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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ug 02. 2020

 목련

#흙에서 오고 흙으로 돌아가고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창세기 3:19). 



봄날 하얗게 피어나는 탐스러운 목련

사나흘 지나지 않아 뚝뚝 떨어져 퇴색한다.

목련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던 이들조차

색 바랜 흙빛의 목련을 외면하고 심지어 지저분하다고 한다.

사나흘 꽃이 피어있다고,

사나흘만큼의 노력만 들어있는 꽃은 없다.

세상의 모든 꽃은 오늘을 위해 365일 헌신한다.


동백은 꽃이 지고 나면,

꽃눈을 내고 겨우내 꽃눈의 옷을 갈아입는다.

벗어버린 솜털 숭숭한 꽃눈의 옷이 나무 아래 수북해질 즈음이면,

겨울도 곧 끝나가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인내하는 수고를 담아

피어난 하얀 목련에게 그 사나흘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일까?



목련은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절실함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사흘의 시간 끝에 깨달은 것이다.

모든 인생은 흙에서 왔으며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그런데,

하얀 목련에 대한 찬양은 넘쳐나고

떨어진 흙빛 목련에 대한 손가락질은 가당키나 한 것일까?


기도

주님, 짧은 인생이니 더욱 소중하게 살아가게 하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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