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사고가 났다. 당한 거 아니고 내가 냈다. 대전에 업무차 볼일이 있어 가다가 아차- 하는 순간 꽝. 대전은 광역시였는데 내가 잊고 있었다. 대도시답게 차가 겁나 밀렸다. 차가 그렇게 밀리는 줄 모르고 겁도 없이 고속도로 대신 일반 도로를 택했다. 차량 내비는 정체를 읽지 못했다. 나는 계속 가고 있는데 남은 시간도 거리도 줄 생각을 안 했다.
약속 시간에 5분도 10분도 아니고 30분이나 늦게 생겼길래 중간에 핸드폰 내비를 켰다. 좀 돌아가도 덜 밀리는 길로 갈아타고 속도를 냈다. 그래봤자 차가 많아 씽씽 달리진 못하고 조급한 마음에 앞 차에 딱 붙어 갔다. 그러다 사달이 났다. 속도, 신호, 주차 위반은 좀 했어도 사고는 안 내서 무사고 운전자였는데 이제 아니다. 요즘은 사고 나도 100%는 없다는 소릴 몇 번이나 들었는데 후미 추돌은 안전거리 미확보로 100%였다.
내가 왜 그랬지 싶고 뭐에 홀린 것 같기도 하다. 평지였음 분명 내가 잘 봤을 텐데, 아래 차로에서 위 차로로 올라가는 흐름을 타다 그랬다. 보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너무 늦었는지, 속도감이 있어 그랬는지 밀렸다. 그래도 넘나 다행스럽게 연속 추돌은 피했고, 외제 차도 아니고, 동승자도 없었다. 본능적으로 사고 후 내리자마자 죄송하다 사과하고 앞에 보고, 차량 모델을 확인하고는 ‘다행이다’를 연발했다. 찐이었다. 어쨌거나 결론은 내 잘못이고, 안전거리 미확보가 원인이다.
앞차 뒤 범퍼가 사진처럼 살짝 내려앉았으나 그분도 크게 다치진 않으셨고, 나도 내 차도 암시랑토 않다. 번호판에 검정 얼룩 조금이 전부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고, 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 또 다행이다. 사고로 인해 약속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늦어졌고, 여러 가지 번거로운 일들이 생겼다. 짜증보다는 이만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마음이 급하고 여유가 없으면 사고 날 때처럼 안전거리를 지키지 못하곤 한다.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선을 넘게 된다. 내가 바쁘니까. 하지만 내 사정을 알 리 없는 상대방은 정규 속도로 가거나, 그의 사정으로 천천히 갈 수도 있다. 삶의 운행도 그러하다. 각자의 속도로 삶을 살아간다. 목적지가 다르기에 누가 누구에게 이렇게 가라, 저렇게 가라, 빨리 가라 어째라 할 수 없다.
각자의 속도는 물론 운행 방법이나 스타일은 존중해야 한다. 다만 그 와중에 명심해야 하는 것은 안전거리 확보다. 너무 멀리 떨어질 필욘 없지만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된다. 지나고 나 봐야 알 수 있는 그 ‘적당함’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경험’은 참 많은 걸 가져다준다. 그렇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참으로 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