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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줴줴글로벌 Mar 12. 2021

미얀마음식 미얀마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을 다녀오며

한국에서 체험하는 미얀마 음식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









원래라면 연수 프로그램에서 작년 말에 미얀마에 갈 예정이었는데, 처음에는 코로나 때문에 다음에는 쿠데타 때문에 출국을 못하게 됐다. 미얀마에 못 나가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대신에 미얀마음식을 먹으러 경기도 부천시로 향했다. 부천에는 미얀마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부평역 주변에 작게 미얀마 식당이며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기 때문이다. 부천에서 수년간 거주하신 팀장님의 설명을 들어 보니까, 공장이 있는데 거기에서 미얀마 노동자들을 많이 데려다 쓰기 때문에 부천에 유독 미얀마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제서야 부천에 미얀마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부천에는 여러 번 친구를 보러 간다거나 일보러 가거나 했는데 이렇게 미얀마 식당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도착한 식당 앞에서는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일반 미얀마 사람들의 민심을 반영하듯이 "미얀마 군사 독재자 물러가라, 미얀마  쿠데타를 규탄한다"고 적힌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미얀마음식을 다루는  식당은 몇몇 있었는데 저희 팀이 선택한 가게는 "찬녜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미얀마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미얀마 선생님을 제외하고 그동안 미얀마어를 쓸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미얀마음식을 먹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미얀마어를 작게 나마 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은 좋았지만, 그렇게 애써 미얀마어를 쓰지 않더라도 미얀마 부부께서 한국어가 능숙 하시기 때문에 한국어로 주문을 해도 무리가 없다. 








식당에 가기 전에 무슨 요리를 먹을까 우리끼리 많이 나눴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태국, 베트남, 인도 같은 요리는 친숙한 반면에 미얀마음식은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지리상으로 태국과 인도 등과 국경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요리도 주변 국가들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눈에 띈다. 주식은 아니지만 비리야니(Biryani)라고 해서 인도식 노란색 밥을 먹기도 하고, 만두를 튀긴 듯한 세모난 모양의 사모사(samosa)도 먹는다. 미얀마의 옆나라 태국과는 달리 양곤 시내에서도 다양한 민족들을 보는 게 쉬운 미얀마의 특성이 음식에서도 반영되어 있는듯 하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타밍쪄(볶음밥), 카욱쉐이쪄(볶음국수), 힝유엑쪄(야채볶음), 렉펙예이똣(찻잎무침), 웩따쪄(돼지고기 조림), 아메다쪄(소고기 조림) 등이었다. 그리고 나온 음식들을 먹었는데, 현지에서 반년 살다 온 클래스메이트의 증언에 따르면 많이 한국식이 된 미얀마 요리라고 한다. 그 친구가 한 농담 중에 "이 식당 주인이 미얀마에서 한국 식당을 열면 잘 하실 것 같아요" 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한국 현지화가 많이 된 미얀마음식 식당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평일 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말고도 미얀마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미얀마 현지에서 먹는 가격과 비교해서 10배는 됨직한 비싼 가격이지만, 타지에서 일하면서 고향이 그리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좋은 위로가 되는 음식일 것이다. 우리와 함께 간 미얀마 선생님도 오랜만에 미얀마음식을 먹는 것이 기쁜 듯 환한 미소를 보였다. 요즘에 미얀마 국내에서 쿠데타가 극심해 지는 등 마음이 많이 힘들어 보이던 미얀마 선생님의 얼굴이 밝아 보여서 옆에서 보기에 기뻤다. 









그렇게 한참 식사를 하고 있으려니까 학교에서 다녀온 듯한, 식당 주인인 미얀마 부부의 아들이 들어왔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되었을까. 그들의 사정은 전혀 모른다. 하지만 짐작하건 데 타지에서 식당을 꾸려나가는 게 힘들기는 하겠지만, 아이들을 미얀마에서보다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기를 수 있다는 것이 이 부부를 견디게 하는 힘이 아닐까



바로 미얀마를 나가서 지난한 국내 연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좋은 기분전환이 된 부평역 미얀마 식당 나들이었다. 







202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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