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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Feb 14. 2022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미린이의 전시후감(後感)

전시 후감

구정 설 때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展)을 관람했어요.

여차여차하여 이제야 전시 후감(後感)을 몇 자 적어 봅니다(책 읽고 독후감 쓰듯)

평소 거의 매번 시청하는  아츠앤트래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박수근 전시 정보를 접했지요. 솔직히, 그 라방 안 봤으면 전시하는 줄 몰랐을 거예요... (ㅜㅜ0000)




한 번 더 솔직히, 박수근 화백님의 작품은 중고등 학생 때 미술 교과서에서 봤을 뿐이에요. 그래서 '박수근은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화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박수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전시회 서문'이 제 마음에 특별하게 와닿았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박 화백님께서 그림의 질감을 낸 방법을 알고 싶었어요.

전시장에서 상영하는 영상에서는 물감을 두껍게 칠한 게 아니라 얇게 여러 번 칠해서 질감을 냈다고 설명하는데요, 솔직히 이해가 안 됐어요. '마티에르'라는 용어도 너무 어려웠고요(용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면 어디 덧나나요?)

저의 지인(知人) 회화 작가 중에  물감을 얇게, 여러 번 발라서 두께감을 내는 분이 있어요. 그러나 그분의 작품을 봐도 박수근 화백님 작품 같은 질감은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제가 전시장에서 박 화백님의 그림을 가까이에서 뚫어져라 봤는데, 물감만으로 질감을 낸 것이 아니라 캔버스 표면에 종이를 잘게 잘라 붙인 후 칠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혹시 기억하세요?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탈 만들기' 할 때, 종이를 잘게 찢어 물에 불린 다음, 풀을 먹이고, 그것을 바가지에 붙여서 굳혔잖아요?  박 화백님 작품의 종이 표면에 요철(凹凸)이 보였고, 그 때문에 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물감을 여러 겹 칠해서 만들어진 질감이라는 것을 무조건 부정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정확히 잘 모르겠으니 어떤 프로세스를 거쳤는지 누가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박 화백님의 여러 작품 중에서 몇몇 공통점을 발견했는데요(미술 어린이, 즉 미린이의 관점에서), 그중 하나가 뭐냐면, 사람들의 뒷모습 또는 측면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정면 얼굴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요. 얼굴의 디테일을 추구하지 않았던 박 화백님의 화풍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의미가 숨어 있을까요?



그리고 그림 속의 어머니 또는 누이는 대부분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있고 아이를 업었거나 손잡고 걸어가요.

물론 그 시대 우리네 삶이 실제로 그러했지만, 그림 그릴 때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음에도 그리하지 않은 걸 보면, 단지 리얼리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아마도 박 화백님께 어머니와 누이란 항상 일하거나 동생을 돌보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는 듯해요. 물론 서울 창신동 이웃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고요.






저의 오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게는 박 화백님의 그림 속에서 '선(Line)'이 보였어요.  모든 작품이 그랬던 건 아니지만, 주로 사다리꼴 또는 직사각형요.

박 화백님은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하셨다 하는데요, 굳이 피카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사람의 윤곽선은 대부분 단순해요. 추상으로 넘어가기 직전, 즉 반추상이라 해야 할지, 특히 사람의 얼굴은 자세하지 않고, 여성의 몸매는 허리 부분이 그냥 일직선, 통이에요. 다시 말씀드려서, 일반적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인물을 그린 것이 아니고, 피카소 같은 입체파의 시선으로 사람의 몸을 삼각형 또는 사각형으로 단순화시켰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느낌으로는 그렇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 한국전력 사보에 실린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어서 참 좋았는데요, 박 화백님의 대표작과는 달리 선명하고, 귀엽고, 부드러운 작품들이 많았어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알아보고 사보 표지로 선택한,  그 당시 사보 기자의 안목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도촬했는데요, 저 두 분의 직원께서 사진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시 공간의 느낌도 좋았어요. 특히 특정 공간에서는 관람객의 동선은 어둡게 하고 작품에만 빛을 줘서 액자의 유리에 빛 반사가 안 생겨서 더욱 좋았어요. 또한 반도화랑을 재현한 공간 역시 빛이 참 예뻤습니다.






전시 관람 후, 덕수궁에서 제가 촬영한 나무입니다.

느낌이 어떠신지요?

감히 박수근 화백님의 나무와는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전시 관람 후에 제 눈에 비친 나무는, 평소와 살짝 달라 보였어요.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전(展),

아직 관람하지 못한 브런치 이웃님들께서는 얼른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3월 1일까지 전시해요(예약 필수~!!!, 1인당 동반 1인까지만 함께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인당 2천 원)


■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예약 사이트

https://www.kguide.kr/mmca001/


■ 아츠앤트래블 유튜브 (@arts_meet.travel  강정모 대표)

    ※아'트'앤 트래블이라 하면 강 대표님께 혼나요...ㅋㅋㅋ  아'츠'앤트래블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Hp20VblCGxxsV9PZzRwY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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