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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수첩 Jan 11. 2018

인과병과 스케이트

 오늘은 별 이유없이 무너졌다. 아침에 늦잠을 잤는데 출석체크 할 시간은 간신히 남아 있어 출석체크만 하고 다시 내려와서 오후까지 잤다. 우울해하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너진 이유를 찾다가, 관뒀다. 나는 아마 인과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나의 행동을 설명해 줄 적당한 이유가 없으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하는 병. 내가 현실을 전혀 놓지 못하는 이유가 모두 인과병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냥 그럴수도 있지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힘이 내게는 절실하다.


요새는 한파 때문에 늘 길이 얼어있다. 도서관 오가는 길은 언덕이라서 종종걸음을 하게 된다. 아침에 버스에서 내리면 사람들은 모두 펭귄이 되는데 요새는 롱패딩을 많이 입으니까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있는 사람은 진짜 펭귄같다. 스케이트가 있으면 참 편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사실 스케이트를 전혀 못 탄다.


삶이 운동화와 스케이트를 잘못 신고 있는 느낌이다. 얼지 않은 땅에서는 스케이트를 신고 있어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것이 조심스럽고 얼음판에서는 운동화를 신고 있어 미끄러지고 다친다. 제때 맞는 신발을 신을 방법은?

렇게 좋은 게 있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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