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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pr 14. 2024

<책의 물성을 완성하는 제책> 이야기

2024 제주북페어 쌤 강연 후기

2024 제주북페어 쌤 강연 후기

<책의 물성을 완성하는 제책> 이야기


강의실이 패션쇼 장도 아닌데 쌤은 강의실을 런웨이처럼 몇 번이나 활보했다. 제주북페어 2일 차, 제책을 주제로 <책의 물성을 완성하는 제책>이라는 쌤의 강연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쌤의 강연을 들었다. 쌤의 이야기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시작됐다. 쌤은 그때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나는 이제 하도 들어서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었던 것만 같다.


이번 강연의 핵심은 제책은 ‘종이를 엮는 것만이 아니다. + 글만 쓰는 시대는 끝났다.’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제책을 이루는 요소는 판형과 표지부터 시작해 띠지, 덮개, 책 상자, 가름끈 등 다양하다. 그리고 이것들은 제책의 요소인 동시에 책의 요소가 된다. 이 다양한 요소를 하나하나 짚다 보니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더 훌쩍 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의 언어와 낯선 이야기 방식에 빵빵- 터졌다.



얼핏 들으면 새로울 게 없는 뻔한 이야기였으나 차분히 돌이켜보면 ‘지금’의 메시지도 있었다. 내 기준으로 몇 가지 적어 보자면 이렇다. “우리가 지금 보고 만드는 책은 보급판이지 소장용 책이 아니다. /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버티는 건 아니다. / 책만 너는 페어는 끝났다.” 어렵지 않은 이야기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의 욕망 혹은 유행에 묻혀 쉽게 간과하는 이야기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생각할 때 잊어선 안 되는 이야기다.


책 만드는 사람은 책의 다양한 요소를 가운데 하나의 선택을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만들게 된다. 잘못된 선택은 큰 리스크를 불러오거나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이건 비단 책 만드는 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내가 책과 함께 살고 있어 그런지 책 만드는 일이 유독 삶과 닮았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모든 세계의 궁극은 맞닿아 있음을 상기하며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은 좋은 삶을 살아가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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