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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Mar 30. 2020

중국에 나타난 미래형 쇼핑몰,
SKP-S 백화점

중국의 자본과 한국의 디자인이 만난 최고의 조합! 백화점의 상식을 깨다!





미래에서 온 듯한 초현실적인 공간



지난해 12월, 베이징에는 마치 시간을 초월해 미래 세계에 온 듯 로봇과 화성 탐사 장비 등이 전시된 초현실적 공간이 등장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SKP-S 백화점 외관  / 출처: superfuture 공식 홈페이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살아있는 것처럼 울고 움직이는 로봇 양들이 있는 농장, 크기부터 압도적인 오브제들의 배치로 과학 전시장인지 설치 미술 갤러리인지 싶은 이 건물은? 



다름 아닌 백화점이었습니다. 



‘Digital-Analog Future'를 테마로 오픈한 SKP-S




‘Digital-Analog Future'를 테마로 오픈한 SKP-S(south) 백화점은 1층 쇼윈도부터 명품 브랜드의 제품이 아니라 화성으로 떠나는 인류의 행렬을 표현한 조형물이 채워져 있고, 건물 내부의 모든 층에는 로봇을 활용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백화점 1층 Art Experiment Space 'Future Farm' / 만나통신사 실제 촬영 영상


우리가 SKP-S 백화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혁신적인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을 총괄한 곳이 국내 토종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라는 점입니다. 



 이 공간의 기획과 디자인 총괄한 곳은 
바로 국내 토종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입니다



젠틀몬스터는 국내에서도 독특한 콘셉트의 쇼룸을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단순히 아이웨어를 판매하는 패션회사를 넘어 미래지향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성 자체가 그 브랜드 만의 아이덴티티가 된 케이스입니다. 현재는 국내 서울을 비롯해 런던 · 뉴욕 · 두바이 · 상하이 등 전 세계 20여 곳에 단독 매장을 낼 만큼 글로벌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매 시즌 다양한 디자인의 아이웨어로 세계적인 셀럽들의 마음 또한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젠틀몬스터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 곳이 SKP-S 백화점인데요. SKP 백화점을 운영하는 베이징 화롄그룹의 지 샤오안 회장이 직접 젠틀몬스터 대표에게 제안해 시작되었을 뿐 아니라, 1층부터 3층까지 총 3천 평 공간의 스토리 기획부터 공사까지 모두 맡겼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공간 실험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준 셈이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미래형 쇼핑몰을 기획해달라는 SKP측의 제안에 따라 젠틀몬스터는 백화점이라는 본질을 넘어 베이징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약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쏟아 부어서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과학과 예술의 조합, 상업 공간을 넘어 상식을 깨는
퓨처리스틱(Futuristic) 공간의 탄생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백화점 매장의 통로 / 출처: 젠틀몬스터 공식 홈페이지

SKP-S에서는 일반적으로 ‘백화점’ 하면 떠오르는 밝은 조명이나 브랜드 별로 빼곡하게 디스플레이된 제품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SKP-S의 시작점인 ‘Art Experiment’ 공간은 현재 ‘퓨처 팜(The Future Farm)’ 에피소드로, 로봇 양들이 모여 있는 농장처럼 꾸며져 있는데요, 해당 공간은 매년 새로운 에피소드로 다양한 설치미술이 팝업 형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25일을 주기로 디스플레이를 바꾸던 젠틀몬스터의 홍대 쇼룸처럼, 나아가 각 지역의 특색에 맞춰 매번 신선한 테마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젠틀몬스터 만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매장들이 위치한 공간 또한 획일화된 진열방식을 탈피했습니다. 우주선 내부에 들어온 듯 어두운 터널처럼 이어진 매장 통로와 붉은색의 동일한 폰트로 매장명이 적혀진 인테리어는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들과 타협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현재 입점 브랜드들은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에 맞춰 매장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SKP-S에만 독점적으로 전시하고 판매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등 전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에 일조했다고 합니다. 




대중적인 이미지나 당장의 매출보다는
새롭고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는 기회에 더 초점





 이는 젠틀몬스터가 본업(本業)은 안경과 선글라스 등 아이웨어를 판매하는 브랜드지만, 실험적인 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서 브랜드 정체성을 확장시킨 것 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백화점의 본업은 사실 매출이 일어나는 상업공간이죠. 

하지만 SKP-S는 상업공간에 한정 되지 않고, 비주얼적으로 독특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한 느낌을 주는 어디서도 본 적 없던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데에는 내부인력만으로 자신들이 기획했던 것을 그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 젠틀몬스터의 역량이 존재했습니다. 보통은 디자인 기획을 하더라도 시공은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젠틀몬스터 내에는 순수미술이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예술 전공자들이 있는 디자인팀이 별도로 존재하고, 심지어 로봇팀도 신설되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넘어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강점을 십분 발휘해낸 것이죠. 


사실 SKP-S의 맞은편에는 SKP 백화점 본관이 있습니다. 이는 기존 백화점의 통념을 깨고 임팩트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SKP-S 백화점에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분명하고 차별화된 매력이 보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였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명한 점은 현재 SKP-S가 중국의 젊은 세대들 뿐만 아니라 베이징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한번은 꼭 가봐야 하는 곳으로 통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를 기획한 젠틀몬스터는 자신들의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굳혔고 그들의 역량을 증명했으며, SKP-S 백화점은 물론 입점 브랜드들까지 힙한 이미지를 얻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죠. 





역시 남다른 대륙의 스케일? 새로움에 대한 감탄과 숨막히는 위압감 사이    


백화점 층 곳곳에 배치된 오브제들 / 출처: 젠틀몬스터 공식 홈페이지



 방문자들은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SKP-S만의 거대한 세계관에 입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는 놀라움에서 시작되고, 그 후의 감정은 개인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도 독특한 부분입니다. 매장 곳곳에 배치된 사람의 형상을 한 로봇이나 거대한 크기의 조형물, 움직이는 펭귄 모형들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감탄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소름이 끼치고 무섭다고까지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인간과 AI 로봇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모습을 전시해 놓은 공간에서는 실제로 이 둘의 대화가 들리는데요. 화성 이주가 불가능한 노인이 AI 로봇에게 화성에서 할 일들을 부탁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었다고 하는 이 설치물은 마치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웜홀을 주제로 얼굴에 비해 비대한 손가락을 가진 것을 표현한 조각상이나 인체의 움직임에 잔상이 남은 것을 통해 뒤틀린 시공간을 표현한 것 또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손가락이 움직이도록 표현한 키네틱 오브제 형식의 아트는 그야말로 유명한 갤러리에 가야만 볼 법한 규모로 제작되어 압도감을 선사합니다. 


사실 '갤러리에 온 듯한' 수식어를 붙이는 호텔이나 편집숍 들은 국내에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종종 볼 수 있죠. 하지만 막상 가보면 대부분 로비나 복도에 포인트로 대형 오브제를 배치하거나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설치해둔 정도죠. 이처럼 기존의 공간들이 호텔 혹은 편집숍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갤러리스러운 느낌만을 가미했다면, SKP-S는 이와 반대로 미래형 아트 작품들을 구경하는 김에 쇼핑도 하는 듣도 보도 못했던 신기한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당히' 대중적이고, '적당히' 예술적인 것을 넘어 SKP-S 백화점은 공간 전체에 심오한 세계관을 입힌 작품인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거대한 자본과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이 만나 서로의 최대치를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 사람들에게 '바로 이것이다!' 라고 답해주는 공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매출이 일어나는 상업공간보다 공간의 차별화를 염두에 둔 백화점,
국내에도 있다?




올해 3월 국내에서도 '빛이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첫 번째 백화점'이라는 컨셉으로 백화점같지 않은 백화점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프리미엄 백화점 '갤러리아 광교'인데요.

갤러리아 광교 외관 및 내부 이미지 / 출처: 갤러리아 광교 공식 홈페이지

외관은 마치 거대한 암석을 옮겨놓은 듯하고, 1천 4백여 장의 삼각형 유리로 암석층 단면 문양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삼각형 유리 덕분에 백화점 내부 전 층에 빛이 유입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갤러리아 광교점은 이에 대해 기존 백화점들이 답습해오던 빛과 단절된 공간의 정형성을 탈피해, 빛과 공간이 어우러지며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쇼핑 공간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는데요. 


기존 백화점의 통념을 깨고, 고객의 새로운 경험을 중점으로 공간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SKP-S 백화점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차별화된 공간 기획은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면, 소비자들에게 우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략입니다. 꼭 '공간'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기존의 통념을 깬 새로움을 제공하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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