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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롱 Jul 09. 2020

필름 카메라

약 5년간의 필름 사진 생활에 대하여

나는 원래부터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으며, 대학교에 올라오자마자 한 일은 남대문에 가서 dslr을 산 것이었다. 그 카메라로 학부시절 다양한 사진을 찍기도 했고 학회에서 많은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언제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20살 이후의 나는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을 찍어주는 걸 좋아했고, 나의 모습을 담는 걸 좋아했다. 


연예인을 찍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고, 사람을 찍는 걸 좋아했던 지라 다양한 디지털카메라에 관심을 가졌고,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8000장 정도를 찍기도 했었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느새 나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에도 벅참을 느꼈고 소중한 순간이라고 담았던 그 사진들은 너무나도 비슷한 장면이 담겨있어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모습은 바로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맘에 들 때까지 계속 촬영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 속의 내 모습이 바로 내 본연의 모습일 텐데 그 모습을 부정하며 계속해서 포토샵을 하고, 최대한 이쁘게 나오려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금처럼 필름 붐이 일어나기 전, 어느 날 갑자기 필름 카메라를 구매했고 첫 롤을 찍는 순간 나는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사진 찍는 순간의 신중함. 현상을 하러 가서 그 사진이 나오기 전까지의 두근 거리는 감정. 내가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촬영되는 것. 그러니까 익숙지 않은 신선함에 푹 빠지게 된 것이다. 

첫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

그렇게 필름 카메라에 빠지고 난 뒤 여러 번 카메라를 바꾸기도 했고 필름의 종류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으며 올해에는 나를 위한 생일 선물로 중형 필름 카메라 (일반 필름 카메라보다 필름 크기가 큰 포맷)를 구매하기도 했다. 항상 짧고 굵게 빠지던 나였는데 필름 카메라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에 빠져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다. 이제는 그저 애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필름 카메라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아카이빙 하고 싶어 졌다.  한 사진사의 인터뷰에서 매일 같이 필름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딸의 모습을 담는다는 글을 봤다. 나도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 

필름 생산이 중단되지 않는 한, 나는 앞으로도 계속 필름으로 나의 순간순간을 담을 것이다. 꾸며지지 않은 나의 순수한 모습을 담아 먼 훗날 마주한다면 정말 근사한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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