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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만 Mar 20. 2023

취향을 드러내기 싫었다.

미션캠프 숙제 2강-인생의 컬처 작품 소개 글쓰기: 영화 편

미션캠프 마이컨셉진 강의 숙제. 1강부터 취향을 드러내야 하는 숙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밝히는 일은 꼭 발가벗겨진 것처럼 느껴져 절대 하고 싶지 않다. 이젠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나씩 해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눈으로 볼 수 있고,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이며, 내 발로 걸을 수 있는 날들. 이 상태로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적어졌다는 걸 인지했다. 그래서 신청한 미션캠프의 마이컨셉진 강의. 1강은 물건에 대한 취향이었고, 2강은 컬처 소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책, 영화를 소개하랜다. 그것도 하나씩만. 숙제는 공백포함 1000자다. 1000자에 맞추느라 잘라낸 부분들까지 포함해 여기에 기록한다.



호소다 마모루 <괴물의 아이>


인간이 지긋지긋해질 때, '함께 하는 필연' 속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찾는 영화.

<괴물의 아이>는 혼자였기에 강해져 버린 괴물과 그 강함을 배우고 싶은 9살 아이의 성장스토리다. 두 인물 투닥투닥 다투고 거칠지만 정이 넘치는 장면들이 샐러드 소스처럼 들어있다. 9살 큐타는 쿠마테츠라는 스승과 함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강한 현자'를 만나며 강함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의미는 스스로 찾는 것이다'라는 말을 가져와 되새긴다.


큐타는 현자마다 결이 다른 강함의 의미를 보고 듣고 느끼며 돌아와 수련에 정진한다. 정진하며 제법 강해졌고 성장했다. 하지만 그의 시작도 미세했다. 막대기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약골이었으니까. 가끔 새로운 업무에서 도망치고 싶을 땐 큐타의 초라한 시작을 떠올리며 스스로 다독인다. 누구나 시작은 거지 같다고. 하지만 이런 큐타보다 쿠마테츠에게 감정이입이 더 됐다.


혼자였고 혼자여서 강해져 버린, 그래서 남에게 나눌 줄도 모르고 상대를 대하는 법도 모르며 거친 행동과 말 때문에 본래 마음과는 달리 오해받고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받는다. 우직하고 순수하며 강함을 나눌 줄 아는 그 속내를 잘 살펴준 종사 덕분에 쿠마테츠도 현자를 만나며 스승이 무엇인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한다.


'생각해 봐 어릴 때 원하던 스승의 모습은 뭐였는지'라고 툭 내뱉는 타타라(원숭이)의 조언은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내가 원했던 부모의 모습과 일하는 사람의 태도를 깊게 고민할 때 촉매제가 됐다.


17살 때까지 8년이란 세월 동안 수련해 온 큐타. 우연찮게 나가게 된 인간세상에서 인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가슴속의 구멍은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다.


누가 봐도 비난받아 마땅하고, 자신의 스승을 해친 이치로 히코의 어둠 자신의 책임이라고 덤덤히 타타로에게 전했다. 자신도 이치로 히코와 다르지않고 복가 아닌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이치로 히코를 찾으러 간다며 인간세상으로 갔다.


마음은 이토록 성장했지만, 아직은 어린 큐타를 보호해 주기 위해 쿠마테츠는 생을 버리고 신이 되어 큐타 마음속에 들어가 검이 되어준다. 가장 기억하고 싶은 장면이다. 내 마음속엔 무엇을 담고 살아야 할지 고민했던 장면이다. 나는 누군가의 가슴에 구멍을 내는 사람인지 메워주는 사람인지 깊게 돌아보게 됐다. 그래야 사람과 함께 성장이 가능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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