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아니라 내책내읽: <너, 내 소비자가 돼라> 작가의 셀프 회고
좋은 제품을 만들었으니 알아서 사람들이 찾아주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배를 움직이지 않고 대어를 잡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배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끌고 바다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진짜 ‘성공’이라는 끝에 도달할 수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내 인생 첫 책 <너, 내 소비자가 돼라>가 출간된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서점에 내 이름이 적힌 책이 놓여 있는 게 한동안은 참 신기했다. 하지만 네 번의 계절이 지나고, 작가님이라는 낯선 호칭에 적응하기도 전에 마주한 '현실'이라는 급류. 퇴사와 이직, 프리랜서와 직장인 사이에서 정체성은 계속 흔들렸고, 바쁜 일상 속에서 내 책을 돌볼 마음의 여유를 내지 못했다.
한동안 내 책을 다시 들춰보지 못했다. 처음엔 퇴고 과정에서 수십 수백 번 읽은 것만으로도 지쳐서였고, 그다음엔 ‘내가 이런 말을 책으로 내도 되는 사람인가?’ 하는 자격지심 때문에.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는 괜히 부끄럽고 민망해서였다. 트렌드는 계속 변했고, 내 커리어도 그 사이 자라났다. 시선이 달라지면서, 책 속의 문장들이 괜히 창피한 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모질게 외면했던 것 같다.
그렇게 외면하던 책을 다시 펼치게 된 계기는 부끄럽지만 인세 정산 때문. 반기마다 찾아오는 정산 메일을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열었는데 다소 충격이었다. 단지 절반 이상 뚝 떨어진 정산 금액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내 책을 찾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던 건, 나조차도 이 책을 아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글일 텐데. 내가 더 이상 꺼내지 않고, 이야기하지 않으니 세상에서도 점점 잊혀가는 듯했다. 내가 안 챙기면 다른 누구도 챙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 책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책을 다시 읽기로.
부끄러운 내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뜻밖에도 대견한 구절들이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썼다고?” 싶을 정도로. 트렌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팁도 있었고, 지금의 나로선 더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도 보였다. 물론 고치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내가 지나온 흔적이니까.
최근 내 책을 다시 펼치며 발견한 문장들. 내가 1년 전에 했던 말들이 다시 돌아와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니. 참 신기하다.
'나'를 발견하도록 만드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발견해 주었으면 하는 대상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오프라인 부스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제품을 인지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것처럼 말이다. (p.41)
간혹 내 제품에는 셀링 포인트가 없다고 생각하는 담당자들이 있다. 내가 팔아야 하는 제품이긴 하지만 너무 평범하고, 남들과 다르지 않아서 딱히 차별점이라고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셀링 포인트는 분명 모든 제품에 존재한다. 이 세상에 100% 똑같은 제품은 없다. (p.47)
제품을 만들 때 내렸던 결정들, 부자재를 선택하며 추구했던 방향성이 모여 '제품 철학'과 스토리가 되어준다. 제품의 특징과 그 특징이 탄생한 배경을 같이 들려준다면 쉽게 지나칠 법한 그저 그런 특징도 하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p.88)
브랜드는 한순간에 뚝딱하고 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키워나가는 것이다. 사람의 말투나 취향이 담긴 '나 다움'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듯, 브랜드도 계속 말하고 '브랜드다움'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p.101)
작가가 자신의 책을 다시 읽는다는 건, 어쩌면 다시 쓰는 일과 비슷하다. 그래서 앞으로 이 책을 다시 쓰듯, 하나씩 이야기해 보려 한다. 내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내 독자를 다시 만들어가야지.
너, 내 소비자가 돼라. 아니 내 독자가 돼....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