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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진 Jan 15. 2022

우리는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타로, 사주 이것도 중독일까?

해가 바뀌면, 고민이 생기면, 너무 어렵지만 그래도 꼭 선택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유혹.

사주, 타로, 신점 등 샤머니즘이다. 물론 맹신하진 않는다. 내 팔자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선택이 어려울 때나 그냥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갈피가 잡히지 않을때 남의 입을 빌려 내 선택의 근거로 삼기도 하고, 그래도 누군가가 어떻게 될 것이다 라고 약간의 길을 비춰주는 것을 원해서 사주를 본다는 것도 안다. 아는 맛이 더 무섭고 아는 것이 힘이라고(..) 아는데도 찾는다.


예약도 안되는 사주 맛집을 찾았어!

올해 첫 사주는 이렇게 시작됐다. 아는 언니를 통해 알게 된 사주 맛집! 예약을 몇 주 전에, 몇 달 전에 해야 볼 수 있는 곳은 봤어도 예약도 안되고 무작정 기다려야 볼 수 있다는 집은 처음이었다. 근데 뭔가 더 특별해보였다. 얼마나 자신있으면 예약도 안받을까 싶었다.


집에서 그 곳까지 가는데만 2시간인데, 뭔 생각이었는지 갔다. 가서 대기표를 받는 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2시간을 넘게 기다리고 고작 8분을 봤다. 보고 나와서 울었다. 이름 생년월일 시간 말하고 처음 해주는 말부터 간이 약한 사주라 술을 안즐기면 되는데 술 안마시니까 괜찮단다. 음 나 몇일 전에도 취했었다. 그리고 이후엔 호통을 들었다. 궁금한걸 물어봤더니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으니 그냥 그때 가서 선택하라고, 아니 근데 왜 화를 내세요.


오우- 근데 뭐 어쨌든 다 잘된다는 것이 전반적이었으니 그것만 기억하기로 한다. 그 날 먹은 점심도 맛있었고, 뭐 오면서 내가 딱 사고싶던 머리끈도 운좋게 샀다.



엑스퍼트가 추천하는 신년 운세

두 번째 사주는 네이버 엑스퍼트, 전화로 봐주는 사주였다. 세상이 참 좋아졌지, 전문가(expert!)들의 상담이나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에는 사주 전문가들도 계신다. 오호라 신기하다. 한 달을 기다려서 본다는 인기 상품으로 꼽힌 몇 가지 후보 중 하나를 골랐다. 후기도 많다. 구매를 하니 채팅이 온다. 상담이 밀려서 내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시간 연락처를 남겨둔다.


다음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긋나긋한 목소리, 어떤 것이 궁금한지 묻는다. 일단 난 직장운을 먼저 물어봤다. 작년에 이동수가 있었단다. 어? 나 작년에 이직했다. 불안하던 것이 어느 시점 이후로 술술 풀린다고 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것들도 다 좋게 말해줬다. 그리고 바로 전날 안좋은 후기에 속상했다는 말에 내가 그 분을 토닥여주기도 했다. 위로받고 위로하는 훈훈한 사주타임.


근데 그렇다고 뭐 바뀌나

사실 바뀌는건 없다.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지고 후련하고 그렇지도 않다. 당연하다. 뭐 고민이 있어도 액션이 있어야 상황이 바뀌고,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면 뭐라도 하나 선택해야 뒷 상황이 펼쳐지겠지. 다 안다. 첫 사주를 같이 본 언니는 전화 타로를 봤다. 후기를 들으니 나도 또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우린 말한다. 거의 상담사라고, 이건 그냥 그분한테 상담받는거라고. 우린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계속 보고싶을까, 묻는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건지, 다 잘될거야 라는 말이 듣고 싶은지, 내 미래가 너무 불안해서 그런건지. 잘될거면 어떻게 얼마나 잘될건지,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안정될 수 있을지, 편할 수 있을지 그냥 누군가가 명확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나 보다.


이상하게 살아갈 수록 인생이 어렵다.  하나 쉬운게 없고  하나 선택하기도 귀찮은 순간들이 온다. 그냥 누가 대신해 줬으면 좋겠고,  해도 된다는 자신감보다는 될까라는 불안감이 앞선다. 지금  나이가 이렇게 방황할 때인가, 생각하면 사실 할머니가 돼도  어쩔  없을  같기도! 그리고  나쁘진 않은  같기도!  만큼  인생 내가 스스로 고민이라도 하고 있다는 것이고,  만큼  인생 내가  살고 싶어서 그런  아니겠냐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아, 몰라. 뭐, 어쨌든 재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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