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뇨롱 Mar 19. 2020

꾸준함도 실력이야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어.

어린 시절부터 산발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걸 좋아했다. 호기심이 강한 탓에 이것저것 일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게 내 특징이었다. 그림 그리는 걸 시작하면 글도 쓰고 싶고, 갑자기 종이접기도 하고 싶어서 방과 후 수업을 세 개나 신청했다가 결국 학기가 끝나갈 때쯤에는 그 어느 수업도 나가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긍정적이었던 나는 이런 것도 다 좋은 경험이라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거니 좋은 거 아니겠냐며 내 돈과 시간을 날렸고, 경험은 했지만 스킬은 부족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내 친구 중에 한 명은 정말 나와 반대되는 사람인데, mbti로 따지면 그 친구는 J인간이었고 나는 전형적인 P인간이었다. (J인간과 P인간을 일반화하려는 생각은 절대 없다. 그냥 예시를 드는 것뿐이다.) 항상 그 친구는 자신이 맡은 하나의 일을 끝내고 나면 다른 일에 돌입했고, 나는 이걸 하다가 다른 일을 하고 싶으면 재빨리 방향을 트는 사람이었다. 그 친구와 함께 시작한 영어교재를 그 친구는 다 끝내갔을 때쯤, 나는 교재 앞 다섯 장 정도를 풀고 난 뒤 다른 책에 흥미가 생겨 서점에서 다른 책을 사서 공부하고, 또 반복해서 책을 사고 있었다.  문제집 한 권을 끝낸 적이 없는 나는 그 친구를 부러워했지만 여전히 내 성격을 바꿀 마음은 없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넓고 얕은 경험이 아닌 넓고 깊은 경험일 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런 나의 성향을 고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노력 없이 실력이 느는 건 아무것도 없어. 꾸준함도 실력이야. 노력해야 꾸준해질 수 있어. 과정을 수행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만 바라는 건 이기적인 거야."


아, 그래. 나는 내가 꾸준해지려는 노력 없이 그저 꾸준해지고 싶었구나. 갑자기 머리를 맞은 것처럼 띵해졌다.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난 뒤 나는 '꾸준한 실력'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1. 내가 좋아하는 일부터 꾸준히 해보자.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라던가, 하기 싫은 영어공부를 열정적으로 꾸준히 하려고 하면 금방 질리기 십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부터 꾸준히 하는 연습을 하자. 내가 좋아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과 다이어리를 꾸미는 일이다. 그래서 매일 하루에 30분 이상 독서를 하고, 하루도 밀리지 않고 일기를 쓰기로 했다. 기특하게도 2020년 1월 1일부터 저녁 7시부터 30분 동안 책을 읽고, 저녁 11시에 책상에 앉아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쓰고 있다. 술 약속이라던가 부득이하게 집에 늦는 날이 있으면 다음 날 아침에 1시간 일찍 일어나 이 일들을 하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밀린 적이 없다. 이 정도면 반은 성공한듯하다. 


2. 매일이 어렵다면 매주, 매달도 괜찮다.


사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의 평소 일과가 루틴적이라고 해도 어떻게 매일 똑같을 수 있을까? 그럴 때는 매일이 아닌 매주, 매달로 주기를 바꿔보자. 매일 하다 보면 지칠 수도 있다. 나에게는 운동이 그런 존잰데, 항상 다이어트를 위해 굳게 마음을 먹다가도 집에만 들어오면 침대에 벌러덩 눕고 싶어 진다. 매일 운동이 힘들다면 매주 시간을 정해서 해보는 건 어떨까? '그래, 일주일에 한 번 정돈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라는 용기와 함께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3. 약간의 강제성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 생각이 있었지만 공개된 플랫폼에 올리기엔 용기도 없었고, 사실 주기적으로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귀찮았다. 그럴 때 지인분이 자신의 SNS에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봤고, 몇 분 고민하다가 신청했다. 보증금을 내고 매주 똑같은 시간에 자신의 컴퓨터 혹은 스마트 기기 앞에 모여 글을 쓰는 모임이다.  돈이라는 건 어떨 때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된다. 내가 하고 싶다는 약간의 용기와,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결합되면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온라인에 내 글을 공개하고 있는 것 자체가 그 증거 아닐까?




꾸준함도 실력이지만, 꾸준해지기 위해 노력한 지 어언 3개월 나도 이제는 조금 꾸준한 인간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깊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해보려고 한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고, 이제는 내가 경험할 것들의 넓이보다 폭이 중요하기에. 폭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나는 더욱더 꾸준해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 우리는 남았기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