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막내 아이가 나를 깨웠다. 늦잠을 자려던 나는 살짝 짜증이 났다. 성장기라 유독 식욕이 왕성한 아이라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어 머리맡에 서있는 아이를 올려다보았다.
"엄마, 나 머리가 너무 아파."
아이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화들짝 놀라 재빨리 체온계를 찾았다.
39.4
황급히 해열제를 찾아 아이에게 먹였다. 배고프다는 아이의 말에 빨리 아침을 먹였다. 그리고 체온을 재고 물을 먹이고 또 체온을 재고 열이 1도라도 떨어지길 바랐다. 아이는 몸이 힘든지 내내 잠을 잤다. 그런 아이의 이마를 슬며시 짚어보았다. 이마는 여전히 뜨끈뜨끈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난 아이는 또 배가 고프다고 했다. 이마를 짚어보니 아직도 뜨겁다. 또 체온을 쟀지만 온도계의 온도는 내려갈 줄 몰랐다. 또 밥을 먹이고 약을 먹이고 춥다는 아이를 달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얇은 옷으로 갈아입혔다. 그리고 외부에 있는 남편에게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사 오라고 했다.
다급한 마음이 앞서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이 집에 들어서자마자빨리 검사를 하라고 재촉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자가진단키트의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한 후 아이의 코 깊숙이 면봉을 찔렀다. 제대로 찌르지 못하면 검사 결과도 정확하게 나오지 않고 또 검사를 해야 해서 한 번에 잘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 약한 나 대신 남편을 시킨 것이다. 최소 15분에서 3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희미하더라도 2줄이 나오면 양성이라고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그 시간은 정말 더디게 흘러갔다.
결과는 한 줄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
출처 - 픽사 베이
39.6
아, 정말 미치겠다.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은 더해갔다.
결국 응급실에 가기로 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열이 있어서 건물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응급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앞에서 상황을 들으니 격리실이 모두 찬 상태라서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대기 시간도 알 수 없고 우리보다 먼저 접수한 사람도 3시간 만에 겨우 격리실이 비어서 방금 들어갔다고 했다. 마냥 대기할 수 없어서 PCR 검사와 열이 떨어지게끔 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다.
아이가 PCR 검사하는 것을 지켜봤다. 입을 벌려 구강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코를 찔러 또 한 번 검체를 채취했다. 결과는 다음날 정오쯤 나온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막둥이는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으로 격리되었다.
다음날, 오전엔 전날 함께 놀았던 막둥이 친구들 엄마에게 전화로 이 소식을 알렸다. 하필 전날 모여서 놀았고 떡볶이도 먹었다고 했다. 혹여 그 아이들도 아프면 어쩌나 몹시 걱정이 됐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아직까지는 증상이 없었고 곧 PCR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 아이의 쾌차를 바란다는 감사한 말씀을 해 주셨다.
정오가 약간 지나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곧 보건소에서 안내전화가 갈 거라고 했다. 그 후 세 아이의 학교며 학원에 전화를 돌렸다. 새 학기를 앞둔 하루 전에 코로나 확진을 받으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이들의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전화로 먼저 인사를 하게 됐다. 방역지침상 큰 아이들도 등교중지였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화상수업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며 추후 연락을 다시 주시기로 했다. 여기저기 통화하고 나니 급한 불은 끈 것 같다.
그 후엔 동거가족이라 PCR 검사를 받으라는 보건소 안내 문자대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시청 앞 코로나 검사소 앞에 가서 깜짝 놀랐다. 대기하는 사람들의 줄이 몹시도 길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이 넘게 기다린 후 검사를 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단골로 이용하는 카페에서 달달한 음료수를 포장하려고 했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혹시나 폐가 될까 싶어서였다.
운영하는 가게는 두 곳 모두 문을 닫았다. 문을 닫으니 미처 꺼놓지 못한 배달앱의 알림이 계속 울려댔다. 쉬지 않을 때는 쉬고 싶어서 안달이더니 막상 쉬려니 뭔가 허전했다.
막내의 열은 점차 내려갔다. 38도에서 37도로. 그리고 또 36.5도로.
처방해온 약을 열심히 먹어서인지 병의 정점을 찍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다행이었다.
막내를 제외한 우리는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음성이어도 막내의 자가격리기간 동안 함께 집콕을 해야 하지만 별일 없이 잘 지나가리라 믿는다.
이제 코로나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나마 예전처럼 누구 탓을 하며 비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나마 다행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