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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 Mar 01. 2022

개학 전에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일요일 아침. 막내 아이가 나를 깨웠다. 늦잠을 자려던 나는 살짝 짜증이 났다. 성장기라 유독 식욕이 왕성한 아이라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어 머리맡에 서있는 아이를 올려다보았다.

"엄마, 나 머리가 너무 아파."

아이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화들짝 놀라 재빨리 체온계를 찾았다.


39.4

황급히 해열제를 찾아 아이에게 먹였다. 배고프다는 아이의 말에 빨리 아침을 먹였다. 그리고 체온을 재고 물을 먹이고 체온을 재고 열이 1도라도 떨어지길 바랐다. 아이는 몸이 힘든지 내내 잠을 잤다. 그런 아이의 이마를 슬며시 짚어보았다. 이마는 여전히 뜨끈뜨끈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난 아이는 또 배가 고프다고 했다. 이마를 짚어보니 아직도 뜨겁다. 또 체온을 쟀지만 온도계의 온도는 내려갈 줄 몰랐다. 또 밥을 먹이고 약을 먹이고 춥다는 아이를 달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얇은 옷으로 갈아입혔다. 그리고 외부에 있는 남편에게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사 오라고 했다.


다급한 마음이 앞서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검사를 하라고 재촉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자가진단키트의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한 후 아이의 코 깊숙이 면봉을 찔렀다. 제대로 찌르지 못하면 검사 결과도 정확하게 나오지 않고 또 검사를 해야 해서 한 번에 잘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 약한 나 대신 남편을 시킨 것이다. 최소 15분에서 3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희미하더라도 2줄이 나오면 양성이라고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그 시간은 정말 더디게 흘러갔다.

결과는 한 줄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



출처 - 픽사 베이



39.6

아, 정말 미치겠다.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은 더해갔다.


결국 응급실에 가기로 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열이 있어서 건물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응급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앞에서 상황을 들으니 격리실이 모두 찬 상태라서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대기 시간도 알 수 없고 우리보다 먼저 접수한 사람도 3시간 만에 겨우 격리실이 비어서 방금 들어갔다고 했다. 마냥 대기할 수  없어서  PCR 검사와 열이 떨어지게끔 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다.

아이가 PCR 검사하는 것을 봤다. 입을 벌려 구강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코를 찔러 또 한 번 검체를 채취했다. 결과는 다음날 정오쯤 나온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막둥이는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으로 격리되었다.


다음날, 오전엔 전날 함께 놀았던 막둥이 친구 엄마에게 전화로 이 소식을 알렸다. 하필 전날 모여서 놀았고 떡볶이도 먹었다고 했다. 혹여 그 아이들도 아프면 어쩌나 몹시 걱정이 됐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아직까지는 증상이 없고 곧 PCR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 아이의 쾌차를 바란다는 감사한 말씀을 해 주셨다.


정오가 약간 지나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곧 보건소에서 안내전화가 갈 거라고 했다. 그 후 세 아이의 학교며 학원에 전화를 돌렸다. 새 학기를 앞둔 하루 전에 코로나 확진을 받으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이들의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전화로 먼저 인사를 하게 됐다. 방역지침상 큰 아이들도 등교중지였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화상수업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추후 연락을 다시 주시기로 했다. 여기저기 통화하고 나니 급한 불은 끈 것 같다.


그 후엔 동거가족이라 PCR 검사를 받으라는 보건소 안내 문자대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시청 앞 코로나 검사소 앞에 가서 깜짝 놀랐다. 대기하는 사람들의 줄이 몹시도 길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이 넘게 기다린 후 검사를 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단골로 이용하는 카페에서 달달한 음료수를 포장하려고 했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혹시나 폐가 될까 싶어서였다.  


운영하는 가게는 두 곳 모두 문을 닫았다. 문을 닫으니 미처 꺼놓지 못한 배달앱의 알이 계속 울려댔다. 쉬지 않을 때는 쉬고 싶어서 안달이더니 막상 쉬려니 뭔가 허전했다.  


막내의 열은 점차 내려갔다. 38도에서 37도로. 그리고 또 36.5도로.

처방해온 약을 열심히 먹어서인지 병의 정점을 찍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다행이었다.


막내를 제외한 우리는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음성이어도 막내의 자가격리기간 동안 함께 집콕을 해야 하지만 별일 없이 잘 지나가리라 믿는다.


이제 코로나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나마 예전처럼 누구 탓을 하며 비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봄이 오고 날이 따뜻해지고 코로나가 햇살에 아이스크림 녹듯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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