을 모두 호텔에 두고 단출해진 차림으로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자니 기분 좋았다. 


인도 거리를 걷고 있을 때에는 너무나 정재 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거리가 싫었지만 높은 곳에 위치해있는 루프탑 레스토랑에 앉아서 거리를 내려다보니까, '아 이곳이 우리가 오고 싶어 했던 인도이구나'라는 실감도 들고 알록달록한 거리가 예뻐 보이기도 해서 한참을 밖을 내려도 보았다.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여행객들도 식사를 하러 왔고 그때는 또 여행자들만이 가진 너무나도 환하고 충만한 에너지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오랜 친구인 '돌멩이'와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등. 나는 당시에 싱가포르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싱가포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받는 월급을 대비해서 너무 낮은 삶의 질과, 어떤 비자를 가지고 어느 곳에 사느냐에 따라서 노골적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다음 행선지로 일본을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


돌멩이는 언제나처럼 소방관으로 일하는 현재의 일에 대해서, 그리고 인명 구조라는 현재의 일을 발전시켜서 앞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일관성 있는 고민들을 풀어냈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기 마련인데 돌멩이는 항상 같은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돌멩이가 40대 때에는 아프리카에서 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그때도 지금도 한다. 


우리가 학생 때처럼 매일같이 연락을 한다거나 얼굴을 마주 보는 일은 없지만 몇 년 만에 만나더라도 어제 만난듯한 느낌이 들고,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다르게 학교 때 쌓은 우정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재산이나 이해관계없이도 우정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 좋다. 이것이 오랜 친구의 묘미, 오랜 친구와 함께 여행하는 묘미가 아닐까. 


남은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하고, 다음 날로 나는 잃어버린 노트북을 찾으러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뭄바이로 넘어갔다. 


남들은 비즈니스로만 가는 인도를 홀리데이로 여행한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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