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의 노래를 비교 분석하며 히트곡의 원리 파헤치기
얼마 전, 여자 아이돌 그룹 '레인보우'가 새로운 곡을 발표하며 한창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실제로 레인보우의 인지도에 비해 각종 음원 순위 중상위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레인보우의 이번 신곡 활동에 대한 기사나 영상에서의 댓글, 그리고 커뮤니티 등에서의 반응에는 "곡이 별로다", "예전 'A'나 '마하' 같은 곡이 그립다"는 류의 의견이 참 많았다. 그래서 찾아보니 예전 'A'나 '마하'의 작곡가와 이번 신곡의 작곡가는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작곡가가 다르다고 하여도 모두 프로 작곡가가 만든 노래일텐데 어떤 요소 때문에 반응이 이렇게 다른 것일까? 또한 도대체 어떤 노래를 만들어야 대중이 좋다고 느낄 수 있을까?
레인보우의 신곡 'Whoo'를 과거의 히트곡 'A'와 상세하게 분석 및 비교하며 히트곡을 만들기 위해 노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살펴보자.
우선 최근에 발표했는데 반응이 좋지 못한 'Whoo'를 들어보자. 이 곡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몇 가지 뽑자면 다음과 같다.
1. 컨셉이 애매모호하다.
노래 제목만 보면 왠지 섹시함을 컨셉으로한 곡이지 않을까 예상 되었다. 'Whoo'가 제목인 만큼 노래 가사에서 'Whoo'부분은 큰 도약을 주며 가성으로 부르고, 섹시한 느낌의 후크를 줄 것이라 예상된다. 그리고 실제로 곡에서도 'Whoo'부분을 후크로 활용하였고, 도약을 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섹시하지도 큐티하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Whoo! clap clap! clap clap!"이 이 곡의 후크 부분이다. 우선 후크 멜로디치고 신선하거나 귀에 감기는 정도가 약하다. 그렇다면 컨셉은 명확한가? 섹시로 보기에는 "Whoo"부분에서 섹시함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clap clap"은 아무리 봐도 섹시한 느낌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큐티한 느낌에 가깝다. 그런데 또 이 부분의 안무를 살펴보면 엉덩이를 흔들며 섹시한 동작의 안무가 나온다. 이로 인해 대중은 이 음악을 듣거나 퍼포먼스를 보며 명확한 컨셉과 그림이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고, 이 말은 즉 대중의 머리와 귀에 아무것도 남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크 멜로디가 그 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용감한 형제가 만든 AOA의 '짧은 치마"의 경우 섹시한 컨셉을 살리기 위해 코러스 뒷 부분에 가성을 활용한 "우우우우~ 우우우우~"와 같은 후크 멜로디를 활용했다. 그리고 '짧은 치마'라는 섹시한 그림을 연상 시키는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 컨셉과 일치한 안무 퍼포먼스까지. 노래 제목, 멜로디, 가사, 안무 등 모든 요소가 하나의 명확한 컨셉과 맞아 떨어진다. 이처럼 똑같이 "우~"를 노림수로 활용하여 섹시 컨셉을 목표로 한 '짧은 치마'와 이번 레인보우의 노래를 비교해 보면 레인보우 곡의 컨셉은 애초에 무엇을 의도했는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애매모호하다.
2. 노래 멜로디의 동기가 신선하지도 못하고 전체적으로 멜로디가 날라다닌다.
듣는 사람의 귀에 노래가 꽂이고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좋은 리듬을 지닌 동기를 찾아야 하고, 그것을 찾았으면 각 구간 안에서(verse, pre-chorus, chorus) 최대한 반복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이처럼 좋은 동기의 리듬을 찾기 위해 한 곡을 만들기 위해 여러명의 프로작곡가가 달라 붙어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가요에서도 리듬성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동기를 찾지 못하면 그 곡은 그것으로 끝이다.
우선 verse부분의 멜로디를 살펴보자. 이 부분의 동기는 첫 소절의 "그대"와 그 다음 소절의 "정말 그래"이다. 나머지 "없인 못살것 같단 말에 흔들릴지도 몰라"와 "다시 수 천번을 물어봐도 모르겠어"은 해결음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눈에 느낄 수 있듯이 동기 부분은 너무 짧고 해결음은 너무 길며 노트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하물며 그 동기라고 하는 부분은 너무 식상하다. 이미 과거에 수 많은 노래에서 들어봤을 법한 리듬과 멜로디이다. 즉 어찌보면 이렇게 기껏 만든 동기 부분이 식상하다보니 뒤에서 어떻게든 커버해 보려고 해결음이 길고 많아지게 된 것이며, 이렇게 해결음이 많아지면 동기부분이 더 죽게 되어 듣는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고 멜로디가 다 날아가 버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사실 이런 경우의 해결책은 첫 8마디의 멜로디에 최대한 베리에이션을 주지 않은 상태로 뒷 8마디를 그대로 돌려버리는 완벽한 동형진행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verse부분에서는 노트가 많이 쓰였으니 그 뒷 부분인 pre-chorus에서는 노트 수를 확 줄여서 리듬의 다이나믹을 살리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곡은 verse의 마지막 4마디에서는 노트 수를 확 줄여서 verse구간 내에서의 동형진행을 통한 그루브도 감소시켰고, pre-chorus의 변화된 리듬을 verse 마지막에 미리 사용해 버리며 다이나믹함도 죽여버리고 말았다.
최근 대중가요에서 verse부분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mp3와 스트리밍의 시대가 오며 미리 듣기가 1분 이상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매일 마다 신곡이 쏟아지는데 이제는 음반을 사지 않아도 얼마든지 많은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대중은 intro와 verse 부분을 들었을 때 느낌이 오지 않으면 바로 다른 곡으로 스킵해 버린다. 그래서 90년대까지는 가요를 만들 때 chorus 만드는 것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면 요즘에는 verse 부분이 그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곡은 intro에 나오는 후크 멜로디는 애매모호하고, verse의 멜로디는 식상하고 정신없다 정도의 느낌밖에 전달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아마 실제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의 경우 verse부분까지만 듣고 스킵을 해 버린 비율이 무척 높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chorus부분을 살펴보자. 이 부분의 동기는 "What can I do"와 "Ma Baby"이고 그 뒤로는 해결음이 나온다. 즉, chorus 역시 verse 부분과 동일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동기의 리듬이 verse와 너무 유사하다.
verse, pre-chorus, chorus 각 부분은 모두 각 부분만의 고유한 리듬 동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그 동기들은 귀에 감길 수 있도록 좋아야 한다. 그리고 각 부분이 진행되며 다이나믹을 살릴 수 있도록 리듬분할, 즉 노트 수가 달라야 한다. 그런데 이 곡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verse와 chorus의 동기가 좋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서로 겹쳐버리며 chorus를 듣고 있으면 지루하거나 답답하게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chorus까지 끝나고 나면 다시 후크 멜로디로 돌아가는데 여기에 대한 문제점은 1번 컨셉의 문제점에서 상세히 다뤘기 때문에 스킵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pre-chorus는 괜찮은가?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은 3번에서 설명하겠다.
3. Song form이 정리가 되어 있지 못하다.
대중가요에서 리듬이 중요하다. 그 말은 '그루브'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에서는 멜로디의 리듬을 통해 '그루브'를 살리는 방법을 다뤘다면 이번에 할 이야기는 'song form'을 통해 그루브를 살리는 방법이다. 이 곡의 verse와 chorus는 잘 정리되어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형태는 동형진행 형태이다. 그런데 pre-chorus 부분은 동형진행으로 보기에 힘들다. 악보를 통해 분석한 것은 아니어서 동형진행이었으나 베리에이션을 너무 많이 줘서 그렇게 들리지 않는 것일 수도 있으나,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듣는 사람에게는 song form 형태가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verse와 chorus에서는 공통적으로 해결음이 너무 길고 많이 쓰여서 정신 없게 들릴 수 있는데 pre-chorus 부분에서는 노래 구성 형태마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듣는 사람은 무엇인가 정신 없이 노래가 진행은 되는데 식상하면서도 귀에 남는 것은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결론적으로 레인보우의 이번 신곡은 명확한 컨셉 기획이 부족했고, 좋게 들리는 멜로디의 동기를 찾아내지 못하면서 음악적으로도, 콘텐츠적으로도 실패하고 말았다. 물론 프로 작곡가가 만든 곡이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듣는다면 스쳐 지나가듯 들을 수 있는 곡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귀에 남지 않고 그대로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이라는 것이 문제이며, 중독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시 듣게 되는 노래도 아니다. 그나마 레인보우 그룹의 인지도가 있었으니 현재 수준 정도라도 노출이 되는 것이지, 신인 그룹의 노래였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채 사라졌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그렇다면 과거 레인보우의 곡 중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A'를 비교 분석해 보자.
사실 이 곡도 컨셉적으로는 미흡한 면이 많다. 일단 'A'라는 노래 제목이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지도 못하며, 듣는 사람이 노래 제목을 보고 떠올릴수 있는 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곡이 레인보우와 매칭이 잘 되는가? 딱히 안어울린다고 할수는 없지만 잘 맞는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일단 기존 '카라'의 노래와 스타일이 너무 비슷하고.. 해당 곡의 비트나 느낌은 단순히 섹시한 것이 아닌, 좀 더 남성 또는 중성적이고 강한 비트, 거기에 스피디한 퍼포먼스 등이다. 그런데 이런 곡을 하기에 레인보우의 멤버들을 보면 너무 늘씬하고 섹시한 여성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대중음악이라는 기준안에서의 음악적인 요소로는 완벽에 가깝다. 이로 인해 레인보우의 'A'는 노래가 좋다는 평가는 아직까지도 받고 있으나 그 당시 그렇게 큰 히트를 치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음악이 좋고, 음악 안에서의 노림수(후크 부분에서의 멜로디 동기와 퍼포먼스)는 분명하여 레인보우의 이름을 알리는 것에 기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곡의 성공요소인 음악적인 측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이 곡의 작곡가는 과거 '카라'의 히트곡들을 만들었던 스위튠즈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곡의 스타일이나 형태가 과거 '카라'의 노래와 유사한 면이 많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에 '카라'가 큰 성공을 할 수 있었고, 레인보우의 이 곡 역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우선 첫 시작에 나오는 후크 멜로디는 "A"라는 노래 제목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노래 제목이 듣는 사람의 머리 속에 각인 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verse부분의 멜로디를 살펴보면, "그저 감출 뿐이야"라는 동기가 A-A형태의 동형진행으로 총 6번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중간 중간 리듬을 쪼개거나 음 높이를 바꾼 베리에이션은 있으나 동기를 전혀 훼손하지 않고 지루함만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verse의 마지막 4마디 부분 "널 내리 누르고 또 조르고 뭘 모르고 또 바라고 있어"에서만 해결음을 위해 리듬을 바꿨다. 해결음의 노트가 많은 것이 안 좋을 수는 있지만 이 곡의 경우에는 그 해결음이 4번 연속 동일한 리듬이 반복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앞의 'Whoo'처럼 멜로디가 날라다니지 않는다. 다시 정리하자면, verse에서 신선하고 귀에 감기는 동기가 사용되었고, 이러한 동기가 6번이나 동일하게 반복이 되어 듣는 사람이 첫 소절부터 노래에 꽂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해결음의 노트가 많기는 하지만 해결음 4마디 안에서도 4번 연속 동일한 리듬이 반복되어 어찌보면 verse 구간 안에 두 개의 신선한 동기가 잘 정리가 된 상태로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잘게 리듬이 쪼개져 많은 노트가 verse에서 사용되었으니 pre-chorus에서는 리듬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 곡은 역시 힘을 빼고 8마디 짜리의 느슨한 노트를 지닌 phrase를 완벽한 동형 진행으로 리듬을 풀어주고 chorus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chorus 부분이다. 이 곳의 동기는 "그게 흔하니"이다. 이 동기가 "사랑이 흔하니", "쉽게 다 체인지"로 2번 더 반복이 된 후 해결음으로 "갈아타 갈아타"가 나오고 있다. 동기를 적절히 반복한 후 해결음 역시 앞에서의 verse처럼 반복되는 또다른 리듬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뒤의 8마디 역시 동형진행으로 동일하게 반복하고 후크 멜로디로 넘어간다. chorus의 동기는 앞에서 사용되었던 동기들과 명확히 다른 리듬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반복하는 phrase 형태도 각 부분이 모두 다름을 알 수 있다. (8마디 안에서의 verse 동기 phrase는 4번, pre-chorus는 1번, chorus에서는 3번 반복되는 형태이다.)
즉 이 곡을 만든 스위튠즈는 듣는 사람의 귀에 감기고 머리에 남을 수 있도록 동기를 어떻게 반복해야 하는지, 하지만 너무 반복하면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요소들에 변화를 줘서 다이나믹함과 그루브를 살릴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레인보우의 노래 중 'A'와 함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노래인 '마하' 역시 스위튠즈가 만든 노래로 그 노래의 장점 역시 'A'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성공 사례에 대한 분석은 이것으로 마무리 하려 한다. (사실 그 곡까지 분석하려 했으나 글이 길어져 쓰다가 지쳐 버렸다;;;;) 하지만 위에서의 두 곡은 후크 멜로디 -> 벌스 -> 프리 코러스 -> 코러스->후크 멜로디라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내용을 요약하면 결국 좋은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듬과 phrase를 이해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유지/반복 해 줘야 할 때와 변화를 줘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스위튠즈의 노래들을 많이 듣고 분석하는 것을 추천한다. 과거 '카라'의 노래들부터 스위튠즈는 리듬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스위튠즈가 만든 노래들의 스타일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 못한 것 같지만 히트곡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리듬과 곡의 형태를 만들어야 할지 배울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