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1
중요한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기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오늘 제2독서와 복음 말씀 중 내 마음에 콕콕 박히는 문장들이다. 새로울 건 없지만 그래서, 너무 당연해서 대충 보아 넘기고 잊고 살았지 싶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 일관되지 못한 말과 태도, 주객이 전도되는 것 등등. 이는 내가 주의하려고 하는 것 중 하나다. 그래서 더 이러한 이야기가 내 마음에 들어온 것임을 안다.
바닥을 치면 올라오기 마련이다. 높게 뛰기 위해서는 발 구르기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진심은 통한다.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나 지키는 일이 중하다. 내 생각의 중심을 이루는 문장들이다. 이런 나에게는 무슨 일이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사람과의 일이면 더욱 그렇다.
허나 어느 순간부터는 이러한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유혹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별것 아닌 일에도 크게 요동쳤다. 잘하려는 마음이 되레 중심을 잃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는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 또 내려놓으려 했다. 더 정확히는 나 스스로에게 내려놓아도 된다, 포기해도 괜찮다 등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는 알게 됐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만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무언가를 내려놓기 위함에도 이루기 위한 노력 또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기존 토대를 바꾸는 것까진 어려워도 나 스스로에게 조금 편한 혹은 만만한 선택지 하나는 쥐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금씩 기존의 나를 바꿔보려 했다. 허나 여전히 아직도 멀었다는 듯, 지금 이거 갖곤 어림도 없다는 듯 상황도, 사람도, 나도 나를 어렵게 했다.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내 안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선택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며 살고 있다.
많이 바뀌었다,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내 생각이 짧았다. 누구보다 내 판단, 내 선택을 믿었어야 했는데 뭐 때문인지 나답지 않은 선택을 했다. 방심했던 것일까.
힘을 빼자 빼자 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강하게 움켜쥐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힘을 빼기로 했다. 힘을 줘봐야 소용없는 일엔 일찌감치 손을 떼는 게 상책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럴 바엔 그냥 ‘잘하려는 마음’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닌가, 삶의 기조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런데 오늘 성당에서 미사드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정신이 들었다. 나의 방법이 서툴러 어려운 것이지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선 하느님 말씀의 기본은 자비와 사랑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규율을 세운 것인데 사람들은 규율에 이것저것 덧붙여 그것 자체가 하느님 말씀인냥 전하는 행태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규율은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자비와 사랑은 아니라는 것이다. 백번 맞는 이야기다. 수많은 일들을 일일이 자비와 사랑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기에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세운 규율을 지키는 것만이 자비와 사랑이라 여기고 있는 잘못을 범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무엇이든 너무 힘이 들어가면 탈이 난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렇다. 무언가를 잡고 있는 내 손도 병이 나고, 반대편에 있는 무언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너무 힘을 주면 안 되고, 너무 힘을 안 줘도 안 된다. 그러니 아예 아무것도 잡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는 일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정답은 적당히다. 지금 당장은 절대 알 수 없는,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그 적당함. 그것이 답이고 이 적당함’은 도달할 수 없을지라도 추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쭈욱- 빠졌던 힘이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다. 실수로 바람을 빠트린 풍선은 다시 불면 되는 일이지, 버려야 하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든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 된다. 나는 그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묵묵히 걸어 나가면 된다. 그렇게 걷다 보면 내가 원했던 곳이든, 원치 않았던 곳이든 간에 도착할 것이다. 아니 도착하지 못하면 또 어떤가. 어느 곳이든 내가 멈추면 그곳이 도착지라 해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