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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줴줴글로벌 Jan 06. 2024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말레이시아 쿠칭시

쿠칭은 어떤 곳일까?


최근 서울 구로구 주택가를 걷다가, 동남아시아 지역학 전공자로서 조금 놀랍고도 반가웠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풍경과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것이 없고, 서울의 여느 거리와 다를 바가 없었건만 도로명 안내판에 말레이시아 국기와 함께 ‘남쿠칭로(Kuching South-ro)’라고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0년부터 서울 구로구가 해외 자매도시인 말레이시아 남쿠칭로의 이름을 따와서 명예도로명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위치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 있는 새말로18길 (구로동 50-8~26-1번지) 279m 구간으로, 2020년부터 5년간 해당 이름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실 국내에서 해외자매도시의 이름을 따와서 도로명을 지정한 사례는 구로구뿐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도시에서 유래된 도로명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한국에서 커가는 동남아시아의 관계성을 짐작하게끔 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에게 너무 낯선 말레이시아 쿠칭시는 과연 어떤 곳일까요. 쿠칭(Kuching)이라는 용어는 마인어(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싱가포르에서 쓰이는 공용어)로 ‘고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쿠칭시를 직접 방문해 보면 시내의 곳곳에 고양이 조각상을 볼 수 있음은 물론 고양이 박물관도 있다고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고 있으며,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공격하려던 뱀을 고양이가 막아낸 것에 유래해 고양이를 성스러운 동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시 이름까지 고양이가 되었다고 하니 우리의 옛 조상들이 고양이를 멀리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그밖에도 쿠칭시의 특징은 과거 ‘화이트 라자(White Rajahs, 흰색 왕이라는 뜻)’라고 불렸던, 백인 왕이 통치했던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제임스 브룩(James Brooke)이라는 영국인이 이 지역의 원주민과 브루나이 술탄국 사이의 분쟁에서 기여한 공로로 왕으로 임명되어, 1841년부터 1868년 사망할 때까지 약 30년간을 왕으로서 군림한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어느 지역이 말레이시아 쿠칭시의 사례처럼 동남아시아의 지명을 빌려서 명예도시로 지정될 것인지 궁금해 집니다. 



조지혜(서강대 동남아시아학협동과정)


[참고자료]


윤미선. “구로구, ‘남쿠칭로’ ‘넥타이마라톤로’ 명예도로명 부여.” 의정신문 서울시티. 2020년 8월 20일 https://www.seoulcit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914 (검색일: 2024. 1. 3)


Emily Ding. “A ‘White Rajah’ returns to Malaysia’s Sarawak, but this time to serve.” South China Morning Post. 5 January 2020. https://www.scmp.com/week-asia/lifestyle-culture/article/3044587/white-rajah-returns-malaysias-sarawak-time-serve?campaign=3044587&module=perpetual_scroll_0&pgtype=article (검색일: 202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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