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 Feb 17. 2022

내 친구 이야기

여자들의 수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전화통화를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는 직장 동료로 만났다. 그런데 함께 근무한 6개월 남짓의 기간보다, 아이를 낳은 후 육아를 하며 담뿍 친해졌다. 물리적 거리가 있다 보니 직접 만나는 것보다 전화로 소통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나의 큰아이들과 친구의 큰아이는 한 살 차이가 났고 서로의 막둥이들은 동갑이었다. 그래서인지 육아를 하면서 공감도 많이 했고 이해도 많이 했다. 힘들 때 우린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였다.


우린 성격도 비슷다. 나에게는 엄격하지만 남에게는 관대하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남들이 다 쭈뼛거리며 망설이고 있을 때면 꼭 내가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망할) 책임감을 느끼며 기필코 해결을 해내고야 만다.

 

출처 - 픽사 베이


좋아하는 것들도 비슷하고 설거지를 쌓아두고 몰아서 하는 게으름까지 비슷해서 우린 정말 도플갱어라고 할 정도로 꼭 닮아 있었다. 생각으로는 집을 열 채도 더 지었을 거라고 말하지만, 정작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실행력을 가진 우리는 비난이 아닌 위로와 격려로 서로를 보듬었다.


우리의 기준은 서로가 되어 '세상에 나보다 더 게으른 사람이 없겠다'라는 말에도 '너보다 더 게으른 내가 있으니 걱정 말라'라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럴 땐, 내가 형편없는 사람이어도 꽤 괜찮은 사람이 된 듯 안심이 됐다.



우린 책 읽기도 좋아한다. 서평을 쓰려해도 왠지 어려운감이 있어 선뜻 써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독서모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가 읽은 좋은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어떤 책은 폭탄이니 피하라는 조언도 다. 그렇게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다.



 친구는 내가 어떠한 주제를 꺼내도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보따리를 꺼내놓는다. 방물장수가 보자기를 풀며 그 안에 들은 물건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듯이, 친구는 내가 어떠한 이야기를 꺼내도 잘 호응하며 썰을 풀어놓는다. 가끔은 그녀의 박식함에 놀라기도 하고 거침없는 입담에 즐겁기도 하다. 그리고 마치 어제 일인 듯 풀어내는 지나간 일에 대한 그녀의 기억력은, 당사자인 나보다 세밀하고 정확해서 나의 머리 나쁨을 한탄하게 만들기도 한다.(친구야, 내가 겪은 일인데 왜 네가 겪은 듯 더 생생하게 말하는 거니?ㅋㅋ)



무슨 일이 생기면 호응 없이 듣고만 있는 남편보다 훨씬 격한 반응으로 맞아주는 친구가 있어 늦은 밤이라도 친구에게 전화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기도 한다.

아, 이 친구라면 이런 반응을 보여줄 텐데.

아, 이 친구라면 이렇게 말해줬을 텐데.

마치 친구의 리액션과 추임새가 눈앞에 그려지기도 한다.



한없이 늘어져 있을 때도 한 발만 더 움직이라는 친구의 말에 웅크렸던 몸을 펴기도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한동안 글을 안 썼더니 브런치 앱에 '독자들이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알림이 떴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불현듯 이번에는 꼭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며 동네 뒷산을 올랐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빈둥대던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친구 때문에 늦은 밤 자판을 두드린다. 그래, 쓴다. 써!


친구야, 이번 다이어트는 성공하자! 나도 글을 더 열심히 써볼게! 우리 파이팅 하자!!


출처-픽사 베이


작가의 이전글 옥수수 스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