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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김작가 Nov 13. 2019

다섯살, 가을

로마나라 사람이지!

{수수께끼 }


이제 여름은 모두 지나갔구나 싶던 찰나에 담비 같은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아이와 수수께끼


이안이 문제:

_왜 빛이 있으면 아이스크림이 흐를까요? 슬퍼서 일까요? 더워서 일까요?

_나뭇가지는 몇 시에 떨어질까요?


엄마 아빠 문제:

ㅡ이안이는 왜 엄마 아들일까요?

_왜냐면, 엄마가 좋아하니까.

ㅡ이도는 왜 이안이 동생일까요?

_왜냐면, 귀여우니까.

ㅡ깜깜해지면 해는 어디로 갈까요?

_해는 어디 가는 게 아니야! 달 뒤에 있어!

_이안이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당연히, 로마나라 사람이지! 


{ 고민상담 }


어제는 무슨 이유인지 그냥 종일 기분이 내려앉았다. 좀 자신이 없는 기분이랄까. 별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그냥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그게 뭔지 모르겠으니 달리 하소연하기도 그렇고, 아이에게 기대 없이 묻는다. 


_이안, 엄마는 종일 마음이 좀 그래. 이럴 땐 어떡해야 해?

_마음이 아파? 그러면 이렇게, 크게 숨을 세 번 쉬어봐. 그리고 내일 아침엔 학교 가지 마. 아빠 보고 데려다 달라고 할게. 엄마는 집에서 5분 쉬어봐. 휴대폰으로 5분 맞추고, 아! 두 번 해서 10분 맞추고 좀 쉬어. 그런데 그 이야기하려고 나보고 옆에 누우라고 한 거야? 이제 됐어? 나 자러 가도 돼?

_이안, 잠깐만, 그럼 이안이는 마음이 아플 때 어떡해? 학교에서 그럴 수도 있잖아.


아플 때 있지. 그런데 안 아플 때도 있어. 아프다가 안 아프다가 그래. 



{ 한국 휴가 중 }


아빠의 자동차 안,


_엄마,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를 내봐.

(그때 차 안에서 흐르던 조용필 노래,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_이안,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_잃은 건, 요괴 메카드 (며칠 전 부서졌다.)

_그럼 우리가 얻은 건 무엇일까?

_공룡 메카드 (할아버지가 사줬다)

_그럼, 이안이가 세상에 온 이유가 뭘까?

_오줌 쌀 거 같아서, 엄마 배 안에 쌀 순 없잖아.

_이안이는 왜 엄마 아들일까?

_그거야 엄마 배안에 내가 있어서 그렇지.

_이안,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_행복하려면 웃겨주면 돼.

_웃겨줘?

_응, 우는 사람을 웃게 하면 행복해지지.

_우는 건 나쁜 거야?

_그럼, 엄마 아빠 싸울 때 울잖아!

(그때 운전 중이던 아빠가 뒤 돌아보며!)

_엄마랑 아빠랑 싸웠어?

_네, 로마 집에서도 싸우고 수영장 있는 집에서도 싸웠어요.(두바이 호텔이야기인 듯) 그리고 제가 엄마 배속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을 때도 싸우는 걸 봤어요

_이안이는 엄마 배 안에 있었는데 어떻게 봐?

_왜 못 봐? 배 안에서도 다 보여~

(아빠가 다시 물었다)

_엄마 아빠 왜 싸우디?

_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제 싸움이 아닌데.

(그때 집에 도착)

_집에 도착! 할아버지 수고했어요잉~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니 좀 또라이가?



{ 개세끼 }


나의 아빠와 나의 아들의 끝말잇기,


할아버지 : 대나무 

손주 : 무지개 

할아버지 : 개새끼

나 :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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