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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쉬플랏 Aug 24. 2021

건강이 태도가 될 때까지

오늘의 단어: 건강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 제목을 알게 된  후로 오랫동안 곱씹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라니 정말 싫다고 생각했고 내가 종종 그런 사람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약간 우울했다. 되도록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긴 시간 나를 관찰한 결과, '기분' 앞에 자주 '컨디션'이 놓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말을 들어도 내 컨디션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기분이 달랐고 결국 태도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달라졌다. 그 뒤로 짧게는 컨디션을,  길게는  건강을 관리하는 데 조금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지나치게 불안할 때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지 않았는지 돌아보았다. 이유 없이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날에는 전날 몇 시쯤 잠자리에 들었는지 떠올렸고, 갑자기 스스로가 쓸모없이 느껴지고 슬픔이 몰려올 때는 생리주기 앱을 확인했다. 만사에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면 운동을 2주 이상 쉬었을 확률이 높았다. 물론 내 건강 상태와 상관없이 상황 자체가 불안하고 짜증스럽고 슬프며 귀찮을 때도 적지 않았지만, 그에 대처하는 나의 태도는 열에 아홉 컨디션과 연결되었다.


 이런 식으로 컨디션-기분-태도를 돌아보며 얻은 깨달음 하나는 원인을 알면 결과의 타격감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PMS로 괴로울 때는 며칠이 흐르면 이 기분이 사라진다는 것을, 운동을 오래 쉬어 의욕이 제로라면 다시 운동을 시작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안다는 것. 마음먹기에 따라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확신한다는 것. 그것이 나를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몸과 마음과 관계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음을 경험으로 이해한 후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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