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어: 엄마
1~2년에 한 번 사주를 보러 간다. 미래의 일이 궁금해서는 아니고 내 성향을 딱딱 짚어주는 게 재미있어서인데, 그래서 새해 운세나 재물운, 애정운 대신 주로 종합 사주를 보곤 한다. 그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있다. 엄마랑 인연이 깊네요. 인연이 깊다는 게 정확히 무슨 말인지, 어떤 지표를 보고 그렇게 말하는지 오랫동안 알지 못하다가 관련 서적을 보고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태어난 연도와 달, 날짜, 시간을 분석해서 나오는 십성 중 정인과 편인, 즉 '인성'이 어머니를 뜻하는데 나의 경우 이 인성이 네 개나 되어 남들보다 굉장히 많은 편이었던 것. 인성이 많으면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를 듬뿍 받지만 그만큼 간섭도 많고 때로는 그게 내 발목을 잡기도 한단다. 그래서 되도록 멀리 살고, 어머니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어머니와 딸의 관계란 늘 어느 정도 그런 것이라 뻔한 말을 믿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많은 엄마들이 그렇듯 우리 엄마는 나와 언니를 위해 뭐든지 하고, 뭐든지 참는 사람이다.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제발 하지 말라는 일까지) 결국 나서서 해버리는 사람. 자기 말에 반기 드는 걸 제일 싫어하는 아빠와도 용감히 맞서는 사람. 하지만 그래서 자주 슬프고, 자주 아픈 사람.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매번 싸우면서도 기어코 엄마를 여행에 끌고 가는 아빠에게서 엄마를 지켜주지 못해서, 하소연하는 엄마의 말을 차분하게 들어 넘기는 게 너무 힘들어서.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고 자꾸 화를 내게 되어서. 역술가가 하는 말을 믿지 않더라도 독립된 주거를 갖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고 이제는 응당 그래야 할 나이지만, 지치고 굳은 표정으로 식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 엄마를 볼 때면 이 집에 아빠와 둘이 남겨질 엄마가 나는 불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