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 목요일은 과외를 가는 날이다. 공부시간이 부족하지만 돈은 더 부족하다. 신기하게도 돈은 부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계속 계속 부족하다. 그래서 과외를 그만둘 수는 없다. 덜 부족한 건 더 부족한 것 앞에서는 강제로 풍족해야 한다. 나는 무엇이든 잘 인내하는 편인데 목요일 저녁이 되면 삶이 좀 버겁다. 5시까지 공부를 하다 대충 햄버거를 먹고 퇴근길 지하철에 끼여 과외를 가다 보면 말이다. 오늘도 꽉 찬 사람들 사이에서 억지로 숨을 쉬며 과외를 갔다.
10살 때 나는 처음으로 이스턴 영어 학원을 다녔다. 학원 같은 것 원래 잘 안 다녔는데 엄마가 영어는 미리 배워야 한다고 했고 공부를 싫어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간 거였다. 엄마는 학원 가는 내게 꼭 천원이나 이천원을 쥐어줬다. 학원 다녀오는 길에 두 블록 정도 떨어진 시장에 들려 두부나 콩나물 같은 저녁 찬거리를 사오게 한 것이다.
학원가방을 메고 두부를 손에 들고 두부가 깨지지 않게 조심조심 집으로 돌아오던 날이 떠올라서 잠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숨막히는 지하철에서 말이다. 사실 조금은 현실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했다. 검은 비닐 안에 든 두부는 아래위로 움직이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앞뒤로 움직인다. 두부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다보면 늘 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어려웠다. 횡으로 종으로 횡으로 종으로. 이십대를 훌쩍 넘긴 지금도 무언가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균형 잡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삶이 전적이다, 라는 말이 좋다. 하루에도 백번씩은 곱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