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람들은 작곡가가 어느 순간 깊은 영감을 받아 한 번에 악상을 떠올리는 작업을 통해 작곡을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영감을 받아 악상을 떠올리는 작업은 무척 중요하다. 그런 작업을 통해 노래의 '동기'를 찾게 되는데, 좋은 '동기'가 나오지 못하면 편곡이든 세션이든 뒤에 어떤 작업을 하든 그 곡은 절대로 히트를 칠 수 없다. 하지만 프로 작곡가는 좋은 '동기'를 찾았다고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동기'를 찾는 것은 자신의 타고난 음감과 영감으로 하는 것이라면, 그 이후에는 진정한 작곡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프로 작곡가들은 악상을 떠 올린 이후, 어떤 작곡 과정을 거치게 될까?
대중가요 노래 멜로디를 만들 때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2가지다. 리듬 플로우와 음의 레인지. 앞의 글들에서 설명했던 다양한 요소들 역시도 이 두 가지 범주 안에 모두 해당한다. 감기는 리듬을 만들고, 귀에 꽂히는 선율을 만들기 위해 리듬 분할, 첫음 인터벌, 당김음 사용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고 계산했던 것이다. 따라서 프로 작곡가들은 악상을 떠 올린 후, 더 좋은 멜로디와 음을 찾기 위해 디테일한 수정 작업을 한다.
이해를 좀 더 쉽게 돕기 위해 프라이머리의 '멀어'라는 노래의 반주에 코러스 멜로디 몇 마디를 만들어 보았다. 처음에 보여주는 멜로디는 해당 반주를 들으며 거의 즉흥적으로 떠올린 멜로디를 마스터키보드로 음을 딴 것이다.
처음에 악상을 떠올리기 위해 우선 반주를 들으며 해당 반주 부분과 잘 매칭이 되는 기대 음역대를 찾았다. 그 이후 해당 음역대에서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다가 반주와 잘 어울리면서도 신선한 악상을 떠 올릴 수 있었다. 해당 곡은 반주의 형태가 그루브를 타주는 것이 중요하여 머리 속에 떠오른 멜로디의 리듬을 쥐락펴락 하듯이 짧게 치고 가다 길게 늘어졌다를 반복하며 써 내려갔다. 이후 코러스 2 부분에서는 좀 더 고조된 분위기와 리듬분할을 위해 첫음 인터벌을 벌려준 후 더 잘게 노트를 쪼개었다.
그렇게 코러스 1, 2 부분의 멜로디가 완성이 되자, 이제는 반주를 틀어놓고 해당 멜로디를 직접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보았다. 리듬이나 곡의 구조 등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뭔가 좀 답답하거나 심심한 느낌이 들었고 무엇인가 터지는 구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멜로디를 수정해 보았다.
우선 코러스 1 부분을 살펴보면, 리듬은 위와 아래가 거의 완벽하게 동일하다. 단지 음의 레인지만을 더 넓혀 보았다. 비포 -> 애프터 -> 비포 순으로 들어본다면 수정한 버전이 훨씬 더 재미있게 들릴 것이다. 그리고 노래로 불러본다면 그 차이는 더욱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몇 개 노트의 음만 바꿨을 뿐인데 노래가 훨씬 더 좋게 들리는 것이다. 또한 코러스 2 부분은 코러스 1에 비해 조금 더 많은 부분을 바꿔보았다. A파트는 그대로 두고, B파트의 리듬을 더 쪼개고 추가적인 노트를 사용했다. 그러자 노래가 훨씬 더 역동적으로 살아나게 되었고 노래를 불렀을 때도 훨씬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지금은 예시를 위해서 간단한 수정만 해 본 것이지만 작곡은 단순히 악상을 떠올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떠 오른 악상을 어떤 방향으로 계산하고 수정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간혹 떠 오른 악상이 너무나 훌륭해 수정 작업이 거의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분이 오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이며, 내가 지금 의뢰를 받은 곡을 완성시켜야 하는 기한이 있는데 막연히 그분이 오시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프로 작곡가들은 대부분 이러한 작업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아마추어 작곡가로 만족을 하거나 또는 신이 내린 타고난 뮤지션이라면 자신의 타고난 영감만으로 음악을 만들어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 작곡가를 지망하지만 천재성을 타고난 뮤지션이 아니라면 자신의 감성은 기본 베이스에 여기에 추가로 계산적이고 이론적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어찌 보면 진정한 작곡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