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싼타로 의심받는 엄마, 아빠를 위한 대처방안~
작년 크리스마스 때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혹시, 엄마, 아빠가 싼타할아버지 아니에요?”
바로 몇 분 전에, 두 아이들은 거실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놓인 선물을 뜯어보았습니다. 산타할아버지께서 지난밤에 두고 가신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선물포장을 뜯어보는 사이 사이에 거실 천장을 향해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싼타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진짜, 진짜 고맙습니다!”
“올해도 찾아오셨네요! 얏호!”
녀석들은 천장이 아닌 하늘을 향해 외친 듯 했습니다. 아마도 싼타할아버지가 하늘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계실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흐뭇하게 웃으며 아이들의 상기된 표정과 몸짓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서로를 향해서 윙크를 주고 받았지요.(그 ‘윙크’의 의미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신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부모라면 모두들 다 아실 겁니다.)
“누나, 이건 누나 앞으로 온 선물 같아.”
“그래? 아! 이건 너가 좋아하는거네. 네꺼 같아. 자, 여기.”
누구 앞으로 왔는지 이름이 적혀있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용케도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며 선물주인을 찾아주고 있었습니다. 싼타로 부터 받은 자신의 선물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바로 그 때였습니다.
우리집에서 눈치가 빠르기로 소문난 둘째가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싼타할아버지가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와 같은 반에 있는 친구한테서 전해들은 말도 있다고 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서 트리 밑에 가져다 놓는다는 말이었습니다.
아들의 말을 듣고 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남편은 머쓱하게 웃으며 아내를 쳐다보았습니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선물 포장을 담당했던 아내는 눈치 빠른 아들을 키우는 엄마답게 순발력있게 받아쳤습니다.
“어? 그걸 어떻게 알았지? 으아...들켜버렸네.”
그러고 나서 남편을 향해 말했습니다.
“여보, 이제 내년부터는 선물을 준비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다행이죠! 그쵸?”
그러자,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아들은 생각의 방향을 돌렸습니다.
“아니야. 엄마, 아빠일 리가 없어!”
그제서야 한숨을 돌린 남편이 아들을 향해서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들의 답변을 듣고 보니 우리 부부가 싼타할아버지라고 의심을 받을 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보세요. 이 선물 뒤에 한글로 쓰여 있잖아요. 싼타할아버지는 외국에 사는 사람인데 장난감 공장에서
선물을 만들었으면 영어로 써 있어야 하잖아요?”
“아하! 듣고 보니 그렇네! 네 말이 맞다!”
싼타의 거주지와 그가 운영하는 장난감 공장, 그리고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 마치 탐정인 양 자기만의 논리를 펼쳐가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동심(童心)’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그 예쁜 마음에 우리 부부는 그저 맞장구를 쳐주며 사랑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 아빠를 싼타로 지목한 이유를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엄마, 아빠가 마트에 가서 이 장난감을 사 온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어요. 우리반 친구들 한테서도 그런 말을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선물박스에는 우리말이 한가득 쓰여 있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죠. 한국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을 ‘신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사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눈치 빠른 아들 녀석을 키우면서도, 상상력까지 풍부한 엄마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혹시, 한국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서 싼타 할아버지께서 선물박스에 한국말을 적어서 보내신 건 아닐까? 만약 엄마, 아빠가 선물을 샀다면 너희들한테 들키지 않았을까?”
“아하!”
아들은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발명의 왕 에디슨에게 영감이 찾아왔을 때 그가 외쳤을 법한 커다란 감탄사를 터뜨렸습니다. 아이의 반응에 신이 난, 상상력이 풍부한 엄마는 진심을 담아 몇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얘들아, 사실 싼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에만 오시는 분이 아니란다. 이 세상에 너희들이 태어날 때부터 마음속에서 늘 함께 하고 계셨어. 그리고 지금도 지켜보고 계시지. 실은, 엄마와 아빠의 마음속에도 계셔,”
“그런데, 왜 엄마, 아빠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지 않아요?”
이번에는 눈치 빠른 동생의 누나인 딸이 받아쳤습니다. 동심이 가득한 눈빛을 가진 남매를 바라보며 엄마는 따뜻하게 말했습니다.
“싼타할아버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물도 주시거든. 그 선물이 사실은 더 크고 의미가 있지. 어른이 되면 그 선물을 받게 돼. 엄마는 크리스마스가 아닐 때도 선물을 받고 있어. 어쩌면 엄마, 아빠에게 딸과 아들로 찾아온 너희들도 싼타할아버지가 보낸 선물이었는지도 몰라. 엄마는 그렇게 믿고 있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곁으로 와서 엄마를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눈치 빠른 아들은 아빠 쪽을 향해서도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빠도요…”
몇 일 후면 크리스마스입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눈에 보이는 선물을 받게 되든 그렇지 못하든지 간에 우리의 마음 안에는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합니다. 그 사랑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 키워가는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스스로를 더 깊이, 더 뜨겁게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랑이 당신의 분신인 자녀에게도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인생에 찾아온 모든 인연과 사건과 물건들에 감사하세요.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연중 365일 무휴로 일하고 있는 싼타의 선물인지도 모릅니다.
‘잠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낼 때 장난할 때도, 싼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데~’
캐롤송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2017.12.21.목요일
크리스마스를 몇 일 앞두고
《성장하는 엄마 꿈이 있는 여자》의 저자,
따뜻한 수다쟁마미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