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골 할머니
이제 막 갓 피어난 꽃 같던 열여덟 살에
강원도 갑천 하대리 물골이라는
산 깊은 골짜기 외딴집으로 시집 온 할머니는
육십 년을 함께 살아온 영감을 먼저 보낸 후,
삼 년 뒤에 가신 길을 따라 귀천하셨다.
살아생전,
깊은 산골이라 만나는 사람마다 귀하고 반가웠다.
길손이라도 뭔가 대접하고 가는 길에 뭔가를 쥐어주어야만 맘이 편했다.
겨울이 끝나가던 어느 봄날,
물골 할머니는 객(客)을 위해 더덕을 캤다.
물골에 퍼지는 더덕 향은 쓰지만 달았으며,
바리바리 담아준 더덕의 향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
지금 물골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합장되어 햇살이 잘 드는 동산에서 쉬고 계신다.
추운 겨울이면,
향기 더욱 깊어질 더덕과
얼었던 땅이 풀리면 캘 더덕과
더덕의 향과
하얀 연기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굴뚝을 가진 물골 할머니가 살던 집과
물골 할머니의 거친 손과
물골 할머니의 수줍은 웃음이 떠오른다.