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사주 이것도 중독일까?
해가 바뀌면, 고민이 생기면, 너무 어렵지만 그래도 꼭 선택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유혹.
사주, 타로, 신점 등 샤머니즘이다. 물론 맹신하진 않는다. 내 팔자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선택이 어려울 때나 그냥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갈피가 잡히지 않을때 남의 입을 빌려 내 선택의 근거로 삼기도 하고, 그래도 누군가가 어떻게 될 것이다 라고 약간의 길을 비춰주는 것을 원해서 사주를 본다는 것도 안다. 아는 맛이 더 무섭고 아는 것이 힘이라고(..) 아는데도 찾는다.
예약도 안되는 사주 맛집을 찾았어!
올해 첫 사주는 이렇게 시작됐다. 아는 언니를 통해 알게 된 사주 맛집! 예약을 몇 주 전에, 몇 달 전에 해야 볼 수 있는 곳은 봤어도 예약도 안되고 무작정 기다려야 볼 수 있다는 집은 처음이었다. 근데 뭔가 더 특별해보였다. 얼마나 자신있으면 예약도 안받을까 싶었다.
집에서 그 곳까지 가는데만 2시간인데, 뭔 생각이었는지 갔다. 가서 대기표를 받는 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2시간을 넘게 기다리고 고작 8분을 봤다. 보고 나와서 울었다. 이름 생년월일 시간 말하고 처음 해주는 말부터 간이 약한 사주라 술을 안즐기면 되는데 술 안마시니까 괜찮단다. 음 나 몇일 전에도 취했었다. 그리고 이후엔 호통을 들었다. 궁금한걸 물어봤더니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으니 그냥 그때 가서 선택하라고, 아니 근데 왜 화를 내세요.
오우- 근데 뭐 어쨌든 다 잘된다는 것이 전반적이었으니 그것만 기억하기로 한다. 그 날 먹은 점심도 맛있었고, 뭐 오면서 내가 딱 사고싶던 머리끈도 운좋게 샀다.
엑스퍼트가 추천하는 신년 운세
두 번째 사주는 네이버 엑스퍼트, 전화로 봐주는 사주였다. 세상이 참 좋아졌지, 전문가(expert!)들의 상담이나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에는 사주 전문가들도 계신다. 오호라 신기하다. 한 달을 기다려서 본다는 인기 상품으로 꼽힌 몇 가지 후보 중 하나를 골랐다. 후기도 많다. 구매를 하니 채팅이 온다. 상담이 밀려서 내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시간 연락처를 남겨둔다.
다음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긋나긋한 목소리, 어떤 것이 궁금한지 묻는다. 일단 난 직장운을 먼저 물어봤다. 작년에 이동수가 있었단다. 어? 나 작년에 이직했다. 불안하던 것이 어느 시점 이후로 술술 풀린다고 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것들도 다 좋게 말해줬다. 그리고 바로 전날 안좋은 후기에 속상했다는 말에 내가 그 분을 토닥여주기도 했다. 위로받고 위로하는 훈훈한 사주타임.
근데 그렇다고 뭐 바뀌나
사실 바뀌는건 없다.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지고 후련하고 그렇지도 않다. 당연하다. 뭐 고민이 있어도 액션이 있어야 상황이 바뀌고,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면 뭐라도 하나 선택해야 뒷 상황이 펼쳐지겠지. 다 안다. 첫 사주를 같이 본 언니는 전화 타로를 봤다. 후기를 들으니 나도 또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우린 말한다. 거의 상담사라고, 이건 그냥 그분한테 상담받는거라고. 우린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계속 보고싶을까, 묻는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건지, 다 잘될거야 라는 말이 듣고 싶은지, 내 미래가 너무 불안해서 그런건지. 잘될거면 어떻게 얼마나 잘될건지,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안정될 수 있을지, 편할 수 있을지 그냥 누군가가 명확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나 보다.
이상하게 살아갈 수록 인생이 어렵다. 뭐 하나 쉬운게 없고 뭐 하나 선택하기도 귀찮은 순간들이 온다. 그냥 누가 대신해 줬으면 좋겠고, 뭘 해도 된다는 자신감보다는 될까라는 불안감이 앞선다. 지금 내 나이가 이렇게 방황할 때인가, 생각하면 사실 할머니가 돼도 난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그리고 뭐 나쁘진 않은 것 같기도! 그 만큼 내 인생 내가 스스로 고민이라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만큼 내 인생 내가 잘 살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겠냐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아, 몰라. 뭐, 어쨌든 재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