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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쉬플랏 Sep 09. 2021

다섯 배 괜찮은 사람

오늘의 단어: 회복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니체가 했다는 이 말에 나는 반 정도 동의한다. 고통을 겪은 인간은 분명 그전과는 다른 존재가 된다. 같은 종류의 고통이 다가오기 전에 대비를 할 수도 있고,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더 잘 견디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고통은 본래 멀쩡했던 부분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더 강한 인간이 되어 외면적 성공을 이루더라도 그 속은 지옥일지 모른다.


인생의 몇몇 장면은 아직도 불쑥 튀어나와 몸서리를 치게 만든다. 움푹 팬 벽이나 갈색으로 남은 흉터가 눈에 띄지 않을 때도 그렇다. 나는 확실히 전보다 자주 움찔거리는 사람이 되었다. 회복은 고통이 야기한 변화의 어디까지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걸까. 망가진 부분만 고쳐주는 걸까 아니면 나를 더 강하게 만든 굳은살까지 벗겨내는 걸까. 망가진 부분을 완벽하게 고치는 게 가능은 한 걸까. 혹은 굳은살이 박이는 그 과정 자체를 회복이라고 부르는 걸까. 나는 회복의 과정 중 어디에 와 있는 걸까. 회복이 모두 끝나고 나면 나는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한 달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950자 쓰기를 건너뛴 날에는 보통 안 좋은 일들이 있었고, 완수한 날 중에도 안 좋은 날이 있었다. 매일 에세이 쓰기는 일종의 훈련이자 회복의 과정이었다. 별로 쓰고 싶지 않거나 딱히 쓸 말이 없는 주제가 나와도 쓰기, 좋지 않은 날이라도 쓰기, 억지로 쓰다가 글자 수가 넘쳐서 당황하기, 다 쓰고 나서 달라진 기분을 느끼기. 지난 한 달간 나는 5일은 기분에 졌지만 25일은 기분이 좋건 나쁘건 할 일을 해낸 사람이었다. 완벽한 회복이란 게 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으나, 나약한 것의 다섯 배 정도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조금은 더 괜찮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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