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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롱 Jun 18. 2020

기록의 중요성

최근에 대학교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첫 카톡의 내용은 "야, 이때 기억나?"로 시작하여 수많은 사진을 카톡방에 보냈다. 그 사진들은 모두 2014년부터 2018년, 그러니까 우리가 대학에 다닐 때의 모습이었다. 풋풋했던 1학년의 모습부터 함께 공모전을 준비하다 때려치우고 술을 마시고 만취해서 찍은 사진. 지금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지만 모든 사진에 있는 나는 나 그 자체였다.


사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친구들이 그땐 그랬지. 이야기를 해도 정말 그랬었니? 다시 되묻는 편이다. 미안하지만 중학교 시절에 같은 반 친구들 조차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기억력이 꽝인 내가 내 기억을 붙잡기 위해 시작한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록'이다. 


대학교 1학년 2학기 때 한 교수님은 과제로 네이버 블로그 만들고 운영하기.라는 과제를 내주셨다. 일주일에 한 편 이상의 글을 올릴 것. 학기말에 과제를 평가했을 때 한 번이라도 밀렸다면 최고 점수는 c+. 어마 무시한 경고에 나는 당장 블로그를 팠고 당시에는 다른 파워블로거들처럼 생활에 유용한 정보라던가, 제품 리뷰 등을 했었다. 매일 같이 그런 글을 쓰다 보니 블로그를 하는 게 지겨워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라기보다는 주기라고 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지만,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찍었던 사진들을 블로그에 정리해 짧은 글을 첨부해 올리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도 셀카를 올리는데 블로그에도 올릴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마음으로 부담감 없이 아무 사진이나 막 올리기 시작했고 내 블로그는 어느새 내 일상의 기록 아카이브가 되었다.  이전에는 내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게 창피하고 그것을 어딘가에 전시해놓는다는 게 부끄러웠었는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좀 더 어렸을 때부터 내 모습을 담을걸,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이전의 글들을 다 지우지 말걸, 이라는 후회가 계속 몰려왔다. 


이 글을 쓰기 전에도 대학 친구와 만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블로그를 읽었는데 그 당시 내 감정과 나도 잊고 지냈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그 글을 읽는 순간, 그 사진을 찍었던 그때 그 당시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블로그는 습관이 되어 부담스럽지 않게 매일같이 사진을 올리고 임시저장을 해놓고, 주말이나 한 주를 마무리하고 시작할 때 블로그 어플을 켜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적는다. 처음은 힘들지 몰라도 기록이라는 것을 습관화하니까 이렇게 좋구나. 를 요즘 들어서 느끼고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되니까 오늘 당신도 당신의 기록에 첫 발걸음을 내디뎌 보는 건 어떨까? 그 기록이 모이고 모이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증명해주는 자산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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