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면
몇 개월 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은 그대로였다. 언제나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내 이름을 불러주던 친구도 있었고, 조용히 맞장구만 쳐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7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긴장된 모습으로 처음 만난 어색했던 우리는 이제는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됐다. 변한 게 없어 보였던 우리 다섯 명이었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우리는 많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나와 달리 내 친구들은 공부만 하는 범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가수를 보기 위해 땡땡이를 치고 서울에 올라갔던 나와 달리 내 친구들은 땡땡이 한 번 치지 않고 항상 교실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책들만을 바라봤다. 성격이 다른 우리 다섯 명 모두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공부만 하던 내 친구들은 현재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시를 준비 중이거나, 약사가 되기 위해 peet 시험을 준비 중이다. 나는 할 수 없는 일을, 그 친구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 시험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던 우리가 지난 주말 오랜만에 만나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함께 친구네 집에 모여서 놀았던 것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행복'이라는 주제가 나왔는데, 항상 밝게 웃고 크게 떠들던 친구가 눈물을 흘렸다. 자기는 너무 행복하지 않다고.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뜨기 싫었던 날이 있다고. 친구의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언제나 밝은 친구였기에, 그런 속사정이 있을 줄 몰랐다.
우리는 모두 끝이 없는 길에 서 있는 것 같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길에서, 잠시라도 쉬고 싶어 털썩 주저앉으면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한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나는 그저 잠시 쉬고 싶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포기했다고 칭한다. 이런 사람들의 눈길 속에 우리는 눈치를 보면서 무력감에 가득 찬 하루하루를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살면 가장 먼저 잃어가는 것은 바로 자신감과 자존감이다. 내가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겨도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 '이걸 할 시간이 있을까? 그냥 포기하자.'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계속할수록 나는 실패한 인간이 된 것 같은 패배감에 사로잡힌다.
오랜 준비를 요구하는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준비하고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안돼. 라는 생각보다는 이 일을 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 해방구를 마련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하는 것이 있다고 다른 것을 즐기지 못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그들보다 나를 중요시 여기고 나의 본질을 잃지 말자.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내가 이 기나긴 여정을 끝내기 위해서 필요한 활력소는 무엇인가? 내가 이 일을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한가? 힘들더라도 이 길의 끝이 허무할까 아니면 행복할까?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가 사는 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도 대답하며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