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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Nov 29. 2020

싸움의 기술 3

3. 잔 매에 장사없다, 부지런히 주먹을 날려라.     


큰 거 한 방을 치고 싶은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한껏 휘둘러도 헛방이 될 뿐이다. 오히려 헛방이 되는 순간 제대로 역습을 당한다.

잔 매를 던져서 상대를 한 대라도 맞출 수 있다면 거기서 시작하는 거다.

잔 매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길러라.

기초체력을 다지고, 평상시 훈련에 힘을 쏟아라.

그리고는 부지런히 파고 들어라, 여기도 치고 저기도 치면 약한 고리가 드러난다.

어느덧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싸움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적폐판사들 명단은 사실 20대 국회 법사위 의원실에, 민변 사무실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러나 채이배 의원을 빼고는 누구도 공개하지 못했다.

아쉽게도 그 명단에는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 관여한 판사들이나 쌍용차, 전교조, 콜트콜텍 등 노동조합과 진보진영 탄압에 나섰던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이 제대로 망라되지 않았다.

사법농단 특별조사위에서 공개한 법원행정처 파일문서들, 채이배 의원 자료집과 민변 자료들을 최대한 모아 하나하나 검토해갔다.

모르는 사실이 나오면 주변 법조인들에게 물어도 보고, 인터넷 웹서핑을 하며 관련 사건과 판사들을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내란음모 재판과정, 당해산 과정, 지위확인 소송도 하나하나 되짚었다.

사법농단 척결투쟁은 전국팔도 적폐판사 지도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하고 난 후에 벌인 싸움이 아니다. 찾고 또 찾고, 묻고 또 묻고. 길을 만들어간 수많은 날들이 가장 치열했던 전투 과정이었다.




서초동 대법원 앞 농성도 전망이 좋고, 정세가 유리해서 시작한 투쟁이 아니었다.

오병윤 의원이 저놈들 그냥 두면 안된다며 대응 행동을 제안했다. 

법원행정처 비밀문건에는 재판거래의 사례로 이석기 의원 중형선고, 통진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각하를 명시하고, 비례 지방의원 퇴직취소 소송, 지역구 지방의원 소송사주 건 등 우리 사안을 다루는 비밀문건이 무더기로 나왔는데도, 언론사들은 내란사건이나 당해산 사건을 어떻게든 다루지 않고 배제했다. 

전직 의원단이 모여서 논의한 결과 사법농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대법원 앞 1인 시위를 하기로 하였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나오는데 오의원은 뭔가 찝찝하다며 천막을 치든 자리를 깔고 앉든 뭔가 더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날 점심식사를 하며 시작한 낮술에 대취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결연하게 싸움 의지를 모았기 때문이리라.

마침 이석기 의원 구명위에서도 전면전을 결의, 내란사건 출소자들과 전직 의원들이 의기투합하여 대법원 농성에 돌입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때는 이미 사법농단 투쟁에 대해 '더 이상 대중투쟁은 안된다.', '동력이 모이지 않는다.', '한 곳에 모여서 해도 시원찮을 판에 청와대, 광화문, 덕수궁 다 따로 놀고 있다.'면서 출로를 찾고 있었다.

대법관들 아침 출근에 맞춰 1인시위 하는 분들은 많아도,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횡한  대법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자는 건 어렵고도 과감한 결정이었다.     

2018년 6월 말부터 해서 그 더운 여름을 서초동 천막에서 보냈다. 잠을 자는 것도 고역, 낮에 정좌를 하고 앉아 있는 것도 고역, 이영춘 박민정 등 젊은 동지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지 정말 하루하루가 1년 같았다. 

더위를 먹어가며, 기진맥진해서, 빗물처럼 땀을 쏟아내며 지켜낸 두세 평 농성천막이 양승태를 기어이 구속시킨 대전투의 서막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3년 국정원 청문회도 그렇다. 통합진보당으로는 제보도 안 들어오고, 우리가 국정원 관련된 인맥도 없고, 망망대해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서울경찰청 사이버분석실 동영상을 하나하나 뒤지며 찾아낸 성과가 국정원 해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로 이어졌다. 이를 막기 위해 김기춘이 전격 비서실장으로 들어와 한편으로는 채동욱 검찰총장을 쫓아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란음모 사건, 정당 해산, 전교조 법외노조 등 공작정치와 사법농단에 매달렸지만, 그 길은 결국 파멸이었다. 통합진보당의 정치투쟁 한걸음 한걸음은 그렇게 격동치는 역사의 장면으로 승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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