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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진 Apr 26. 2020

성공법칙은 다 들어간 착한드라마, '하이바이,마마!'

<드라마 견문록> 성공법칙 다 들어갔는데 시청자 평은 고구마, 대체 왜?

* 이 글은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주 막을 내린 드라마 하이바이마마. <사랑의 불시착 후속작>, <김태희 5년 만의 복귀작>이라는 키워드 자체로 방영 전부터 화제였다. 지난 2월 22일 첫 화 방영 이후에는 ‘웃음과 감동 잡으며 기분 좋은 출발’, ‘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또 다른 대박 예고’라는 등의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시청자 의견이 분분하더니, 마지막회가 방영된 후에는 혹독한 혹평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오민정 역할로 출연했던 배우 고보결은 “어떤 선택이든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결과보다는 16부 내용에 어떤 메시지가 담겼는지, 주제에 대해 귀 기울여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던져 놓은 떡밥’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마무리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배우 고보결의 말처럼 드라마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넘어서, 떠난 사람과 남겨진 이들의 감정을 그려낸 이야기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했을 것이다. 특히나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이따금씩 죄책감을 가지며 괴로워하는 조강화 캐릭터의 모습은 남은 이들의 감정을 대변한다. 그리고 죄책감 갖지 말라며, 웃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유리의 모습. 이는 자신에게 남겨진 몫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떠난 이가 원하는 것은 당신의 웃음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 성공한 드라마들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왜 이 요소들을 갖추고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걸까? 세 가지의 성공 법칙과 함께 아쉬웠던 점을 짚어본다.



1. 주연 외 주변 인물들의 서사까지 아우르는 스토리 연출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를 살펴보면 주인공에게만 집중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을 볼 수 있다. 특히나 귀신이 등장하는 (하지만 휴먼 요소가 들어간) 드라마에서는 귀신들의 사연이 다뤄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호텔 델루나>에서도 호텔에 머물다가 떠나는 손님 귀신들의 이야기가 매 에피소드마다 펼쳐졌다. 하이바이마마도 마찬가지였다. 죽어서 귀신이 된 차유리와 함께 지내는 납골당 귀신들이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된 것이다.

차유리와 무당 마동댁, 그리고 평온 납골당 귀신 친구들

하지만 하이바이마마에서는 그 귀신들과 주연과의 개연성이 부족했다. 차유리와는 아무 관련 없는 각자의 사연을 지닌 귀신들이다 보니, 귀신들의 스토리가 펼쳐지면 시청자들은 귀신 얘기 좀 그만이라는 반응이었다. 예를 들어 <호텔델루나>에서는 호텔에 근무하는 사장과 지배인인 주연들이 귀신들이 편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중간 역할로 자리잡고 있다. 그들의 사연을 듣고, 이를 해결해주기 위한 과정에서 주인공들은 더욱 가까워진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인공과 동떨어져있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하이바이마마는 주인공들 사이에서 풀어야 할 스토리가 너무 크고 중요했다. 5년 전 사고로 죽었던 아내가 돌아왔는데, 남편은 재혼한 후라는 설정 자체가 16회를 몽땅 집중해도 모자랄 만큼 거대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필승네 가족 귀신의 아들로 등장하는 필승 캐릭터가 대체 왜 나온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엄마, 아빠, 누나가 교통 사고를 당하고 혼자 남았지만 파일럿이 되었고 아픔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밝게 자랐다는 캐릭터 설정인데, 드라마 속에서는 그저 그 나이 되도록 정리도 잘 못하고, 밥도 잘 못 챙겨 먹는 한심한 느낌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마냥 물가에 내놓은 아홉살 아이라며, 유리에게 밥 챙겨주고 청소해 달라고 시키는 그 귀신 가족들. 유리와의 러브라인을 넣으려다가 실패한건지 왜 나온건지 도통 모를 캐릭터. 아 저승사자도 아닌 퇴마사 캐릭터도 마찬가지. 표치수다 하고 반가워했다가 바사삭.


2. 여자들의 찐우정, 여성 캐릭터들의 케미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사회적 프레임은 드라마에서도 깨지고 있다. 남자들의 의리보다 강한 여자들의 우정이 대세다. ‘여돕여(여자는 여자가 돕는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처럼, 여성 연대를 그린 드라마는 호응을 얻고 여적여 구도를 그린 드라마는 도태될 뿐이다.

비장하게 출격하는 여의도 삼총사 / 출처: 하이바이마마 공식 홈페이지

하이바이마마 속 차유리, 오민정, 고현정 세 명의 케미는 이 여돕여 코드에 부합한다. 좀처럼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던 민정이 유리와 현정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친해지는 과정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이 서우를 따돌리는 극성 엄마들을 같이 혼내주는 장면도 코믹하게 그려졌다. 보통은 친엄마와 계모 설정으로 서로 사이가 안 좋을 유리와 민정 둘의 사이도 훈훈하게 그려져 그냥 둘이서 서우를 키우면 안되냐는 반응이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가 진실을 알고 난 후에 전과 같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은 아쉬웠다. 더불어 아쉬운 점은 어린이집 엄마들에 대한 단편적인 묘사다. 자기 애만 위하고 남 헐뜯기 좋아하는 극성 아줌마라는 편견을 그대로 대입한 캐릭터로 보인다. (물론 삼총사와의 대립을 위해 과장되게 그려진 부분이 있겠지만)


3. 악역이 없는 착한 드라마


악역이 없는 드라마가 나온지는 꽤 됐다. 악역이어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던가,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을 담아내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하이바이마마에는 악역이 없다. 동화 속에서는 악역으로 그려지던 계모 캐릭터인 민정도 진정으로 서우를 위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실제 드라마 상에서도 술에 취한 민정이

동화에 나오는 계모는 다 못됐어.
왜 다 못됐어?
이을 계(繼), 어미 모(母), 엄마를 잇는 엄마.
근데 다 못됐어.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후 유리가 어린이집의 신데렐라나 콩쥐팥쥐 같은 책을 버리자고 하는 장면까지 더해지며 계모에 대한 편견을 꼬집어주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계모’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줬다. 이처럼 착한 계모인 민정이는 착해도 너무 착하다. 그리고 유리도 너무 착하다. 마지막 회에서 서로 왜 이렇게 착하냐고 나쁘면 미워하기라도 하지라는 말이 시청자들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착한 캐릭터여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민정의 캐릭터는 초반에는 마이웨이였다. 어린이집에서는 자발적 아싸, 서우가 젤리를 줘도 ‘엄마는 젤리 안 좋아해’ 라며 무심하게 답하는 엄마, 강화와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도 만난 아내였다. 물론 이후 내용을 통해 ‘얼핏 보면 그렇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서우를 위하고 강화를 사랑한 캐릭터’를 보여주려 노력한 것 같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그렇게 느끼기에 강화와의 서사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민정이 아주 오래전부터 강화를 바라본 건 알겠는데, 어떻게 결혼까지 했는지, 결혼 전에 서우와의 관계는 어떻게 하기로 한 것인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5년 만에 결혼을 한 강화를 납득할 만한 장치도 필요했다. 차라리 민정이 마음을 못 잡은 강화에게 “오빠 아직 힘든 거 알지만, 일단 시작해보자. 서우도 내가 노력하겠다”는 말이 들어간 장면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좋았던 의미만 남기자!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앞서 말했듯 하이바이마마가 남긴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차유리가 다시 살아나 보낸 49일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났으니, 충분히 작별인사를 하고 떠날 수 있도록 한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옆에 있는 우리 가족, 소중한 사람들에게 후회없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것을 모아두기만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 콘텐츠에 있어서의 일관성과 개연성, 하이바이마마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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