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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물어보거나 요약서를 요구하라

모든 보고서는 한 장이든 백 장이든 근거와 결론으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시장조사보고서는 조사 내용이 근거고 시사점이나 의견이 결론이다. 사업기획서는 사업 타당성을 분석한 것이 근거고 사업 추진 여부나 추진 방법이 결론이다.


그런데 부하직원이 쓴 보고서 대부분은 근거를 한참 동안 주절주절 얘기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결론을 얘기한다. 그러다 보니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와 같은 반전영화처럼 최종 결론을 얘기하기 전까지는 근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결론을 몰라 근거의 의미를 모르니 근거가 옳은지 그른지 적절한지 부적절한지 알 수 없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결론까지 다 듣고 난 뒤 앞의 근거를 되짚어본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검토의 시간이 상당히 지났고 보고서에 토를 달 의욕도 떨어졌을 때다. 앞의 차분한 근거와 달리 끝의 결론이 비약적이라는 것도 이때 알게 된다. 게다가 부하직원은 보고서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기 논리가 더 단단해져서 내가 뭐라던 자기가 쓴 것이 옳다고 부득부득 주장한다.


그러니 부하직원이 보고를 시작하면서 근거를 먼저 얘기할 때는 잠시 멈추도록 한 뒤 결론을 뭔지 물어보거나 보고서에서 결론이 있는 쪽을 먼저 펼쳐 본다. 일단 부하직원이 내린 결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보고서의 첫 장에서 다시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근거가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는지, 다른 근거는 없는지, 앞의 근거와 뒤의 근거가 충돌하진 않은지 바로바로 검토할 수 있다. 시간을 줄이고 논리의 일관성을 지킬 수 있다. 


이와 같이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근거로 뒷받침하는 방식은 이미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문서 작성이나 보고 기법으로 많이 얘기해 왔다. 그런데 막상 검토자가 보고서를 직접 쓰면 희한하게 근거를 먼저 주절주절 쓰고 마지막 장에 결론을 쓴다. 소설이나 영화나 만화처럼 항상 기승전결로 구성한다. 막상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뜬금없어 보이고 설득이나 설명의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마치 시험 본 뒤 오답을 체크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런데 이게 인지상정이다. 보고는 마치 이런저런 사정을 듣고 마지막 처신을 바라는 재판과도 같아서 일단 이런저런 사정을 먼저 얘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하직원이 결론을 먼저 얘기하거나 첫 장에 쓰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요약을 먼저 하도록 시키는 것이 좋다. 보고서의 첫 장에 모든 내용을 짧게 요약하여 정리하도록 하고 보고 받을 때는 요약서를 먼저 읽고 근거와 결론에 이르는 논리 전개가 적합한지를 검토하고, 그다음에 보고를 받으면서 각 근거가 적절하고 정확한지 검토한다.

검토자가 부하직원의 보고서를 상사에게 보고할 때는, 상사가 검토자라면 결론부터 얘기하고 근거를 설명하거나 혹은 요약을 먼저 얘기하고 난 뒤 세부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상사가 최종결정권자라면 결론을 먼저 얘기하는 대신 상사가 스스로 결론에 다다르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어떤 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보고 회의가 있다면, 조사/검토 방법과 결론에 이르게 된 논리만 간단히 설명하고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것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만 알려주면 된다. 세부 내용은 부하직원이 직접 근거와 결론 순으로 보고하도록 한다. 


김철수 씀. 2016.12.2

vitaminq42@gmail.com


<팀장을 위한 보고서 검토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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