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 - 나를 주제로 한 매거진 만들기(3) CULTURE
#나를 주제로 한 매거진 만드는 컨셉진 프로젝트에 참여한 2022년 결산 기록입니다.
에디터 _ MYOSIL
Book
임태운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내 MBTI는 INFP다. 소심하고 걱정이 많고 늘 곱씹고- 일평생 쿨하지 못한 이유가 성격에 박혀있다.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N성향만큼은 꽤 마음에 든다. 모두 마스크를 영원히 쓰게되면, 커플들이 썸타다 같이 밥먹고 키스하는 것이 마지막 진도가 되지 않을까? 팬더믹 이후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우울을 이겨냈다. 그런 때 마침, 테드창의 SF소설집<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었다. 완벽한 과학 세계를 창조한 그의 짧은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정말 충격적으로 멋있었다. (그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너무 어렵지만!) 그 후, 김초엽, 정세랑 작가의 따뜻한 국내 SF 단편소설들을 애정하다가, 결국 SF소설쓰기 수업을 들었다. 올해 최대로 용기낸 사건이다.
그 SF소설쓰기 수업의 선생님이 오늘 소개하는 소설집의 작가님이다. 장르에 대한 작가님의 찐 사랑과 열정, 섬세한 첨삭이 감동적인 수업이었는데, 무엇보다 작가님의 이 소설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쩜 이렇게 소설들이 다 명랑할까! 타임루프에 빠진 남편을 구하러 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동네 PC방 폐인들이 거대한 존재와 싸운 전설 (레어템의 보존법칙), 왕따를 막아준 왕따로봇과의 슬프고도 따뜻한 이야기 (로봇이라서 다행이야) 등. 6개의 단편 모두에서 한번 이상은 빵터지는 유머감각과 마치 영상을 보듯 술술 읽히는 흐름, 그리고 따뜻함이 남는 여운. <로봇이라서 다행이야>는 진짜 눈물이 찔끔 났다.
소설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고 결과물도 너무 부족했다. 역시 창조의 세계란, 쉽게 볼 것이 아니다. 그래도, 작가님 첨삭에 따라 퇴고를 해보는 것이 올해 가기 전 개인적인 목표다. 일단은 유쾌한 선생님 소설을 한번 더 읽으며 에너지를 얻은 다음에!
Music
방탄소년단 <Run BTS>
지난 10월, 방탄소년단 완전체로서의 마지막 공연이 될 콘서트가 부산에서 열렸다. 공식적인 콘서트가 아니었고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의 무료 콘서트였다. 나를 포함한 전 세계 아미들과 온갖 암표 장사꾼 등이 티켓팅에 참여한 덕분에 자리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고, 감사하게도 지인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현장에 갈수 있었다. 설렌 마음으로 앉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울려 퍼진 첫 곡은 무려 <Mic Drop>! 전설의 무대 2017년 MAMA를 연상케하는 빨간 배경에서의 퍼포먼스로 아미들의 혼을 쏙 빼놓더니, 바로 이어진 두번째 곡이 <달려라 방탄 Run BTS>였다. 이 곡은 콘서트 직전 발매한 엔솔로지 앨범에 포함된 신곡이었고 당연히 무대를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대체 뭘 추고 있는 거야? 뭘 어떻게 움직인거야??? 최초 공개 안무에 엄청난 난이도! 그들은 그 옛날 데뷔 무대만큼이나 몸이 부서져라 격하게 춤을 추었다. 나 포함 모든 아미들이 졸도 직전까지 간 것은 당연한 수순.
딱 한 번 있는 무료 콘서트에서, 그들은 수많은 인기곡 중 몇 곡 추려내 대충 불렀어도 공연은 성공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빡센(!) 새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역시 세계 최고 방탄소년단답다. 지금은 그들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위해 10년을 정리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나 역시 근 5년간 국내 해외 콘서트를 다녔던 화려한 덕질 인생은 다시 오지 않을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역대급 무대로 그런 걱정일랑 우습게 날려버렸다. 공백? 그딴 거 없음! 쭉 달려!
얼마 전엔 Jin이 콜드플레이의 곡으로 새 싱글 앨범을 냈고, 오늘은 정국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무대를에 서고, 다음 달에는 RM이 새로운 솔로 앨범 <Indigo>를 발표한다. 역시 바쁘다 바빠 아미사회. Run ARMY Forever!
Movie
다니엘 콴, 다니엘 샤이너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사람이 보통 80 인생을 산다면 이미 반을 넘긴 나이라, 요즘 유난히 싱숭생숭하다. (망할) SNS 때문에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고, 보통 사람들의 성공담이 흔한 세상인지라, 한 직장에서 그저 그런 팀장으로 7년을 버틴 것이 잘한 걸까 싶다.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못난 생각이 불쑥거리니, 주변에도 후배들에게도 조급하고 차갑기 일쑤다. 혼자 독거노인 행으로 가고 있다는 불안함, 그리고 이 고독은 과연 나의 선택이었던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이래저래 최악이군!
그럴 때 본 것이 이 영화다. 최고의 맥시멀리즘 멀티버스 코미디 액션 영화라고 하니까, 아무 생각을 하지 않게 해주겠지 했는데, 이게 웬걸. 듣도 보도 못한 이 정신없는 영화에 이렇게 과몰입하게 될지는 몰랐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정신없는 주인공 에블린(양자경)은 인생의 선택마다 무수히 생기는 멀티버스 세상에서 모든 인생의 선택지를 잘못 선택한 최악의 에블린이다. “당신 없는 내 인생을 봤어요. 당신도 그걸 봤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무능력한 남편을 만난 걸 후회하는 그녀는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액션 영화배우, 요리사, 성악가 등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인생을 경험하고, 그리워한다. 나의 선택으로 나락에 빠진 인생을 무를 수는 없는 걸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멀티버스 세상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한 다른 에블린으로 인해 온 세상과 딸이 최악의 위기에 빠지고, 최악의 에블린이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구한다. 그녀가 세상을 구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Be Kind.”
“내가 아는 것은- 우리는 다정해야 해. 제발 다정해지자. 특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때는 더더욱.”
아! 듣도 보도 못한 이 세상 요~란한 영화에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에블린의 남편 웨이먼드의 다정함 만능 치트키 ‘눈알 스티커’를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눈알을 여기저기 붙이니 영화 속 다정한 돌멩이가 된 기분이다. 고민과 걱정은 집어치우고, 세상사 어려워도 다정함을 잃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