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규 Jan 11. 2017

세월호 "해경, 구조작업을 하기는 했나?"

(1) 초기 구조활동


아수라장 속에서 안행위 소속 기관인 소방방재청 산하 119 중앙구조본부 캠프를 찾았다. 구조상황을 물어봤는데 구조활동은 해경과 해군이 하고, 119는 사체 유실 방지를 위해 주변 해역을 선회하며 감시작업을 한다고 한다. 응, 이건 뭐지?

중앙구조본부에는 제주 출신의 타고난 심해잠수사를 포함 20명 정도의 수난 전문 잠수사들이 있는데 왜 이런 베테랑 요원을 투입하지 않지?

의원실의 여러 차례 요청에도 안 주는 건지 못 주는 건지 해경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5월이 되어서야 받은 ‘일자별 잠수사 투입 기록’을 소방방재청의 ‘잠수대원 현장활동 세부내역'과 비교해가며 검토했다. 역시 16일, 17일, 18일 처음 3일간 119 잠수사들은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사건 4일째인 19일, 그것도 저녁 한 차례 투입이 첫 잠수였다.

해경은 초기 구조에서 가용할 수 있는 역량조차 투입하지 않았다. 생존자 구조의 의지는 있었던 것일까? 실제 세월호 침몰 이후 단 1명도 건져내지 못했다.


(2) 사고당시 구조활동


17일 낮에 팽목항에 나와있던 어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 같이 정부당국을 성토하는 말이었다.

"해경 배는 한 일이 없어.
연락 받고 주변에 있던 우리가 가서 학생들 죄다 건져줬어."


난 처음에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워낙 큰 사고에서 해경의 눈부신 활약이 없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후 사고내용과 구조과정을 검토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첫째, 해경 123정의 행동이다. 어떻게 정확하게 조타실로 갔을까? 어떻게 그곳에 승무원들이 탈출 대기 중인 것을 알았을까?


보통 구조선이 출동하면 조난 당한 배 주위를 한바퀴 돌며 사람이 있는 곳, 가장 급한 곳을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구조 당시 영상에 123정은 곧장 뱃머리 조타실로 향한다. 그리고는 대기하던 승무원들을 전원 구조한다. 전원 구조가 이 대목에서만 들어맞는다는 것도 세월호 의혹 중 하나이다.


당시 구조 현장을 목격한 박승기 항해사(어업지도선 전남 201호)도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여객이 없는 배인 줄 알고 승조원들만 구조하는가 보다, 선박 직원들만"


둘째, 로이터 통신이 호송되어가던 세월호 승무원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South Korea Ferry Crew: We Were Ordered to Abandon Sinking Ship
A crew member on the sunken South Korean ferry said on Thursday she and her colleagues were "under command" to abandon ship while passengers were trapped on board.
"한국 선박 승무원 : 우리는 침몰하는 배를 포기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 그녀와 동료들은, 승객들이 배에 갇혀있는데도 배를 버리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NBC 방송이 로이터 통신의 인터뷰를 받아 2014년 4월 24일 내보낸 기사이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119구조본부 심해 잠수사들이 초기에 구조작업을 못한 것도, 해경 123정의 이상한 행동도 이 인터뷰에서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다.


승무원들은 배와 승객을 버리고 탈출하라는 명령을 받고, 해경은 정확히 달려가 승무원 탈출임무를 우선한다. 앞뒤가 딱딱 맞는 이 행동을 누가 지휘하고 명령을 내렸을까?


셋째, 2017년 첫 광화문 촛불에 나온 생존학생의 증언이다.


"여러분들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모두 구조된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저희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기울고 한 순간에 물이 들어와 머리 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저희를 도와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구조된 후 해경에게 배 안에 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구조해달라고 직접 요구를 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저희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팽목항에서 만난 해경들에게 몇번 들은 이야기가 있다.


"사망자가 훨씬 많은 걸 말하면 우리도 할 말이 없죠. 그런데 그 와중에 170명이나 구했잖아요. 우리가 아니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겠어요."
"실제 구조활동을 안해봐서 모른다. 워낙 급박한 순간이라 눈앞에 보이는 것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을 꺼다. 그만큼 구조한 것도 다행이다."


모든 해경 직원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진심 갖고 있다면 경고한다.

"당신들 아닌 다른 기관이 재난구조 활동을 했다면 대부분 살았을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월호 "피울음 천지 팽목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