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 100을 만드는 성장의 열쇠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가 종료되면 각 *DRI 별로 회고를 하게 된다. 아니, 해야 한다.
*DRI(Direct Responsible Individual): 직접 책임자의 약자로, 어떤 과제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때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
처음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고 나서 '회고' 란 걸 하게 되었을 때 미팅 내내 땀만 줄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잘한 점은 한 두줄, 개선해야 할 점은 수두룩하게 리스팅 되었고, 기획자인 내가 모든 매를 두드려 맞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그 매를 맞기 싫어서 회고를 건너뛴 적도 있고, 스프린트가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갈 때는 회고가 사치처럼 여겨졌다. 이 역시도 지금 돌아보니 참 바보같이 비효율적으로 일했던 꼬꼬마 시절이었다. 회고 없이 성장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회고란 무엇일까?
단순히 '돌아보는 게' 회고가 아니다. 무엇을 잘했고 잘못했고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해서' 돌아보는 과정이다. 이후에 어떻게 더 잘 실행할 수 있을지 액션 플랜이 나오지 않는 회고(A.K.A 회고를 위한 회고)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 결과 수치 정리만 되어있지 않은지?
- 잘한 점, 잘못한 점으로만 끝나지 않았는지?
- 회고를 위한 회고가 아닌지?
회고 미팅을 준비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마케팅 프로젝트 성과를 정리하고 목표 대비 얼마나 달성했는지 또는 모자랐는지 확인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충분히 사전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미리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회고 미팅 때는 굳이 이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고 소중하다. 회고 미팅에서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들, 서로 어려웠던 점, 이런 걸 해보면 좋겠다 등의 새로운 의견과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핼러윈 시즌 마케팅 캠페인이 끝났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이런 시즈널 캠페인은 매년마다 반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때까지 더 시스템 적으로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사전에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시스템적으로 어떤 게 있을지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번해 보다 내년에 더 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다른 데서는 얼마나 좋은 캠페인을 내놓았었는지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해보면 금상첨화다.
- 진행상황을 촘촘하게 기록
- 유관부서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
- 액션 플랜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 건지 계획
큰 프로젝트들 같은 경우에는 캠페인 운영 기간이 적게는 7일, 길 때는 30일까지도 지속된다. 그래서 중간중간 일어나는 이슈사항들을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회고하게 되면 대부분 생각이 안 난다. 예전에 30일짜리 프로젝트를 운영했을 때를 돌아보면 아이폰 메모에 끄적였다가 슬렉을 캡처해놨다가... 기록을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개인적으로 남겼었다. 그랬을 때 어이다 두었는지 생각도 안 나고 그 당시의 이슈가 어떤 거였는지 절대 기억해 낼 수가 없다.
기록은 공개적으로 하나의 문서로 정리하여 모두가 볼 수 있고 회고 때 다시 곱씹어 볼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더불어 어떤 이슈였는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있다면 슬렉 링크를 첨부하여 상세 내용을 확인해 볼 수도 있다.
프로젝트 회고는 PM 한 사람이 모든 걸 일일이 챙길 수 없다. 아니 그러면 안된다. 전체적인 진행과 타임라인은 PM이 준비하는 거지만 각 분야의 담당자들에게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각 파트의 DRI들이 자신의 성과와 잘한 점, 개선할 점, 시도해 보고 싶은 점들을 1차적으로 준비해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담당자들에게 일정을 알려고 주고 언제까지 제출해야 하는지 계속 리마인드 시켜줘야 한다. 1차 취합된 내용을 바탕으로 회고 미팅을 자료를 정리하고, 실제 회의 시간을 통해서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일치된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빨리 시스템화해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해야 회고가 마무리된다.
회고를 통해서 0에서 10을 만들어내고, 그다음엔 10에서 20, 또 그다음엔 20에서... 100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실패한 회고도 해보고, 성공한 회고도 해보고, 그렇게 또 배워나가는 것 같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안들 땐 내가 쌓아왔던 기획서와 회고 기록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회고 문서가 쌓이면 쌓일수록 성장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회고에 대한 피드백이 점점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그리고 이 개인적인 성장은 우리 조직의 성장에도 함께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