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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진 Jun 16. 2021

이제 보호자님의 선택입니다.

내 동생 꼭지는 2004년생, 어느새 고딩이 되었습니다

내가 중3 때 우리 집에 왔던 막내 동생 꼭지(푸들, 여)

어느새 17년이 지나 고딩으로 신분(?) 상승을 하셨다.


그치만 일 년 전보다 확실히 행동이 느려지고

눈이나 귀도 불편해지는게 보이니 마음이 아플 뿐..


작년엔 백내장으로 병원을 여러 군데 찾아다녔는데, 모든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보호자님이 선택하셔야 합니다.

백내장 수술을 할지 말지는 정말 보호자가 선택할 부분이라고, 녹내장까지 간 건 아니라서 아프진 않을 것이니 수술이 꼭 너무나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애기가 눈이 점점 안 보여서 답답해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감각이 더 발달해있으니 사람이 생각하는 거랑은 다를 것이라고. 일단 지금 생명에는 문제가 없으니 정말 보호자님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백내장 수술을 포기했다.

아니 포기라는 말보다는, 시키지 않았다.

어렸을 때도 전신마취를 시키면 조마조마했었으니까..

아직 괜찮은 아이를 혹시나라도 보내버리긴 싫었다.


그리고 올해,

의사 선생님에게 또 같은 소리를 들었다.


보호자님이 선택하셔야 해요..

하지만 예전과는 너무 다른 상황이 되어버렸다.

지금 몸 이곳저곳이 안 좋아졌고, 특히 담낭 쪽은 내과적으로 방법이 없어 외과 수술밖에는 없다.

하지만 마취를 이겨낼지 미지수라고..


어떤 선택을 하든

어찌 될지 알 수가 없고

후회가 될 수도 있는 선택..


최대한 편했으면 하는 마음밖에는 없는데,


수술대에 올라 마취를 하고, 쉽지 않은 수술을 하고,

또 회복을 힘겹게 해야 하는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인간인 내 착각일지도 모르니까..

정말 이럴 때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보호자들이 그렇겠지..


하지만 말 그대로 '보호자'로서, 당연한 거다.

책임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고 그냥 당연한 것.

우리가 선택한 대로 할 수밖에 없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새삼 다시 느끼며

우리 가족의 선택에 마음의 힘을 계속 실어본다.



토끼같던 꼭지 애기, 넌 지금도 귀여워!






나는 참..


작년부터 꼭지 기록을 남겨둬야지- 해놓고서는,

이렇게 임시저장만 해놨더랜다.



그렇게 1년이 무탈하게 흘러 꼭지는 17살,


지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고마워.

괜찮을꺼야. 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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