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절정에 달한 전시, '요시고 사진전'을 관람하셨는지요?
이미 많은 분들이 관람하고, SNS에 소개해서 사진전 내용은 제가 상세히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그보다는 제가 이 사진전을 관람한 후 느낀점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내용이 긴 편이며,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요시고 사진전은 크게 3개 파트로 구성되었습니다.
PART 1 ARCHITECTURE
PART 2 DOCUMENTARY
PART 3 LANDSCAPE
여기에서 각 파트별로 소주제가 또 나뉩니다.
PART 1은 'LIGHT & SHADE' 와 'SYMMETRY & GEOMETRY' 라는 소주제로 또 나뉘는데, 사진에서 보듯이 건축물의 일정한 패턴 사이로 흐르는 빛과 그림자를 촬영했고 건축물에서 나타나는 균형감, 기하학적으로 연속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어디서 많이 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찍은 사진은 맞는데, 건축물에서 나타나는 규칙적인 패턴이나 빛과 그림자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나 건축 사진가들의 사진에서 이미 봐 왔습니다.
여기서 잠깐~! 혹여라도 오해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요시고의 사진을 비난하거나 폄하 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저는 요시고 작가의 발끝도 못 따라갑니다.
제가 PART 1 의 사진을 보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사진가라면 (저는 아니고요)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소재라서 잘 찍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소재 측면에서 와우 (WOW)하지는 않은데 관람객들이 매우 좋아하더라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시(詩)에서 죽은 심상이라 부르는 것과 같아 보이는데 호평을 받으니 약간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위 사진들 수준이 낮다는 게 아닙니다)
PART 2 다큐멘터리는 다시 EXPLORE THE WORLD 와 RIU AVALL (리우 아발)이라는 소주제로 나뉩니다.
이 파트는 '현실의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사진을 보여주는데요, 보시는 바와 같이 이 파트에서도 PART 1과 비슷하게 건축물과 구조물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PART 1과의 차이점은 명암의 대비가 강하지 않으며, 건축물에서 패턴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건축물이 놓여 있는 '장소', '현장'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PART 2 사진 중 '두바이'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저는 또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 파트의 사진도 정말 훌륭합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께 여쭙겠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통신회사 직원이라면 저 공중전화기 사진을 구입하시겠습니까?
만약 자동차 딜러라면 사막을 배경으로 한 흰색 차량이 있는 사진을 사시겠어요?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햄버거를 좋아한다면, 햄버거가 천장에 달린 사진을 구매해서 자녀 방에 걸어 주시겠습니까?
사진은 정말 정말 정말 잘 찍었습니다. 다큐멘터리라는 것도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찍었을까요? 두바이라는 사막 도시에서 공중전화기, 중고차 (혹은 폐차) 를 왜 찍었을까요?
제가 요시고의 사진에 담긴 그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해서 이런 의문이 들었겠습니다만, 요시고 작가가 위 사진을 왜 찍었는지 그 "목적"이 정말 궁금합니다. (꼭 목적이 있어야 해? 라고 답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PART 2의 또 다른 소재인 리우 아발 (RIU AVALL) 사진은 지금까지 본 사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으로, 바르셀로나를 가로지르는 '료브레가트' 강의 환경 파괴를 주제로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와 관련된 사진은 제가 촬영하지 않았기에 이 글에서 소개할 수 없습니다.
PART 3의 LANDSCAPE는 요시고 사진전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로, 여기서 다시 'TOURISM & LANDSCAPE' 및 'MEDITERRANEAN & NOSTALGIA' 라는 소주제로 나뉩니다.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요시고) 작가는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태생으로 이번 PART 3의 'MEDITERRANEAN & NOSTALGIA' 파트에서 고향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사진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런데요, 이 파트에서 저는 충격적인 사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위 사진인데요, 마치 저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요... ^^;;;;; 아직까지는 저 정도로 떵배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만, 아차 하면 저리될 것 같은 불안감이 팍~ 꽂혔습니다. 그리고 요시고 작가 카메라에 혹시라도 걸려서 다음 사진전에서 공개되면 어쩌나 싶더라고요. ^^;;; 암튼 저의 배둘레 햄은 빼야겠습니다.
PART 3 사진이 열리는 층에서 야외 무대로 연결되는데요, 야외 무대에는 이번 사진전의 대표 격인 사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설치 미술'처럼 '설치 사진'이라 해야 할지요? 수영하는 남자의 사진을 수영장에 담가(?) 놓았어요. 가을이 막 도착한 서촌 풍경과 물, 요시고의 사진이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찍은 사진도 이처럼 '설치 사진'으로 만들만한 게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사진전 관람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아트샵으로 동선이 이어집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전시 도록을 비롯해 클리어 파일, 책갈피, 스맛폰 케이스, 포스터 등등 옛날 방물장수 보따리처럼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굿즈가 많습니다. 저는 클리어 파일 딱 한 장 샀는데요, 3천 원을 지불했습니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게 있어서 하나의 상징적인 상품으로 구입했어요.
제가 요시고 사진전을 본 후 얻은 결론은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 없이 우직하게 작가 본인이 생각한 주제를 밀고 나가면 뭐가 되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트렌드 또는 마케팅이 중요한 게 아니고 '콘텐츠'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너무 당연하지 않냐고요? 그런 걸 결론이라고 내렸냐고요? 아니요,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견해가 있습니다. 예술하면 배고프다 하죠. 배우는 데도, 행하는 데도 비용 많이 들고요.
물감 값 벌려고 막노동 뛴다는 화가, 월급이 아닌 연봉이 3백만원이었다는 화가도 만나 봤습니다. 사진 분야는 더 심각합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 스맛폰의 출현으로 사진은 그야말로 찬밥입니다. 그나마 그림은 돈 주고 산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진은 무료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발달은 사진 값을 떵 값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트렌드'를 따라 가려 합니다. 사진을 찍는다 해도 나의 관심 분야가 아닌 이른바 돈 되는 사진을 찍으려 하지요. 그런데 그 분야마저도 요즘은 찬 바람을 맞으니 더욱 걱정이 큽니다.
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는 '사진작가'라기 보다는 '여행 작가'로 자리 매김 하고 싶은데, 과연 그것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남들은 반려동물 사진을 찍는다, 아니다 사진은 별 볼 일 없으니 드로잉을 배우겠다, 그것도 아니다 예술은 취미로 해야 한다, 여행업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진작에 끝났다 등 온갖 부정적인 발언은 다 하고 사는데, 나는 왜 이럴까?
그러나 저는 '요시고 사진전'을 보고 어느 정도 고민을 덜었습니다.
작가가 트렌드 추구나 테크닉 습득에 고민하기보다는 뚜렷한 '주제' 와 '목적' 의식을 갖고 계속해서 끈질기게 밀고 나가면 결국에는 성과를 낼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음.... 꼭 수입이 증대된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그리고 사진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밥벌이 방법인 '작품 판매'를 고집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시고 사진으로 만든 굿즈처럼 2차 프로덕트를 생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콘텐츠'입니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예상할 수 없습니다.
다만, 2차 생산물로 확장 시킬 수 있느냐 (one source multi use) 없느냐는 깊이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글은 길었습니다만, 요시고 사진전 아직 못 보셨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관람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순하게 작품의 퀄리티만 보지 마시고, 왜 사진의 가치를 낮게 보는 요즘 세대가 요시고 사진에 열광하는지, 왜 그 비싼 굿즈를 사는지 등 다양한 관점으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시고 작가의 한 마디를 인용합니다.
사진은 예술 중에서도 아주 드물게
타고난 재능이 필요 없는 분야입니다.
요즘은 카메라를 가진 모두가 사진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또 돈을 생각하지 않고 일해야 돈이 들어오는 법이라 항상 마음을 굳건히 먹어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밀고 나가며, 멈추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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