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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식 Apr 10. 2020

권위와 권위주의의 차이

어떻게 구분할까?


대체로 조직의 리더는 <권위주의>를 <권위>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고 사회 초년생은 <권위>를 <권위주의>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식이다. 팀장이 가진 최종 결정권은 팀원 모두가 존중해야 할 <권위>이지만,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권위주의>적이서는 안 된다. 권위와 권위주의의 구분은 어디까지가 열려있는 토의 및 의사수렴 단계인지, 어디서부터가 닫힌 판단과 결정의 단계인지 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이게 말이 쉽지 일도양단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어느 조직이나 둘의 경계 어디쯤에 긴장막이 형성되어 있다.


이 갈등이 잘 조율되지 못하면 팀은 무너진다. 시대착오적인 <권위 수호파>가 득세할 경우 직원들이 이탈하거나 영혼이 탈출한 상태로 근무하는 좀비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의 프로세스를 모르는 <권위주의 해체파>가 득세할 경우 권위마저 사라져 근본 없는 소꿉놀이팀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레거시 조직에서는 주로 전자의 일이, 스타트업에서는 주로 후자의 일이 벌어진다. 레거시 조직에서는 시스템 자체에서 이미 권위주의를 승인하는 경우가 많고, 스타트업에서는 대표 자신들도 본인들이 가져야 할 권위가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무엇이 권위이며 무엇이 권위주의인지 상호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보니 같은 언어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리더들은 권위주의를 해체하자는 말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초년생들은 마땅히 따라야 할 권위를 '권위주의적 갑질'로 받아들인다.


상사들은 대체로 '나 정도면 민주적 리더'라고 생각하고, 초년생들은 '저 정도면 능지에 처할 직장 갑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러한가 아닌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조직원들이 관계에서 받는 '느낌'이 중요하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가 직접 <권위>를 조성하려 할 경우 그 시도 자체가 팀원들에게 <권위주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레거시 조직에서는 시스템이 그 '악역'을 맡아주지만 스타트업에서는 그 일을 대표 본인이 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 경우 중간 관리자급의 기량이 중요하다. 위로는 시대착오적 권위주의를 일소하기 위한 설득을, 아래로는 (그들이 난생 처음 겪을) 합리적 권위에 따르는 법을 학습시켜야 한다. 이 역할을 맡아줄 팀원이 없거나, 그 역할을 맡은 팀원이 한쪽 롤에만 매진한다면 리더와 팀은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팀원이 성장해 팀장 언저리에 근접할 때 '내가 없애고자 했던 것이 권위주의가 아니라 권위였구나'를 깨닫고 현타가 온다. (그 역도 있으면 좋겠지만 잘 없다.) 이 시기의 인지부조화를 슬기롭게 극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좋은 리더가 되고 못되고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런 중간관리자를 확보하느냐의 여부가 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


물론 권위와 권위주의의 경계는 팀의 성격이나 역할에 따라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군대 지휘관과 스타트업 리더가 같은 선의 권위를 가져서는 안 된다. 팀 컬러에 맞는 권위의 선을 확립하고 그밖의 불필요한 권위주의를 일소하는 것이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분하는 일의 최종 과제가 되어야 한다.


합리적 권위의 선을 어디까지로 그어야 할지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분하는 일은 팀 관리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너는 이런 걸 어떻게 알았냐고? 이것은 나의 실패담이니까. 비슷한 무덤들이 곳곳에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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