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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김작가 Nov 13. 2019

다섯살, 여름

나 갑자기 마음이 두근두근해!

{ 김치 }


애들 밥을 먹이고 헝클어진 머리에 다 늘어난 러닝 세상 편한 반바지를 입고 아이들이 먹고 남긴 반찬에 식은 밥에 비벼먹던 중이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는 어떻게 이렇게 예뻐?


뭐지? 이 문맥과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전개는? 

_김치를 먹으면 엄마처럼 예뻐져? 그럼, 나도 김치를 먹어보고 싶어.

그렇게 김치를 조금 맛보고 나에게 다시 묻는다.

_나도 이제 멋져졌지?



{ 책 }


_엄마, 책은 어떻게 만들어?

_누군가 이야기를 쓰면 그걸 종이에 옮기는 거야.

_스코치(스카치테이프)도 없는데 어떻게 종이에 이야기가 붙어?

_이안이가 종이에 글을 쓰는 거처럼 이야기를 종이에 쓸 수 있어. 그런데 그거 알아? 엄마도 글을 쓰는 사람이야. 그리고 엄마 책도 나올지도 몰라.

_엄마는 어떤 이야기를 써?

_이안이 이야기. 이안이가 밥 먹는 거. 이안이가 말하는 거. 이안이가 엄마랑 싸운 거. 화낸 거. 이안이 유치원 이야기. 


나 갑자기 마음이 두근두근해!



{ 사랑한다면 }


잘 시간인데 이안 도남 매는 블록을 쏟아붓고 놀기 시작했다. _사랑하는 우리 아기들, 잘 시간이지? 노는 시간 아니지? 블록 쌓기를 전혀 멈출 생각이 없는 아이가 등을 돌리고 앉은 채 담담하게 답한다.


사랑하면 놀게 두세요.


{ 엄마의 엄마 }


_엄마, 그거 알아? 몇 밤 더 자면 nonni 생일이래.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이탈리아에선 festa dei nonni, 할아버지 할머니 축제의 날이라고 한다.  Festa는 축제와 생일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아이는 아마 생일로 이해했나 보다. 이안이 학교에선 이 날 조부모들을 모두 초대해 행사를 한다.)

 그날은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 온데. 그런데 그거 알아? 하늘에 있는 사람도 온다는데? 선생님이 그랬어.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도 올걸?

_정말? 엄마의 엄마도 온데?

_응!! 엄마의 엄마는 엄마처럼 아름다워? 엄마의 엄마는 이름은 뭐야?

_이안이는 엄마의 엄마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살아서 축하해요. 다시 죽지 않게 해 줄게요. 



{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


_엄마, 난 유치원이 한글학교보다 더 즐거워.

_왜? 한글학교가 재미있는 건 더 많이 하잖아?

_왜냐면, 유치원은 내가 그리고 싶은 거 그리면 되는데, 한글학교에선 그리라고 하는 걸 그려야 해. 


난 내가 그리고 싶은 거 그리고 싶은데, 그게 더 즐거운데.




{ 매력 }


_그거 알아? 이안이는 너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_알아, 근데 매력적인 게 뭐야?_이안이 생각엔 뭐 일거 같아?


반짝반짝하고....., 멋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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