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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timental Vagabond Feb 06. 2022

감동하다

느끼면 움직이게된다.


감동하다 :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다.


새로운 경험은 또 새로운 기쁨을 낳고 또 하나의 기쁨은 또 다른 새로운 의문을 낳는다.


코로나가 우리 삶에 침투한 지 3년째,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의 영향 아래 살아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이 많은 곳은 여전히 위험한 곳이며, 국경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여행도 옛말이 된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겨울 무리를 해서 미국에 다녀왔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가야 할 이유는 딱 하나였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짝꿍과 나는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20년 2월에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갔었다. 동부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서부로 우리를 보러 올 참이었으나, 그 겨울에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필라델피아에 가기로 해, 가족들과의 만남을 뒤로 미뤘었다. 그 사이 세상이 많이 달라졌고,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3년이 넘게 보지 못하고 homesick이 걸린 짝꿍과 함께 무리를 해서라도 크리스마스는 미국에서 보내기 위해 떠났다.    


짝꿍의 고향, 필라델피아에서 약 2주간 머물렀다. 미국에서 함께 보낸 첫 크리스마스 기도 했고, 정말 많은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 찬 크리스마스 여행이었다. 오랜만에 떠난 여행에서의 새로운 경험은 잊고 있던 많은 것들을 일깨워주었다. 특히 '감동'에 대해서.


감동, 느껴서 움직이는 것. 영어로도 moved라니 느끼면 움직이게 되는 것이 섭리인가 보다. 오랜만에 여행을 통해 감동하면 나를 더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을 온몸으로 일깨워주었다. 여행에서 보낸 감동의 시간들은 또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을 낳았기에, 여행에 다녀온 뒤 며칠간 물을 마시지 못하고 갈증이 난 사람처럼 호기심을 따라 이것저것 바삐 움직였다.


필라델피아가 이탈리아 이민자들로 유명하다 보니 이번 여행 동안 정말 다양한 이탈리아 문화를 접했었다. 그간 몰랐던 다양한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짝꿍의 베스트 프렌드인 크리스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이탈리안식 7개 해산물 크리스마스 파티까지. 여행 동안 계속해서 이탈리아가 너무 궁금해졌고, 그래서 다음 여행은 시칠리아로 떠나야겠다 마음을 먹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이탈리아의 역사, 정치, 문화 등이 궁금해 냉큼 먼 나라 이웃나라 이탈리아 편과, 괴티에서 이탈리아 기행, 김영하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 등 이탈리아 관련 책들과 다큐멘터리를 쉴 새 없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과 레시피가 궁금해졌다. 시어머니도 그렇고 크리스챤 가족들도 그렇고 다들 패밀리 레시피북을 아끼고 소중한 전통으로 대물림하고 있었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땡스기빙이나 크리스마스에서 해 먹는 특별한 요리부터 간단한 소스나 맥 앤 치즈 같은 음식들까지.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는 삶이 부러웠다. 물론 우리 가족도 족보책 같은걸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는 외할머니, 할머니의 김장 레시피, 간장, 된장 레시피 북들을 만들고 싶어졌다. 여행에서 돌아와 엄마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여러 가지 음식의 레시피들과 이야기들을 받아 적었다. 


항상 당연하게만 여겼던 나의 가족의 숨은 이야기와 레시피들을 엄마와 함께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차곡차곡 더 쌓아가고 싶어졌다.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시어머니의 레시피북과 크리스챤 가족의 레시피북, 증조할머니 때부터 사용하신 레시피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그 외에도 인상파와 샤갈, 기록으로서의 사진, 한국의 20세기 등등 여행에서 감동받았던 것들의 확장이 일어나며 여행 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궁금한 것들을 따라 쉴 새 없이 몸과 마음을 움직였다. 궁금함을 따라 동인천과 수원 등 평소에는 관심조차도 없었던 곳을 여행하게 되었고, 새로운 여행은 또 다른 감동의 도미노를 일으켜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달이 넘도록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느끼면 움직이게 된다.


마음을 열고 낯선 곳, 낯선 것들에게서 받는 새로운 감흥을 거리낌 없이 내 것으로 만들어 가고싶다. 감동은 우리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든 질문하게 한다. 감동과 호기심은 어쩌면 동의어일지도 모르겠다. 


나이, 돈, 시간 등의 핑계에 갇히지 않고, 더 많이 감동하고, 더 많이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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