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레센도> 관람 후기
“영화 <크레센도>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마음을 다해 연주한다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만날 수 있어요. 음악은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나 교류도 중요하지만 혼자만의 시간, 고독안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18살 임윤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우리도 그처럼 마음을 다해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동안 임윤찬에 아니 정확히는 <크레센도>에 빠져 있을 듯하다. 23년을 하루 앞두고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아 이거 너무 좋은데? 한 번만 보기엔 아까운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두 번째 영화를 보며 나는 왜 이 영화가 좋을까 생각해 보니 음악가들의 ‘순수한 열정’에 반했고 그들의 그런 마음 혹은 태도를 닮고 싶어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 한편으론 무엇이든 어떤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아니고서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좋았던 부분이 너무 많았다. 우선 ‘점점 세게’라는 뜻을 지닌 영화 제목부터 매우 탁월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진행 과정과 참여자 및 관계자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다큐 영화이기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뻔하고 지루할 수도 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크레센도> 그 자체였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가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반 클라이번에 의해 시작되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 2022년에 각국의 음악가가 이 콩쿠르에 참가했고, 나란히 은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해 서로를 포옹하는 일은 너무 극적이라 픽션같이 여겨질 정도다. 영화에 인터뷰이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심사위원의 말처럼 ‘이러한 일들이야말로 세상에 필요한 일’이다. 30명의 예선 참가자를 선정해 그들의 연주를 듣고 18명, 12명, 6명 순으로 줄여나가는 콩쿠르의 과정도 파이널 경연에선 교향악단과 함께한다는 점도 매우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 생각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31살의 나이에 한 아이를 낳고 또 한 아이를 뱃속에 품고도 즐겁고도 당당하게 은메달을 거머쥔 ‘안나 게뉴세네’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전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임윤찬의 말들이 마음에 쿵쿵 닿았다. 누구를 위해 연주하느냐는 물음에 자신에게 영감을 준 하늘에 있는 선배나 스승이라고 답변한 것, 수상 이후 무엇이 달라질 것 같으냐는 물음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은 이전처럼 피아노 앞에 있을 것이라 답변한 것,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함께 연주했던 교향악단 단원들의 여러 칭찬을 두고 영광의 말들이라고 표현한 것, 스승의 말을 빌려 어느 정도 유명한 연주자가 되면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했던 것 등등. 이 밖에도 여러 장면과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를 보는 동안 머리와 마음에 새기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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