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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Sep 10. 2024

79. “커뮤니티 자본이 풍부할수록 인생이 풍요롭다”

『커뮤니티 자본론』 / 진정환 지음 / 클라우드나인 출판


79. “커뮤니티 자본이 풍부할수록 인생이 풍요롭다”

『커뮤니티 자본론』 / 진정환 지음 / 클라우드나인 출판


 “성공적인 변화는 어떤 한 사람의 설계에 의해서 인과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의 다양한 노력과 우연한 인연에 의해서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다. p.105 / 축적의 시간을 통해서만 일어나는 변화는 초기에는 대단하지 않은 듯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 복리의 법칙을 따른다. p.111” 


오래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는 나를 이루는 중심축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인데 그러다 보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랬을 때 떠올리는 정신과 맥이 닿아있는 문장이다.  


추천 글이 이렇게나 많은 책은 처음이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일 텐데. 본질적인 것 이외의 것이 집중되는 구조를 달갑지 않아 하는 나는 여러 생각이 든다. ‘와!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구나.’ 싶기도 하고, ‘이게 맞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모든 추천 글이 그러하듯 추천 글의 내용은 모두 칭찬 일색이고, 이 책이 자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었고, 얼마나 유용한 책인지에 대해 말하며 저자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모두 좋기만 한 것은 가짜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 나는 조금 세모진 눈으로 책을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난 마케팅이랑은 거리가 먼 모양이다. 나처럼 꼬인 사람에겐 안 먹히는 방식이지만 아마 책 판매에는 꽤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은 굉장히 잘 설계된 느낌이다. 기존에 써 놓은 글을 모아 그에 맞는 목차를 만든 것이 아닌 목차를 짜고 그에 맞는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추천 글이 페이지 수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막판에 추가된 듯하다. ‘들어가기 전에’와 프롤로그만 해도 15쪽이고 추천 글은 22쪽이라 총 37쪽이 곁가지로 할애됐다. 향이 강한 음식 혹은 너무 단 디저트 같은 느낌이라 본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살짝 질릴 수도 있다. 다 읽고 나서 속이 불편하거나 하진 않은 것으로 보아 몸에 해를 가하진 않을 것 같으나 그렇다고 소화가 막 잘 되는 느낌은 아니다. 그만큼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제1장 커뮤니티 자본이 필요한가’에서는 커뮤니티 자본의 필요성에 대해, ‘제2장 어떻게 커뮤니티 자본을 만들 것인가’에서는 커뮤니티 자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제3장 커뮤니티 자본이 미래의 부이다’에서는 커뮤니티 자본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차만 봐도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가 명확하게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 단번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것을 넘어서서 안 읽으면 손해라는 느낌마저 든다. 다만, 대부분의 독자는 커뮤니티 자본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어 이게 무엇인지, 이게 어떻게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호기심을 갖게 된다. 목차를 펴는 순간, 이 책을 안 읽으면 손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책이다.


커뮤니티 자본론에서 말하는 ‘자본’은 활용 가능성, 즉 쓸모인 듯하다. 무엇이 있어도 그것이 자본 가치로 환원되지 않으면 자본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계속해서 커뮤니티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커뮤니티는 분명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자체가 본질이 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본질은 콘텐츠, 즉 기본기다. 커뮤니티는 이러한 본질이 갖춰졌을 때 것을 확장하고 성장・발전할 수 있게 한다. 다만 본질이 없는 상태에서는 본질에 도달하거나 만들 수 있는 계기는 마련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으로 있는 동안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그가 센터장으로 있는 동안 제주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는 제주에 일어난 변화의 중심에는 커뮤니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내용을 마주하며 자연스레 변화는 곧 사람의 힘이고, 커뮤니티는 곧 사람임을 떠올렸다. 


그는 커뮤니티가 곧 자기 자신이라며, 우리 자신은 다양한 커뮤니티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더불어 제주의 커뮤니티 중 서로서로 친척이라 여기며 챙기는 ‘괸당 문화’를 통해 커뮤니티가 끈끈한 만큼 커뮤니티의 개방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양성과 개방성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내부적인 결속이 강할수록 개방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음은 사실이다. 다만 우리가 자칫 착각하면 안 되는 부분은 내부적인 결속력이 약하다고 해서 개방성이 높은 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책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다양한 커뮤니티들과 유연하고도 창의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삶이 성공한 삶으로 여겨진다.” 이는 성공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그는 커뮤니티의 자유가 경제적 자유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의 사람에 따라 삶의 척도가 다르기에 그 중요도 또한 다르다는 입장이라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자의 말과 달리 누군가에겐 경제적 자유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적, 비경제적 자유가 모두 충족되어야 진정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더 나아가 ‘충족’은 채워짐일 수도 있으나 ‘무’ 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무는 아무런 영향이 없음을 뜻한다. 


커뮤니티 자본이 많아지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도. 커뮤니티 리더십을 가진 자는 커뮤니티의 자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도,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도 모두 맞다. 책공방에 있는 동안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이제 그만 독립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질문이었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내 이름을 거는 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 귀한 마음이나 마음만 받았다. 나는 내 삶에 주인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아무데서나 다 주인공이 되려 하는 모습이 못마땅했다.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이면 됐지 왜들 그렇게 대장이 되려 하는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다 대장만 하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서 해야 하는 일 또는 허드렛일은 누가 하냐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커뮤니티 자본은 비경제적 자본으로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돈으로 살 수 없을 만큼 귀한 자산이다. 저자는 커뮤니티 자본을 쌓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먼저 주기’를 권한다. 먼저 주다 보면 빼앗기는 기분이 들거나 내 것을 이용하기만 하는 사람들로 인해  손해 보는 기분이 들 수 있지만 넓게 보고 멀리 보아야 한다고 한다. 자신은 그러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은 그러한 일을 하는 그래야 하는 위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북토크 때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구분하고, 대처해야 하는가를 물었는데 현답이 돌아왔다. 그는 좋은 사람들에게 신경 쓰다 보면 여력이 없고, 나쁜 마음을 가진 시람과는 거리를 둔다고 했다. 맞는 말이긴 하나 너무 이상적이고 모범 답이라 조금 기운이 빠졌다. 그는 좋은 사람들끼리 연결되다 보면 서로에게 호구가 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러한 문화가 확산하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나만큼이나 이상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완전 맞는 말이지만 그 결과가 요원한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여러 대목이 많았기 때문이다. 


청년세대는 회사나 조식에 충성하지 않고 자신과 커뮤니티에 더 관심을 가진다. (중략)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이면서 이 사회의 커뮤니티와 좋은 관계를 맺는 과정이라고 느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략) 이렇게 조직 안에서 경제적 자본과 커뮤니티 자본을 함께 키울 수 있을 때 열심히 일할 동기가 부여된다. 훌륭한 회사는 현시대 인재들의 그러한 욕구를 잘 안다. p.78


커뮤니티 자본이 커지면 우연한 인연으로 좋은 일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 (중략) 과거에 내가 한 일이 시간이 지나서 우연히 나를 도울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과거에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일들이 시간이 지나서 우연히 커뮤니티를 돕게 되로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우연한 인연을 계획될 수는 없지만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을 키울 수는 있다. p.157


이 밖에도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커뮤니티 자본이 풍부할수록 인생이 풍요롭다, 경제적 자본이 가져다주는 행복의 빛깔 한정적인 반면 커뮤니티 자본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 커뮤니티 자본이 성장 기회를 만든다. 과거에는 교육을 통해 성장했다면 이제는 사람을 통해 커뮤니티를 통해 성장한다. / ‘커뮤니티 자본이 풍성해지면’이라는 말을 ‘건강한 사람이 많아지면’이라는 말로 바꾸고 싶다. /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 강한 연결보다 약한 연결의 효용성 / 성공하는 리더의 변화, 커뮤니티 리더 = 커뮤니티 자유를 가진 자, 경계인이 커뮤니티 리더로 발전 가능성 있음 / 커뮤니티 자본+지적자본 필요”


호구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기버에겐 기버로 테이커에겐 매처로 대응하기, 유한게임과 무한게임, 정보 비대칭의 불투명 사회에서 정보의 접근성이 좋은 투명 사회로의 변화, 워케이션,  ‘좋은’의 기준 변화, 정주 인구와 관계 인구 등등. 복잡한 문제는 물론 존재했으나 명명되지 않았던 것들을 간단명료하게 명확한 단어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3장에서는 로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로컬이 대세다, 로컬크리에이이터가 결코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방적인 전달에서 쌍방향 공유가 일어난다 등의 이야기는 기억하고 삶에 적용해야 하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제까지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생각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이 있고, 성향이 있고, 경험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고 나는 그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헌데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다 보면 그러한 것들을 넘어서서 저자의 이야기에 현혹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작년 이맘때쯤 이 책을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크게 다가왔던 생각은 ‘잘못 산 거 아닌가’하는 것이었다. 사람들과 잦은 만남, 넓은 인간관계를 지양했던 나로선 그동안 내가 너무 안일하게 살아온 것만 같았다. 또 이렇게는 성공할 수 없어 나도 남들처럼 살아야 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지금은 그저 이러한 관점이 있구나, 저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정도를 거리를 둘 수 있게 됐다. 인간관계나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 내가 경험하는 만큼 넓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언제든 어디서든 잊어선 안 된다. 그래서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지만 작년의 나처럼 이 책에 너무 경도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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