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너를 안을 수 없어
딩딩디디딩~ 달칵~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진단키트에 빨간 두 줄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엄마, 나 왔어!”
벌컥 현관문을 여는 딸에게 소리친다.
“ 엄마한테 오지 마, 마스크 벗지 말고 바로 니 방으로 들어가!”
“ 왜 엄마, 왜?”
“ 당장 들어가, 문 닫아! 엄마 양성인 거 같아!”
닫힌 방문 사이로 딸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영문도 모르는 딸의 울음소리에 정신이 아득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안고 싶은데, 안을 수가 없다. 문을 열 수 없다.
“쿵쿵쿵.. 엄마, 전화받아봐, 엄마!”
벌써 퉁퉁 눈이 부은 딸이 핸드폰 액정에 떠있다.
“엄마 어떡해 어떡해, 엄마 코로나야? 왜? 어떡해”
눈물을 닦아 줄 수 없다.
같이 울 수가 없다.
불과 오 분 전까지만 해도 이 사태를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내가 먹다 남은 김밥, 쓰던 젓가락, 마시던 컵이 식탁 위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바이러스덩어리! 집안 구석구석에 나의 바이러스가 그대로 묻어 있을 것이다.
“미안해, 엄마 지금 못 안아줘. 울지 말고 엄마 봐, 엄마 카메라 켜 놓을게 엄마 봐, 엄마 여기저기 바이러스 묻은 거 소독하고 방으로 들어갈게. 너 절대 나오지 마.”
아이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울고 있었고, 나는 영상통화를 켜 두고, 부랴부랴 식기들을 싱크대에 넣고, 소독하고, 살균수를 뿌리고, 그래도 믿을 수가 없어 뜨거운 물을 팔팔 끓여 부었다. 집안 구석구석 소독액을 분무하고, 창을 열고 나니 소식을 들은 남편이 헐레벌떡 도착했다.
“진단키트 양성이라고?”
“당장 애 데리고 검사받으러 가, 나 보지 말고 바로 나가.”
황급히 남편과 딸을 내보내고, 현관을 빠져나가는 남편과 딸을 마중하지도 못한 채, 악귀라도 물리칠 듯, 소독액을 온 집안에 분사했다.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제부터 여긴, 통제구역, 접근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