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투데이] 동남아시아의 뉴욕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의 뉴욕’이라고 불리는 싱가포르는 적어도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매력적인 거주지입니다. 동남아시아 여타 지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도 1인당 GDP가 82,000달러를 넘어서는 터라 저마다의 꿈을 안고서 싱가포르로 몰려들고는 합니다.
높은 임금만큼이나 물질주의가 넘쳐나는 싱가포르에서 지폐를 사용하고 있노라면 한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싱가포르에서 이용하는 2달러, 5달러, 10달러, 50달러, 100달러 속에 그려진 인물이 단 한 명뿐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지폐 속 인물이 세종대왕, 신사임당 등 제각기 다른 인물들을 싣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싱가포르 달러 화폐 속 인물은 싱가포르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리콴유(Lee Kuan Yew) 전 총리가 아니라, 싱가포르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유솝 빈 이스학(Yusof Bin Shak, 1910~1970)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짧게나마 유솝 싱가포르 초대 대통령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솝은 싱가포르가 영국에서 독립한 1963년 후, 1965년부터 1970년까지 초대 대통령을 지냈습니다. 처음부터 정치가가 되기를 지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 이포(Ipoh) 지역 근처에서 태어난 유솝의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아버지의 싱가포르 발령에 따라 유솝도 싱가포르로 이주하게 됩니다. 중등교육은 싱가포르 내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로써 다수의 세계 명문대 졸업생을 배출한 래플즈 인스티튜션(Raffles Institution)에서 마쳤고, 우수한 학업 실력을 바탕으로 영국에서 법학을 공부하길 희망했지만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서 영국에서의 학업은 단념했습니다.
유솝은 학업 성적이 뛰어났을 뿐만이 아니라 복싱, 하키, 크리켓부원으로 활동하는 등 과외활동에도 뛰어난 학생이었습니다. 1929년 학업을 마치고서는 뜻밖에도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됩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이어서 동급생이 펴낸 스포츠 매거진의 저널리스트로 일했습니다.
수년 후인 1932년 <와르타 말라야(Warta Malaya)>라는 그 당시 잘 알려진 신문사에 이직하게 됩니다. <와르타 말라야>는 중동 출신의 가족이 소유한 신문사이다 보니, 말레이 민족에 관한 소식보다는 중동을 중심으로 한 뉴스를 전하는 신문사였습니다.
하지만 유솝은 말레이 민족의 소식만을 다루는 신문사를 만들고 싶었고, 이후 <와투산 믈라유(Watusan Melayu)>라는 신문을 창간했습니다. 신문사 창간에 있어서 비단 재정적으로 지원뿐만이 아니라 핵심 저널리스트로서도 활동했습니다. 말레이 민족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자각한 모습이 나타났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이 싱가포르를 점령한 시기인 1942년부터 1945년까지는 점령국 일본 산하의 신문 잡지를 유통시켜야한다는 이유로 활자 인쇄 기계가 몰수되어, 유솝은 할 수 없이 자신의 신문사를 휴간시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등을 처분하고 수중에 남은 돈으로 말레이시아 소도시에서 식료품 상점을 열어 운영하면서 조용히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1945년 마침내 전세계를 광기로 몰았던 전쟁이 끝나자, 유솝은 지체하지 않고 휴간했던 신문을 다시금 인쇄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점령, 영국의 점령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말레이인으로서 자신의 민족성,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면서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말레이시아 민족의 독립을 깊이 열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솝은 자신이 가진 글이라는 재능과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을 십분 활용하여 그런 사람들의 열망을 불태우는 사명을 담당했습니다. 유솝은 나아가서 다른 말레이계 리더와 통일말레이국민조직(UNMO, the United malay Nationalist Organisation)도 창설했습니다.
그런 일련의 유솝의 민족주의자로서의 활동을 눈여겨본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 리콴유는 1959년 유솝을 공익위원회의 의장으로 앉혔습니다. 뒤이어 초대 독립 국가 싱가포르가 만들어지자 리콴유 자신은 총리로, 이솝은 초대 대통령으로 초빙했습니다. 신생국가로써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만들어져 인종갈등으로 분열되고 경제적 생존 문제로 여러모로 어지럽던 시절에, 유솝은 싱가포르를 다문화가 꽃피우는 하나의 국가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늘날 싱가포르는 다문화가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관광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화폐 주인공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서 싱가포르를 여행하게 된다면 여행이 한결 더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지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지혜(서강대 동남아시아학협동과정)
[참고 자료]
Singapore GDP per Capita _ CEIC
https://www.ceicdata.com/en/indicator/singapore/gdp-per-capita
Yusof bin Ishak _ National Library Board Singapore
https://www.nlb.gov.sg/main/article-detail?cmsuuid=f7a6b198-ea18-4163-a930-e07d2507a15b
President Yusof Ishak – The Story Behind The Face Of Your Singapore Dollar Note _ Mustsharenews
https://mustsharenews.com/yusof-ishak-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