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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Oct 01. 2023

제20장 스무 번의 만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30916 <나의 기록학교> 스무 번째 모임 후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은 단체사진

230916 <나의 기록학교> 스무 번째 모임 후기

제20장 스무 번의 만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짧고도 긴 시간이라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지각을 했다. 어떻게 그럴까 싶지만 그럴 수도 있다. 지난 8월 1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에 일어나 일정을 소화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오늘은 늦잠을 자서 하마터면 지각을 할 뻔했는데 초스피드 파워를 발휘한 덕분에 겨우 지각을 면했다.


근황 토크로 예열을 할 생각이었는데 다들 늦으니 무심코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 이야기 순서를 바꿨다. 이번 8~9월 모임에는 <1일1기록>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의 기록학교’의 이름에 걸맞게 각자 자신이 기획자이자 관리자이자 기록자가 되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기록을 하루에 하나씩 남겼다.


그동안의 기록에 대한 <1일 1기록> 리뷰를 첫 번째 이야기로 가져왔다. 어떠한 면에서 오늘 모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의 기록을 살펴보고 감상과 함께 나눌 만한 질문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기로 했던 사람들이 모두 도착해 빈자리가 채워졌다. 한 사람씩 <1일 1기록> 리뷰를 하고 근황 토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난 일주일 단 하나의 경험이나 기억만 기록할 수 있다면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를 근황 토크 주제로 제안했다. 앞으로 기록을 할 때마다 이 질문을 꾸준히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안한 주제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기록에 대해 나누었다. 짧은 시간 동안 찐하게 만났다. 매일매일 기록을 하고 기록에 관한 책을 읽고 일주일에 두 번 시간을 내는 일은 분명 보통 일은 아니다. 너무 몰아붙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길게 끌면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나에게 기록이란, 기록을 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기록은, 기록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 나누었다. 마지막에 꼽사리 느낌으로 ‘<나의 기록학교>는 oo이다’ 주제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A님> 기록은 추억과 성장의 증거물이다. 나는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기록을 한다. 앞으로도 감사에 대한 기록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 나의 기록을 방해하는 요소는 게으름과 귀찮음과 다양한 약속이다. / 나의 기록학교는 배움의 시간이었다. 사람들의 서로 다른 생각을 통해서도 배웠고 기록의 습관도 들이게 됐다. 하나의 길이 생긴 기분이다. 기록의 방법은 물론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했다.


D님> 기록은 가능성을 남기는 일이다. 현재를 풍성하게 하고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앞으로 나는 문화적 변화처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을 하고 싶다. 완벽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기록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 / 나의 기록학교는 추억이다. 나중에 시간이 오래 흐른 뒤에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J님> 기록은 나 자신과의 대화다. 나는 살아있는 삶을 살기 위해 즉 생존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내 삶에 대한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솔직한 기록을 하고 싶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의 기록을 방해하곤 한다. / 나의 기록학교는 위로였다. 안식년을 보내고 싶었던 나의 바람과 달리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어 힘들었는데 그러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의 기록학교‘가 삶에 대한 방향성 그리고 진정한 의미 등을 생각하게 해 주어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R님> 예전의 나는 기록을 기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기억하기 위해 기록했다면 이제는 발전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덮어두거나 애써 외면했는데 이제는 대면하고 싶고 그래서 솔직한 기록을 하고 싶다. 나의 기록을 방해하는 요소는 OTT 서비스다. / 나의 기록학교는 학교였다. 학교라는 단어에 걸맞게 많이 배웠다. 6~7월엔 그저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8-9월 모임에선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W님> 나에게 기록은 생각을 정리하고 흔적을 남기는 시간이다. 유한한 시간에 살아 있었음을 증명하고자 기록을 한다. 나는 꾸준한 기록을 하고 싶은데 귀찮음이 방해한다. / 나의 기록학교는 즐거움이다. 기록을 하는 시간이 좋았고 이 기록을 시간이 오래 흐른 뒤에 보게 되면 좋을 듯하다. 타지 생활을 하다 보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없었는데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


Z님> 나에게 기록은 나 자신에 대한 증거물이다. 나 스스로에 대한 오판단을 막고 자기 객관화를 통해 나를 응원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기록은 어려움 극복기로 나는 이를 통해 나 스스로에게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기억하고 나누고 싶다. 나의 기록을 방해하는 요소는 귀찮음과 OTT 서비스다. / 나의 기록학교는 확장이었다. 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과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졌고 혼자서 책을 볼 때도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게 되었다.

단 한 명의 참여자와 공간의 주인장인 든든이 없어 아쉬웠지만 나의 바람대로 그동안의 시간이 각자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내가 그동안 진행했던 다양한 프로젝트와 달리 결과물이 남지 않는 과정이라 뭔가 허전한 마음이었는데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니 허전함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나에 대한 이해’는 나를 사랑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관문 같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나에 대해 알고 서로의 다름에 대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자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름의 공존법 혹은 상생법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나와의 대화를 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대화를 잘할 수 있을까. 모든 시작과 끝의 정점에는 ‘나’ 가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함께’의 의미와 필요성, 혼자 할 수 있고 그래도 좋지만 함께 할 때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물론 혼자보다는 ‘함께’가 어렵고 더디다. 그럼에도 함께할 때의 경험은 그러한 것들을 모두 감내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무엇이 옮고 그른지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 보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흥미롭게 기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했고 모든 판단의 기준은 나 자신이었다. 내가 뭔가 대단히 잘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고 의도한 것들이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해질 때의 뿌듯함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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