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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줴줴글로벌 Oct 17. 2020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물으신다면

배울 것이 많다는 선진국보다 동남아 여행을 선호하는개인적인 이유들




어째서 배울 것이 많은 선진국을 가야지 동남아를 가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가더라도 선진국을 가야 배우는 여행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논지이다. 재미있는 건 한국이 세계 제11위의 경제강국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갈 곳이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휴식을 위한 여행조차도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한국인의 끊임없이 경쟁하는 삶의 단면을 느끼게 해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수년간 주로 제조업의 직장인으로 일해왔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 아시아의 나라들은 제조업으로 강한 나라들이기 때문에 제조업에서 일하게 된 건 졸업 후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 이었는지도 모른다. 


 

수년간 한국의 뉴스를 듣고 있으면서 자주 접하게 된 뉴스란, 점점 더 많은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생산비 절감을 이유로 해서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로 이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일가족이 경제고를 한탄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도 마찬가지로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을 보자면 점점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적은 돈으로도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동남아에서, 현지인들을 관리하는 중간관리자로서 취업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조업체에 일하는 동안 태국과 말레이시아 영업을 서포팅 하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 


 

또 하나 느끼게 되는 요즘 한국의 트렌드 란 잘 다니던 회사(혹은 꾸역꾸역 다녔다는 표현이 정확 할지도 모르겠다)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다음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서 혹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서 굉장히 많은 관련 컨텐츠를 접하게 된다. 퇴사 후의 전세계 여행을 동경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팔로우 하면서 동감의 메시지를 보낸다. 


 

동남아시아의 금융 허브 라고도 불리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면서 주말이면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다. 세계 여행은 떠나고 싶은데 밥줄인 회사를 그만두면 수익이 들어올 곳이 없어지는 월급쟁이로서는 그렇게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는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떠나는 여행은 지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듯한 직장생활을 견디는 힘이 되어주었다. 


 

내가 일하고 산 싱가포르는 동북아시아와는 다른 직장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야근을 하는 행위가 '시장의 논리를 파괴하는 것(ruining the market)'이라고 생각했고 근무시간 내에 일을 끝내지 못하는 것을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척도 라고도 생각하는 문화였다. 또 보통은 연간 14일 주어지는 연차를 타인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주변 동남아국가들을 여행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동남아 국가들과는 다른 직장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여름휴가나 장기 휴일을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짐작하건대 동경했던 유럽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이동으로도 꼬박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안 그래도 짧은 휴가기간이 금새 끝나버리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아닐까. 


 

태국 방콕이라면 6시간 정도면 금새 도착을 할 수 있고, 연중 따뜻한 날씨인 동남아 사람들은 사계절이 있는 나라들 사람들처럼 혹독한 겨울을 준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 시종일관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일적으로 만난다면 그런 느긋한 모습이 짜증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여행객들로서 만난다면 그들의 그런 여유로움과, 여유로움에서 나온 따뜻한 미소에 마음도 말랑 해진다. 겨울 나라로 떠나면 여행 짐도 늘어나는 것에 비해서 따뜻한 여름 나라로 떠나니 짐도 가벼워진다. 단촐한 여행 짐과 함께 다시 자유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덤이다. 나처럼 동남아시아 여행을 계획하는 직장인, 혹은 퇴사 후 여행을 꿈꾸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월급쟁이로서 주말이면 떠나곤 했던 여행의 기억을 책을 통해 풀어보려고 한다. 아무쪼록 여행에 대한 작은 힌트를 얻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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